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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점'에 '재매각 추진'까지…홈플러스, 결국 '청산'으로 가나

2026.06.05 07:20

37개 점포 폐점·잔존사업부문 매각 동시 착수
브릿지론 협상 MBK 이행보증 거부로 '공회전'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 한 달…청산 우려 고조
그래픽=비즈워치
벼랑 끝에 몰린 홈플러스가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형마트 재매각에 착수한 데 이어 휴점 중이던 37개 점포 폐점이라는 강수까지 두기로 했다. 하지만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인 다음달 3일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운영자금 조달은 여전히 막혀 있다. 또 재매각 성사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홈플러스가 결국 청산 수순을 밟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또 수축하는 홈플러스

홈플러스는 지난 4일 노동조합에 공문을 보내 지난달 10일부터 영업을 잠정 중단한 37개 점포를 폐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점포의 책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진행하기로 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초 전체 104개 대형마트 중 실적이 저조한 37개 점포의 영업을 두 달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상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만큼 나머지 67개 핵심 점포에 상품을 집중 배치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는 설명이었다. 당시 홈플러스는 이를 일시적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한 달도 채 안 돼 폐점으로 방향을 굳혔다.

홈플러스가 무더기 폐점을 결정한 것은 현재 추진 중인 잔존사업부문 M&A를 염두에 둔 조치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매각에 성공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제외한 대형마트·온라인·본사 등 잔존사업부문을 통째로 매각하는 인가 전 M&A를 진행 중이다.

홈플러스가 37개 매장의 영업을 중단한 가운데 지난 5월 11일 경기도의 한 홈플러스에 영업중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홈플러스는 오는 7월 3일까지 전체 104개 대형마트 매장 중 기여도가 낮은 서울 중계·신내·면목·잠실점 등 37개 매장의 영업을 잠정 중단한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홈플러스는 노조에 보낸 공문에서 "인가 전 M&A가 성공하려면 핵심 매장의 영업을 정상화하고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부실 점포를 정리해 인수자의 재무 부담을 낮추고 매각 성사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적자 점포가 줄어들수록 잔존사업부문의 수익성이 개선돼 인수 매력이 높아진다는 논리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점포 폐점이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말이 나온다. 홈플러스는 잠정 휴점이라고 강조했지만 운영자금조차 바닥난 상황에서 두 달 뒤 다시 문을 열 수 있을지 처음부터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추가 폐점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홈플러스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지난달 29일 채권단에 설명한 수정 회생계획안에는 현재 휴업 중인 37개 점포의 폐점뿐만 아니라 10개 점포 추가 휴업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막힌 자금줄

홈플러스의 무더기 폐점은 현재 자금 공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하림그룹 계열사 NS홈쇼핑에 1206억원에 매각했다. 하지만 매각대금은 이달 말에야 유입될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그전까지 버틸 운영자금이 없는 상태다.

이에 홈플러스는 지난 4월 말부터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에 단기 브릿지론 지원을 요청했지만 아직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메리츠금융그룹과 MBK파트너스가 이 단기 대출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금융그룹은 100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 지원을 검토하면서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의 이행보증이 필요하다는 조건을 걸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이 이행보증 대신 홈플러스 관리인이자 MBK파트너스 부회장인 김광일 홈플러스 대표의 개인보증과 추가 담보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메리츠금융그룹이 이를 단칼에 거절한 후 협상이 좀처럼 진행되지 않고 있다.

홈플러스가 무더기 폐점을 결정한 4일 오후 홈플러스 본사가 위치한 강서점의 매대. 육류를 위한 냉장 진열대에 PB 주방용품 상품이 진열돼 있다. / 사진=정혜인 기자 hij@
DIP(긴급운영자금) 조달도 여전히 미완 상태다. 홈플러스가 당초 회생계획안에서 목표로 내세운 DIP 규모는 3000억원이었다. MBK파트너스가 긴급 투입한 1000억원은 이미 대부분 소진됐고 나머지 2000억원의 조달 방안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문제는 자금 조달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직원들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홈플러스는 이번에 폐점하기로 한 점포 직원을 대상으로 자산유동화 점포 지원 제도를 시행하고 희망퇴직 기회도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DIP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자금 조달이 불발되면 희망퇴직조차 진행되지 않아 폐점 점포의 직원들은 퇴직금도 받지 못한 채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믿을 건 매각뿐

자금 조달이 막힌 상황에서 홈플러스가 기댈 수 있는 건 잔존사업부문 매각을 성사시키는 것뿐이다.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최근 국내외 잠재 매수자들에게 투자 안내서를 발송하고 공개 입찰 절차에 착수했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를 보유하지 않은 제3의 기업이 홈플러스를 인수할 경우 즉시 업계 3위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이번에 부실 점포를 정리해 인수자 부담을 줄였다는 논리도 내세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오히려 홈플러스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점포 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매출 규모와 영업 기반이 축소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규모가 작아지는 것을 넘어 바이어 협상력 약화, 물류 효율 저하, 브랜드 인지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대형마트 사업의 경쟁력이 규모의 경제에서 나오는 만큼 점포가 줄수록 수익성 회복은 더 어려워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3일 오후 서울시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의 대자보가 붙어있다. / 사진=정혜인 기자 hij@
여기에 추가 폐점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인 만큼 인수자 입장에서는 인수 후 홈플러스를 정상 영업 궤도에 올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추가 투자가 필요할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실제로 잠재 매수자로 거론되는 주요 기업들은 모두 홈플러스 인수 의지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몸집이 줄어든 만큼 오히려 인수 부담이 낮아져 관심을 보이는 원매자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이런 식으로 매각이 성사되더라도 홈플러스가 온전한 형태로 회생하는 시나리오는 이미 멀어졌다는 목소리가 높다.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은 다음달 3일로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등을 이유로 법원으로부터 두 차례 시한을 연장받았다. 하지만 자금 조달과 잔존사업부문 매각 협상 모두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할 경우 법원이 회생절차를 폐지할 수 있다. 이는 결국 홈플러스가 청산한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대형마트로서의 매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상태"라며 "정상 영업 기반을 되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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