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동맹 가치 잘 안다”…前주한美대사들, ‘반미정부’ 우려 일축
2026.06.05 06:22
골드버그 “이재명, 동맹 가치 잘 이해하는 뛰어난 정치인”
스티븐스 “반미주의라는 표현 자체가 시대착오적”
“친중 아니라 재균형”…전작권 전환에도 긍정적 평가
스티븐스 “반미주의라는 표현 자체가 시대착오적”
“친중 아니라 재균형”…전작권 전환에도 긍정적 평가
| 전직 주한미국대사인 필립 골드버그(오른쪽)와 캐서린 스티븐스(가운데)가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경제연구소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전직 주한 미국대사들이 이재명 정부를 ‘반미’ 또는 ‘친중’으로 규정하는 시각에 공개적으로 선을 그었다. 최근 미국 보수 진영 일각에서 제기된 “강경 좌파 성향의 이재명 정부가 한미동맹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직접 한국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반박에 나선 것이다.
직전 주한 미국대사인 필립 골드버그 전 대사는 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한미경제연구소(KEI)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무슨 급진 공산주의자 같은 사람이라는 식의 이야기는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나는 그를 직접 만나본 적이 있는데 그런 인상을 받은 적이 없다”며 “그는 뛰어난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진보 성향 정부들이 미국의 국제정책에 대해 상대적으로 덜 친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향은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이 대통령은 미국과의 동맹, 특히 미국의 핵우산이 갖는 가치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역과 투자 문제처럼 어려운 사안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협력하려고 노력해 왔다”며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에서 제기된 우려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발언은 최근 미국 보수 진영에서 제기된 이재명 정부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WSJ은 지난 1일 외부 기고문을 통해 오산 공군기지 압수수색 논란과 쿠팡 개인정보 유출 수사,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기밀정보 발언 논란 등을 거론하며 한미동맹에 대한 위협이 커지고 있다는 주장을 실었다.
특히 해당 칼럼은 이재명 정부가 중국에 기울어질 가능성과 한미 안보협력 약화를 우려하는 내용을 담아 워싱턴 외교가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두 명의 전직 주한 미국대사는 이러한 해석이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캐슬린 스티븐스 전 대사는 “한국에서 한미동맹에 대한 초당적 지지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 역시 한국 국민 다수가 강력한 한미관계를 원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반미주의와 특정 정책에 대한 반대는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한국 정치를 설명하면서 반미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시대착오적으로 들린다”고 지적했다.
전직 대사들은 이재명 정부의 대중국 정책에 대해서도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윤석열 정부가 중국에 대해 비교적 강경한 입장을 취했던 반면 이재명 정부는 중국과의 외교 공간을 확대하려 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를 친중 정책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워싱턴의 일부 사람들이 보는 것처럼 본격적인 친중 정책이라기보다는 재균형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이른바 ‘안미경중’ 전략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한국이 보다 실용적인 외교 노선을 모색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방위비와 무역 문제에서 더 강한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한국 역시 외교적 선택지를 넓히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에 대해서도 비교적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변화가 있다면 그 변화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잘 관리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적절한 시기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작권 전환이 성공하려면 한미 양국 간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로의 공약에 대한 신뢰와 확신이 바탕에 깔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도 전날 하원 청문회에서 한국 정권 교체와 관련해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때로 미국의 국익에 더 우호적인 지도자가 선출되기도 하고 다른 관점을 가진 지도자가 선출되기도 한다”며 “그것이 민주주의 국가를 상대할 때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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