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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본투표 50%' 지침 첫 도입, 용지 대란 트리거였다

2026.06.05 05:01

외부 요인 아닌 선관위 자체 판단이 일 키워
2022년 지선 땐 60% 하한선…10%p 낮춰
막판 보수 결집·사전투표 거부 등 변수 놓쳐
서울청 광수대, 노태악 선관위원장 수사 착수
도태우 변호사 등은 헌법소원·가처분 준비
6·3지방선거일이 하루 지난 4일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마련된 송파구 개표소에 개함이 안된 잠실7동 제1투표소 투표함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번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본투표 용지 인쇄 기준을 '전체 선거인 수의 50%'로 스스로 낮췄던 사실이 확인됐다. 전례 없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터진 원인이 외부 변수가 아닌 선관위의 자체 지침 하향에 있었던 셈이다. 이 결정이 '용지 대란'의 방아쇠를 당겼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선관위 책임론도 거세지고 있다.

5일 CBS노컷뉴스는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을 통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종합관리지침'을 확보했다. 여기에 더해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2022년 3월 20대 대통령 선거, 2024년 4월 22대 국회의원 선거, 2025년 5월 21대 대통령 선거 등 앞선 네 번의 선거에서 활용된 중앙선관위 지침도 함께 입수해 비교 분석했다. 이를 통해 '50% 하한' 기준이 이번 선거에서 처음 도입된 전례 없는 조치였음이 파악됐다.

해당 지침에는 "선거일 투표용지 인쇄 매수는 예상 사전투표율 및 최근 선거의 투표율 등을 감안해 축소 인쇄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위원회 의결로 선거인수 50%(하한)를 기준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AI 생성 이미지

20대 대선·21대 대선·22대 총선의 본투표 용지 최소 인쇄 기준은 70%, 2022년 8회 지선은 60%였다. 이번 선거에서 기준을 10%포인트(p)가량 낮춘 조치가 용지 부족 사태로 직결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서울 자치구별 준비율을 취재한 결과, 지역 선관위들의 대응은 엇갈렸다. 강북구·관악구·마포구 등은 중앙선관위의 하향 지침에도 불구하고 기존 관행대로 60% 기준을 유지했다. 서울의 한 자치구 선관위 관계자는 "사전투표 30%, 본투표 60% 기준으로 용지를 준비했다"며 "중앙선관위 지침이 내려왔지만 기존에 해오던 관행대로 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송파구 등은 지침대로 50%만 인쇄했다가 화를 키웠다. 해당 선관위는 "높은 사전투표율을 고려해 잔여 용지 낭비를 막고자 보수적으로 기준을 잡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엔 과거 통계로는 포착할 수 없는 변수가 있었다. 보수·극우 성향 유권자들 사이에서 사전투표 조작 의혹, 이른바 '부정선거론'이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본투표장을 직접 찾겠다는 움직임이 커진 것이다. 여기에 선거 막판 보수 진영의 대결집까지 맞물리면서 본투표 수요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렀다. 선관위가 이 같은 유권자 행태 변화를 읽지 못한 채 과거 수치에만 기댄 것은 단순한 수요 예측 실패가 아니라 구조적 판단 부재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 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됐던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서 지난 4일 투표함 반출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50%만 인쇄한 송파구의 사전투표율(23.30%)은 60%를 준비한 마포구(24.66%)보다 오히려 낮았다. 송파구 사전투표율은 2022년 21.41%에서 1.89%p 상승했지만, 이번 선거에서 전체 투표율이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서울 자치구 중 송파구의 사전투표율 순위는 2022년 12위에서 올해 20위로 떨어졌다. 높은 사전투표율 때문에 본투표 용지 준비율을 낮춘다는 전제 자체가 빗나간 셈이다. 중앙선관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현행 투표용지 인쇄 기준의 적정성을 전면 재검토하고 관련 지침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신속한 진상규명에 나섰다. 서울경찰청은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가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을 직권남용·직무유기·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광역범죄수사대에 배당했다. 경찰은 고발장 내용을 토대로 법리를 검토한 뒤 고발인 조사 등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헌법재판소에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선거일 투표용지 부족 위헌확인' 헌법소원 사건이 접수됐다. 또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으로 참여했던 도태우 변호사는 '투표용지 수량관리 장부 부재는 위헌'이라는 내용의 헌법소원과 가처분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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