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옷 입은 복음, 세상에 자연스레 다가갈 수 있어”
2026.06.05 03:09
‘올해의 문화사역’ 부문 수상
순복음강남교회 이장균 목사
문화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자 사람의 마음을 열고 서로를 연결하는 가장 강력한 언어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사회적 역할에 대한 깊은 고민 속에서 ‘따뜻한 문화’를 매개로 가장 낮은 곳에 다가가 소통의 문을 열어가고 있다. ‘2026 국민미션어워드’에서 ‘올해의 문화사역’ 부문을 수상한 순복음강남교회(이장균 목사)가 그 주인공이다.
이장균 목사는 이번 수상에 대해 “현장에서 묵묵히 애쓰는 모든 기독교 문화사역자들을 대신해 받은 격려”라며 “겸손한 마음으로 세상과 호흡하는 문화사역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최근 서울 강남구 교회 집무실에서 만난 이 목사는 교회와 문화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들려줬다.
‘복음’ 세상 문화에 스며들어야
이 목사는 한국 교계가 교회와 문화를 지나치게 분리해 바라보는 현실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유럽은 문화가 기독교적 토양 위에 세워져 있어 믿지 않는 이들도 교회를 문화유산처럼 찾지만 한국교회는 문화적 자산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회와 문화는 독립된 것이 아니라 사실상 하나”라며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신 것처럼 교회도 복음을 전할 때 문화의 옷을 입고 세상 속에 스며들어야 사람들에게 더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목사는 리차드 니버의 저서 ‘그리스도와 문화’를 언급하며 현대 교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으로 ‘문화를 변혁하는 그리스도’를 제시했다. 그는 “대중음악의 뿌리가 가스펠(흑인 영가)이고 클래식 음악의 원류 역시 교회 음악”이라며 “현대 문화의 중요한 토대는 결국 교회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한국 대중문화에도 교회가 선도적 역할을 했던 역사가 있습니다. 과거 경동교회 ‘문학의 밤’은 청년 문화가 싹트는 장이었지요. 지금은 교회가 세상의 속도를 뒤쫓는 형국이지만, 여전히 복음이 문화를 매개로 할 때 세상 속에서 큰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목사는 크리스천들이 대중문화 전반에서 ‘문화 선교사’로 활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화 음악 미디어 스포츠 등 각자의 자리에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때 복음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영화감독이 기독교 세계관을 지녔다면 세트장에 십자가 하나를 걸 수 있듯 세상 속 크리스천들을 통해 대중은 자신도 모르게 복음과 접촉하게 된다”며 “복음은 거창한 방식보다 삶 속에 스며들 듯 전해질 때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지역 품은 문화사역
순복음강남교회는 다양한 문화사역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강남구청과 함께 진행한 ‘이웃과 함께하는 음악회’도 대표적이다.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를 교회 공간에서 열어 교회에 익숙하지 않은 주민들도 자연스럽게 교회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목사는 “예배에 초청한 것이 아니라 음악회로 문을 열었더니 많은 이들이 찾아와 ‘교회가 이렇게 따뜻하고 열린 공간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며 “문화는 교회와 지역사회를 잇는 훌륭한 접촉점이 될 수 있고 교회가 문턱을 낮추고 환대하고 베풀 때 사람들의 마음도 열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교회 주변에 조성된 벚꽃길도 관심을 모은다. 이 목사는 “교회 한 집사님이 구의원으로 활동하며 역삼로 일대에 벚나무를 십자가 형태로 심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실제로 조성됐다”며 “몇 년 뒤 나무가 자라면 거대한 ‘벚꽃 십자가 길’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이를 두고 “한 그리스도인의 섬김이 지역 주민들의 일상 속에 위로와 아름다움으로 스며들었고, 이는 문화사역을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순복음강남교회의 문화사역은 폭넓다. 지역 음악 활동과 한국 고전무용단 운영, 의료선교 등 다양한 영역에서 펼쳐진다. 대학청년부는 매주 토요일 강남역 일대 취약계층을 섬기고 있으며 비신자 청년들이 교회에 다가올 수 있도록 풋살 헬스 필라테스 등 스포츠를 통해 소통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이 목사는 “문화사역의 본질은 일회성 행사에 있지 않고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로 세상을 섬기는 데 있다”며 “섬김 자체가 기독교 문화를 확산하는 힘이며 소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위로와 회복, 공동체적 의미를 전하는 문화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세대 문화로 먼저 다가가야
강남순복음교회는 지난달 1일 국민일보와 공동으로 기독 청년 집회 ‘갓플렉스(GodFlex)’를 개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목사는 “고령화되는 한국교회 현실 속에서도 많은 청년과 중고등학생들이 예배당을 찾아와 자신의 고민을 자유롭게 나누고 소통할 수 있었다는 점이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세대와 지금 MZ세대가 청소년기에 겪는 본질적인 고민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절감했다”며 “다음세대가 교회 안에서 마음을 열고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것 자체가 큰 의미”라고 덧붙였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표현 욕구도 강한 청년들을 기존 틀로 억누르기보다 지금의 선택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올바르게 안내하는 것이 교회와 어른들의 역할이 아닐까요. 교회에 와본 경험조차 없는 젊은 세대가 많은 시대에 교회가 청년이 없다고 한탄하며 기다리기보다 그들이 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이 목사는 다음세대 사역에서 체험과 일상의 문화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는 “아이들은 직접 경험할 때 잠재력과 창의성이 살아난다”며 “교회학교도 주입식 교육을 넘어 다양한 문화와 체험의 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순복음강남교회가 딸기농장 체험과 야외 문화학습 등을 꾸준히 진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아가 이 목사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청소년 e스포츠(LoL) 대회’ 개최를 교계에 제안했다. 청소년층의 주류 문화인 게임을 기독교적 울타리 안에서 건강하게 즐기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 목사는 “음지에 머물던 아이들의 놀이 문화를 교회가 양지로 이끌어야 한다”며 “전국적인 대회를 열어 장학금 등으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 준다면 세상의 문화에 익숙한 MZ세대에게 교회가 가장 친숙하고 안전한 소통 창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세상 움직이는 ‘섬김의 문화’
“교회는 세상 속으로 스며들어야 합니다.”
이 목사는 인터뷰 내내 한국교회가 더 이상 담장 안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 ‘거인의 정원’에서 거인이 벽을 허물었을 때 정원에 봄이 찾아왔듯 교회 역시 세상과의 담장을 허물고 낮은 곳으로 내려가 주민들의 삶 속에 스며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문화사역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분명하다. 과거 한국 사회에 복음이 처음 들어왔을 때 교육과 의료의 길을 열며 사회 발전에 기여했던 것처럼, 오늘날의 교회 역시 세상과 어우러지고 연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한국교회가 문화사역을 지나치게 거창하게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덧붙였다.
이 목사는 “규모가 작은 교회라도 성도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볼링을 치고 게임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며 “다음세대가 열광하는 문화를 교회가 포용하고 함께 경험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독교 문화의 진정한 뿌리는 섬김에 있다. 더 힘들고 소외된 곳을 찾아가는 섬김의 문화야말로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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