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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클릭은 놀이일까 노동일까

2026.06.05 09:00

[책과 세상]
안토니오 카실리 '로봇은 오지 않는다'
최저임금위원회 3차 전원회의가 열린 지난 4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이 적정 보수와 최저임금 적용 요구를 담은 현수막을 만들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세계경제포럼(WEF)은 최신 일자리 보고서에서 인공지능(AI)의 확산으로 노동시장이 대전환을 맞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흔히 알 듯 AI 때문에 실업이 늘어난다든가, 노동이 종말을 고할 것이라는 분석은 아니다. 많은 일자리가 없어지지만 대신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 일자리의 총량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로봇과 AI를 설계하고 데이터를 주무르는 극소수와 AI가 할 수 없는 일을 보완하는 저소득 노동자로 심각한 양극화가 일어난다는 점이다. 빅테크와 AI 산업의 가치는 이미 세계총생산의 20%에 달하지만 여기에 기여하는 노동자들이 얻는 경제적 이익은 3, 4%에 불과하다는 세계은행 보고서는 이 격차의 전조에 다름 아니다.

이탈리아 출신의 프랑스 사회학자로 디지털 노동 연구에서 선구적인 업적을 내고 있는 안토니오 카실리가 '로봇은 오지 않는다'에서 주목하는 것도 이 양극화 문제다. 저자는 글로벌 플랫폼의 하청 노동자들은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플랫폼에 개인 정보를 제공하고 이용 경험까지 적어 내는 소비자들의 기여는 어떻게 인정받고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저자가 말하는 '로봇'은 인간의 형상을 한 기계만이 아니라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소프트웨어" 일반을 의미한다. 이 중 가장 대중적이며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꼽았다. 책에 따르면 플랫폼은 생산자, 공급자, 소비자가 창출하는 가치를 포획해 그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다.

저자는 플랫폼을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우버 같은 온디맨드 서비스, 아마존 메커니컬 터크 같은 마이크로태스크 노동 조직, 페이스북이나 틱톡 같은 소셜미디어다. 노동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기사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으려 한 우버의 전략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건 극히 최근의 일이다. 게다가 우버는 어떤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운전자와 승객들이 만들어내는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자율주행차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아마존 메커니컬 터크는 전 세계에서 수십만 명의 마이크로태스크 노동자를 모집해 기계가 처리할 수 없는 동영상 필터링, 이미지 태깅, 문서 필사 등을 하도록 시키며 작업당 겨우 몇 센트의 보수를 지급한다. 이런 노동자의 수는 전 세계적으로 많게는 수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AI 자동화란 이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임금을 받으며 불안정한 노동 환경에 처해 있는 다수 인간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용자들이 플랫폼을 돌아가게 하고 확장시키는 대표적인 사례는 소셜미디어다. 아무 대가 없이 올린 콘텐츠는 결국 대형 광고 중개 기업들이기도 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 준다. 이들이 브랜드 콘텐츠를 확산시키기 위해, 웹사이트 순위를 높일 텍스트와 동영상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클릭 농장을 운영했다는 사실은 공유된 관심과 공감을 나누는 공간이 콘텐츠와 데이터 생산을 위한 공장으로 변모했음을 방증한다.

책의 주장과 달리 디지털 이용을 노동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저자는 디지털 노동을 가사 노동이나 양육 노동에 비유하며 반박한다. 가사 노동이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포장돼 오랫동안 정당한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것처럼 디지털 노동은 참여와 협업이라는 미명 아래 착취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런 구조를 바꾸기 위해 저자는 디지털 노동을 정식 노동으로 인정받고 온당한 배분을 받기 위한 집단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디지털 자산을 공유재로 자리매김해 플랫폼에 의한 상품화를 저지할 것도 제안했다. 무엇보다 디지털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 방안으로 플랫폼 과세를 통한 보편 디지털 소득 지급 제안에 눈길이 간다. 라이더 쟁의로만 익숙한 디지털 노동의 전모를 파헤쳐 이용자까지 포함한 노동 분배의 필요성을 주장한 역작이다.

로봇은 오지 않는다·안토니오 카실리 지음·변정수 옮김·이상북스 발행·519쪽·3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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