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관의 뉴스프레소] '부정선거' 빌미 안 주려다가 '음모론' 불지핀 선관위
2026.06.05 07:11
| ▲ 6월 5일 한겨레 7면 기사. |
| ⓒ 한겨레 |
1. '부정선거' 빌미 안 주려다가 '음모론' 불지핀 선관위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배경에 부정선거 음모론을 의식해 투표소에 잔여 투표용지를 최소화하려는 선관위의 조치가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4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송파구 선관위는 관내 전체 유권자 56만 5638명의 50%에 해당하는 약 28만 장을 인쇄하고도 투표소별 배정 물량의 10% 안팎을 선관위 내부에 예비용으로 남겨뒀다.
한겨레에 따르면, 송파구 선관위는 일부 부정선거론자들이 선거 후 남는 투표용지가 부정선거에 악용된다는 음모론을 제기해 온 것을 감안해 투표 종료 이후 투표소에 남는 투표용지를 최소화하려고 했다.
송파구의 본투표율은 선관위 예상치를 훌쩍 넘어섰지만 관내 146개 투표소 중 12곳에서만 용지가 모자랐을 뿐 나머지 134곳은 오히려 용지가 남거나 부족하지 않았다.
그러나 투표용지가 남는 곳에서 모자라는 곳으로 신속하게 이송·배분하는 체계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일부 투표소에서는 오후 1시부터 대기 줄이 생겼다.
사태의 후폭풍은 이튿날까지 이어졌다. 유튜버 전한길 등 부정선거론자 수백 명이 잠실7동 제2투표소를 이틀째 봉쇄하면서 투표함 2개가 개표소로 이송되지 못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의 당선 확정은 4일 오후 9시 30분에야 이뤄졌다.
선거 전 실시한 선관위 자체 유권자 의식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는 응답자가 78%에 달했는데도 대비를 소홀히 해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선관위가 피할 수 없게 됐다.
중앙일보는 예산과 집행의 괴리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선관위는 지자체로부터 전체 유권자의 1.1배가 쓸 수 있는 투표용지 예산을 받아갔지만 실제 인쇄는 절반에 그쳤다. 이에 대한 선관위 설명도 '부정선거 음모론'과 연계된다. 익명의 선관위 관계자는 "2022년 특정 정당 대표 지지자가 투표소에서 잔여 투표용지를 탈취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이후 잔여 투표용지를 줄이려 노력했다"며 "남은 예산은 지자체에 반납한다"고 해명했다. 정회옥 명지대 교수는 "선거 관리 실패가 부정선거 음모론을 더욱 키웠다"고 지적했다.
중앙선관위는 외부 전문가 위주의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해 사태의 경위 등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2. 김민석 후임 총리, 정성호 vs 강훈식
이재명 대통령이 김민석 국무총리 후임으로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뉴시스에 "이 대통령이 차기 총리 후보자로 강훈식을 내정한 것으로 안다"며 "이번 주 중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후보군에 두고 고심했으나, 강훈식을 낙점했다는 얘기다.
3선 의원 출신의 강훈식은 이재명 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대통령 전략경제협력 특사를 지내며 외교·경제 분야 경험을 쌓았다.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 과정에서 김부겸·김경수·조국 등 차기 주자들이 힘을 잃고 국민의힘 대권주자로 오세훈·한동훈 등이 부상하는 상황에서 70년대생인 강훈식 비서실장을 총리로 세워 차기 주자로 키우려는 여권의 계산과도 맞닿아있다.
강훈식이 총리 후보자로 최종 지명되면 청와대 참모진의 연쇄 개편도 이어질 전망이다. 후임 비서실장으로는 민주당 박성준·천준호·한준호 의원 등이 거론된다.
청와대가 강훈식 내정설이 '사실무근'이라고 하자 또 다른 사람을 지목한 기사도 나왔다.
조선일보는 정성호를 총리 후보로 지목하고, 이르면 7일 총리 지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뉴시스와 마찬가지로 조선일보도 취재원을 '여권 핵심관계자'로 표시했다.
정성호는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다. 다만 지난 3월 이 대통령 재판 관련 공소 취소를 검사들에게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인물로, 총리 지명 시 야권 공세가 예상된다.
정성호가 지명될 경우에는 법무부 장관 자리를 채워야 한다. 신문은 후임자로 대통령 관련 사건 변호를 맡은 적이 있는 민주당 박균택·이건태 의원 등을 거론했다.
김민석은 오는 9월 초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 대표 선거 출마를 위해 조만간 총리직 사의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3. 민주당 서울시장 패인, '부동산'이 전부는 아니다
집권 민주당은 6·3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선거 16곳 중 12곳을 이기는 압승을 거뒀지만, 서울시장 패배로 일격을 당했다. 익명의 여권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올림픽으로 치면 메달을 많이 따고도, 축구 한·일전에서 진 것 같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헌정 사상 첫 5선 서울시장이 된 오세훈의 최종 득표율은 49.15%. 민주당 정원오 후보(48.13%)와의 격차는 약 5만3000표였다.
한겨레가 익명의 민주당 의원 4명으로부터 패인을 들어봤다. 첫 번째 패인으로 꼽히는 것은 인물 경쟁력의 열세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한겨레에 "지지층 안에선 대통령이 선택한 후보란 점이 든든한 배경이 됐지만, 서울시민 눈엔 결국 대선주자급 현직 시장과 구청장의 대결 구도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소극적 캠페인도 패인으로 지목된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선거 기간을 통틀어 후보가 확 눈에 들어오지 않는 소극적 캠페인이 이어진 것도 한몫했다"고 지적했다.
익명의 지도부 의원은 "강남4구 표는 선거전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린 적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한강벨트에 있는) 성동구에서 인기가 좋았던 구청장이었으니 민주당에 불리한 부동산 공방이 격화돼도 타격이 작을 거란 기대가 있었으나 실제 결과는 달랐다"고 말했다.
선거 막판에 터진 조작기소 특검법 발의도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익명의 수도권 재선 의원은 "상대적으로 인물 경쟁력과 서사가 약한 후보란 점에서 우리 지지층은 정원오를 반드시 밀어줘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런 와중에 선거 한복판에 터져 나온 특검법은 중도층을 밀어내고 보수층에는 오세훈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이유로 다가갔을 것"이라고 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동아일보에 "대통령 지지율 등 구도는 민주당에 확실히 유리했으나 인물과 이슈에서 완패한 선거"라며 "정원오가 도전자의 자세를 취하지 않고 싸울 의지가 없는 듯한 안일한 모습을 보인 것이 막판 대역전을 허용한 근본적 원인"이라고 했다.
4. '샤이 보수' 놓친 방송3사 출구조사
6·3 지방선거 결과가 출구조사·여론조사 예측과 크게 어긋나면서 조사 무용론이 확산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는 정원오 민주당 후보 51.4%, 오세훈 국민의힘 당선인 46.0%로 정원오의 승리를 점쳤으나 실제 결과는 오세훈의 승리였다.
경남지사 역시 출구조사에서 김경수 민주당 후보(54.3%)가 앞서는 것으로 나왔으나 박완수 국민의힘 당선인이 51.28% 대 48.71%로 이겼다.
경합지 예측 오차도 마찬가지였다. 대구시장 선거도 초박빙을 예상한 출구조사와 달리 추경호 국민의힘 당선인이 53.92%로 김부겸 민주당 후보(45.05%)를 8.87%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경기 평택을 재보선에선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31.1%)를 1위로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3위로 분류됐던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34.83%로 당선됐다.
중앙일보가 물어본 전문가들은 '샤이 보수'의 응답 거부를 원인으로 꼽았다. 윤왕희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거치며 보수층 유권자가 전화 조사는 물론 현장 출구조사도 피하는 경향이 강해지며 숨은 표심이 늘었다"고 했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부정확한 조사가 대세론을 형성해 선거판을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사전투표 지형 변화도 출구조사 실패의 원인으로 꼽힌다. 공직선거법상 사전투표는 출구조사가 불가능해 여론조사 결과와 본투표 출구조사를 합산하는데, 보정 방식에 따라 결과값이 크게 달라진다. 박동원은 "과거에는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공식이 있었지만, 최근 보수층 사전투표 참여 증가로 공식이 깨졌다"고 설명했다.
여론조사업체 '꽃'을 운영하는 유튜버 김어준은 4일 방송에서 "출구조사 맞는 게 없었다. 제가 평택을, 부산 북갑 여론조사를 하면서 '우리가 했지만 믿을 수 없다. 지금까지 여론조사와 출구조사 방식에 아주 오래된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평택에서 당선된 유의동도 SBS 라디오에 "전화 받는 사람이 적다 보니 지역 민심을 그대로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5. 국민연금 고갈 시점 늦춘 '코스피 불장'
반도체·AI 증시 활황으로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이 최대 24년 늦춰질 수 있다는 전문가 추계가 나왔다.
지난달 20일 국무회의에서 현수엽 복지부 1차관이 고갈 시점이 2071년에서 2078년으로 늦춰질 것이라고 보고하자 이 대통령은 "보도를 보면 20~30년 늘어난다는데 한번 알아봐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전 한국연금학회장)는 조선일보에 올 연말 기금이 1850조원에 이를 경우, 내년부터 평균 수익률 5.5% 기준으로 고갈 시점이 당초 2071년에서 2095년으로 24년 늦춰진다는 추계 결과를 내놓았다. 2023년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위 위원장을 지낸 김용하는 "결과를 보고 나도 놀랐다"고 말했다.
평균 수익률 4.5%일 경우 2075년(11년 지연), 6.5%일 경우 2100년 이후까지 고갈이 늦춰지는 것으로 나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낙관론과 경계론이 엇갈린다. 장재혁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는 "청년들은 근거가 부족한 기금 고갈론에 불안해하지 말고 국민연금을 자신에게 최대한 유리하도록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일시적으로 급등한 미실현 기금 운용 수익에 취해 있다가 위기 상황이 오면 어쩌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꾸준한 리밸런싱과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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