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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권오혁]정동영의 ‘몽골 연설’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

2026.06.04 23:10

권오혁 정치부 기자
“우리는 대한민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미국과 중국 간 4자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점차 이 틀을 확대해 몽골, 일본, 러시아를 포함한 다른 동북아시아 국가들도 함께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4일 몽골에서 열린 울란바타르 동북아 안보 대화에서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4자 대화’를 제안했다. 정 장관은 과거 2005년 6자 회담의 9·19 공동성명을 언급하며 “이제 그 경험을 오늘날의 현실에 적용하고, 대화의 불꽃을 다시 지펴야 할 때”라고 했다.

정 장관의 ‘4자 대화’ 제안을 듣고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물음은 “어떻게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앉게 할 것인가”다. 이미 북한은 2023년 12월 말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공식화하며 한국 정부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4자 대화’의 성사는 북-미 대화 재개, 남북 간 최소한의 신뢰 회복, 과거 6자 회담의 의장국 역할과 같은 중국의 적극적 참여 등이 전제돼야만 가능하다.

정 장관은 4자 대화를 출발점으로 몽골, 일본, 러시아 등 국가들의 참여도 언급했는데 이런 협의체가 제대로 운영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과거 6자 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 구축을 논의하기 위한 최초의 제도화된 협의체로서 의미가 있었으나 결국 북한의 핵 보유 선언과 핵실험을 막지 못했다. 남북과 미·중·일·러 등 6개 국가가 2003년 8월부터 2007년 3월까지 여섯 차례 회담을 통해 뜻을 모아갔지만 각 국가의 이해관계가 애초에 크게 달랐다는 점도 실패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정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북한의 광역두만개발계획(GTI) 재가입도 촉구했다. 정 장관은 “이 구상의 성공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재참여에 달려 있으며, 그들은 이 구상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GTI는 동북아 지역의 경제 개발과 협력을 위해 출범한 다자 협의체로 현재 한국, 중국, 몽골, 러시아 등 4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창립 당시 참여했던 북한은 대북 제재에 대해 반발하며 2009년 탈퇴한 상태다. GTI가 남북 경협의 플랫폼으로 활용될 여지는 있다. 다만 중국이 주도하는 중국 동북지역 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들의 참여는 소극적이고 지금까지의 성과도 미미하다. 최근 중-러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북한과 함께 GTI 관련 협력을 지속한다는 언급이 있었지만 북한의 호응 여부는 불투명하다.

정 장관의 제안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는 GTI와 함께 ‘북극항로’ 협력과 ‘서울∼베이징 고속철도 연결’ 등 두 가지 구상을 함께 제안했다. 서울∼베이징 고속철도는 지난해 통일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창의적 방안’으로 언급한 뒤 올해 1월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 측의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고속철 프로젝트도 북한의 참여 없이는 진행이 불가능하고 대북제재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결국 정 장관이 제안한 여러 구상은 ‘북한의 참여’에 달려 있다. 하지만 비비언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교부 장관은 최근 방북을 마친 뒤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은 현재 미국이나 한국·일본과 의미 있는 대화 채널을 열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장관의 제안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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