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 하일”… 재즈 들으며 나치에 맞선 독일 청년들
2026.06.05 02:37
송화숙 지음
창비, 1만5000원, 220쪽
재즈에서 시작해 록, 디스코, 레게, 힙합까지 대중음악의 역사를 20세기 현대사와 엮어 흥미롭게 풀어내는 책이다. 장르의 변천 과정에서는 언제나 젊은이들의 저항과 비판 정신이 숨어 있었다. 저자는 “세상을 바꾸는 가장 유쾌한 반항은 언제나 지금 이 순간의 즐거움에 시작된다”고 말한다.
나치 치하의 1930년대 후반 독일에는 ‘스윙 유겐트’라고 불리는 청춘 문화가 있었다. 나치 정권은 미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재즈 음악을 ‘퇴폐 음악’으로 규정했다. ‘흑인의’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특성이 묻어난다는 이유였다. 재즈 방송을 금지했고 재즈를 듣는 것도 처벌 대상이었다. 억압은 갈망을 불러왔다. 독일의 청년들은 당시 유행하던 재즈, 그중에서도 스윙을 즐겼다. 지하 비밀 클럽에 모여 듀크 엘링턴이나 베니 굿맨의 음악을 듣고, 리듬에 맞춰 온몸을 흔들었다.
이들 스윙 유겐트는 나치가 청소년을 통제하기 위해 조직한 ‘히틀러 유겐트’와 대척점에 서 있었다. 단정한 외모와 복장의 히틀러 유겐트와 달리 스윙 유겐트들은 남자의 경우 미국 갱스터 영화에 등장하는 ‘터프가이’ 패션과 헤어스타일을 모방했고, 여자들은 짙은 화장을 하고 다녔다. 나치식 경례인 ‘하일 히틀러’를 풍자하며 ‘스윙 하일’이라고 인사를 나눴다.
저자는 “스윙 유겐트가 대중음악사 전체를 관통하며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핵심적인 사실 하나를 각인시켰다”고 말한다. 바로 “누가 연주를 잘하고 누가 좋은 음악을 만들었나보다 중요한 건 누가 이 음악을 죽도록 좋아하고 듣고 따라 하고 결국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는가”라는 사실이다.
때론 저항의 정신은 변질되기도 했다. 록은 1960년대 자유와 저항, 평화를 떠올리게 만드는 청년 운동의 상징이었다. 록 음악계에서는 1970년대 말 성 소수자의 음악에서 시작돼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를 통해 주류 문화를 장악한 디스코가 눈엣가시처럼 비쳤다. 미국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록이 아닌 디스코를 틀기 시작하면서 록 전문 디제이들은 하나둘 실직으로 내몰렸다. 방송에서 늘 “디스코는 쓰레기다”라고 외쳤던 디제이 스티브 달은 기괴한 이벤트를 기획한다. 바로 미국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홈구장 코미스키 파크에서 열리는 화이트삭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경기에 디스코 음반 한 장을 가져오면 0.98달러(일반 입장권의 4분의 1 가격)로 경기장에 입장할 수 있게 하는 ‘디스코 폭파의 밤’이었다.
1979년 7월 12일, 디스코 불만이 가득했던 록 음악 팬들은 갖고 온 디스코 음반들을 불태웠다. 저자는 “공포감과 두려움 그리고 혐오를 보여 주는 극단적인 사건이었다”며 “저항과 진보를 상징했던 음악이 억압과 파괴, 폭력의 상징이 됐다”고 말한다.
미디어 기술의 변화와 궤를 같이하는 20세기 대중음악의 변천 과정도 정리할 수 있다. 19세기 후반 축음기의 발명과 녹음 기술의 발전은 블루스, 재즈, 디스코 등 악보에 담지 못했던 다양한 음악 장르가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라디오의 등장은 바야흐로 대중음악의 시대를 열었다.
미디어 기술은 음악을 즐기는 방식도 재정의했다. 1979년 출시된 워크맨은 함께 듣던 음악을 사적인 경험으로 전환했고, 1981년 MTV 개국과 함께 본격화된 뮤직비디오는 시청각이 결합된 새로운 향유 방식을 제시했다.
‘창비 청소년 문고’의 46번째 책이지만 청소년만 읽으라는 법은 없다. 격동의 20세기를 통과하며 대중음악과 함께 성장해 온 성인 독자들도 깊은 향수와 인문학적 통찰을 얻을 수 있다. 7개의 장이 시작할 때마다 각 장르의 대표곡들을 정리한 ‘플레이리스트’를 찾아 들으며 읽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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