“SMR은 안전… 인구 밀집 지역에 건설해도 문제 없어”
2026.06.05 00:32
지난달 28일 와이오밍주(州) 케머러의 소형모듈원전(SMR) 건설 현장.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차를 타고 북동쪽으로 2시간을 달려 도착한 광활한 자연 속 약 24만㎡ 부지에서 미국 최초의 상업용 첨단 원전인 345㎿(메가와트)급 ‘케머러 1호기(Kemmerer Unit 1)’ 건설 작업이 한창이었다.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10년 만에 승인한 신규 상업용 원전으로, SMR 시대의 개막을 알린 곳이다.
SMR은 AI 시대를 맞아 급증하는 전력 수요, 탄소 중립 실현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케머러 1호기는 2031년 상용화가 목표다. 빌 게이츠가 2008년 설립한 테라파워는 차세대 원자로의 한 유형인 소듐냉각고속로(SFR) 설계 기술을 보유했다. 물이 아닌 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차세대 원자로 노형(爐型)이다. 액체 나트륨은 끓는점이 물보다 훨씬 높아 더 많은 열을 흡수하면서 발전 출력을 높일 수 있다. 사용후 핵연료도 기존 10% 수준으로 줄어든다. 현장에서 만난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원자로도 충분히 안전하지만 확률로 보면 약 1000배 더 안전하다”고 했다. 글로벌 SMR 시장은 2033년 724억달러(약 103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날 공사 현장에는 공장에서 제작된 모듈형 설비들이 현장에서 조립되는 ‘어셈블리 센터’를 비롯해 원자로, 발전기, 핵연료 보관 장소 등 기본 공사가 마무리되고 있었다. SMR은 주요 설비와 구조물을 미리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설치가 가능해 기존 대형 원전에 비해 공정 관리가 간편하다. 패트릭 영 총괄 부사장은 “원자로 자체가 지하에 설치돼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확산될 가능성이 훨씬 더 낮고, 부지 자체도 훨씬 작은 면적으로 (건설이) 가능하다”고 했다. 테라파워가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12기 중 8기는 데이터 센터 전력 공급용으로 메타에서 계약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원전 르네상스’를 선언한 트럼프 정부의 관심과 지원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원전 발전 용량을 현행 100GW에서 2050년 400GW까지 확대하는 원자력 산업 육성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테라파워는 에너지부(DOE)의 ‘첨단 원자로 실증 프로그램(ARDP)’의 지원을 받았다.
SK이노베이션과 지주사인 SK㈜는 지난 2022년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약 3750억원) 지분 투자를 통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재무적 투자자(FI)에 그치지 않고 테라파워의 실증 경험, 첨단 기술을 국내 첫 4세대 SMR 건설에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35년 상업화를 목표로 첫 4세대 SMR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르베크 CEO는 “인구 밀집 지역에 SMR을 건설하는 데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공사 기간, 예산, 경제성, 안전성 등을 입증한 뒤 한국에서도 SMR을 보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SMR은 이달 18일 발효되는 대미 투자 특별법에 따라 이뤄질 대미(對美) 투자 사업으로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르베크 CEO는 “SMR이 무역 협정에 포함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형모듈원전(SMR)
대형 원전의 핵심 장치를 하나로 합쳐 크기를 줄인 소형 원전. 사고가 일어날 확률도 10억년에 한 번꼴로 비교적 작고, 사고가 나도 피해가 제한적이라 ‘차세대 원전’으로 불린다. 대형 원전(1000~1400㎿·메가와트)에 있던 원자로와 증기 발생기 등 주요 장치들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규모가 3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300㎿ 안팎)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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