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SK이노베이션 손잡고… 美 고원에 첨단 원전 짓는다
2026.06.05 01:12
나트륨 냉각제 활용, 비용 저렴
“4세대 원자로 1000배 더 안전”
미국 와이오밍주 케머러는 사막 지형과 유사한 건조한 고원지대다. 해발 2200m가 넘는 고지대에 광활한 황갈색 평원과 언덕이 펼쳐져 있다. 사람과 차량은 드물고, 야생 동물은 자주 눈에 띄는 외딴곳이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방문한 이곳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만들고 한국의 SK이노베이션이 투자한 기업 테라파워의 소형모듈원전(SMR) 공사가 한창이었다.
테라파워의 케머러 SMR 1호기는 액체 나트륨(sodium)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차세대 SMR이다. 물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경수로형 원전과 다르다. 약 24만㎡의 부지에 345㎿급으로 들어설 계획이다. 액체 나트륨은 약 880℃ 고온에서도 끓지 않아 대기압에 가까운 환경에서도 운전할 수 있다.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다.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현장에서 “나트륨 냉각로는 4세대 원자로다. 확률적으로 보면 현재 원자로보다 약 1000배 더 안전하다”며 “현재 원자로도 충분히 안전하며 100년 정도 운전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수십 년간의 세계 에너지 수요를 생각하면 이제는 이런 새로운 기술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공사 부지 다른 쪽에는 운전 시뮬레이터도 가동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실제 운전 상황과 비상 시나리오 등을 시뮬레이션해 안전성을 검증한다. SMR은 전원이 차단돼도 자연 냉각이 가능해 비상 상황 시에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 기존 원전과 달리 출력 조정도 용이해 전력 수요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대규모 공사 부지와 공정이 필요한 대형 원전과 달리 주요 설비와 구조물을 미리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설치도 가능하다. SMR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 수요 산업의 안정적인 ‘차세대 전원’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케머러 1호기는 지난 3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미국 최초로 SMR 첨단 원전 건설을 승인한 프로젝트다. 중국과 러시아에 이어 미국이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SMR의 가동과 상업화에 나섰다는 의미가 있다. 2024년 6월 와이오밍주에 SMR 실증 단지를 착공한 테라파워는 케머러 1호기 가동 목표를 2030년으로 잡았다.
SK이노베이션과 SK는 2022년 공동으로 테라파워에 2억5000만 달러(약 3820억원)를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SK이노베이션은 투자에 그치지 않고 테라파워의 첨단 기술을 국내 첫 4세대 SMR 건설에 활용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AI산업에 필요한 신규 에너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35년까지 국내 최초 SMR 건설을 추진한다. SK그룹이 반도체와 배터리, AI 등의 핵심 산업을 포괄하는 만큼 자체 에너지 생태계 구축에 들어간다는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은 테라파워와 협력해 아시아 시장에도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나트륨 냉각재를 기반으로 한 SMR 기술의 아시아 시장 독점권도 갖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테라파워의 미국 최초 첨단 원전 기술과 건설 경험을 한국 1호 4세대 SMR 프로젝트에 적극 활용하겠다”며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미래 산업의 전력난 해소는 물론, 한국이 글로벌 첨단 에너지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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