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보다 높은 ‘3고’…낮은 곳부터 덮친다
2026.06.04 20:29
17년 만에 1530원대 환율로 개장
“난방·재료·인건비 등 비용 뛰어”
금리 인상 땐 가계부채 부담 증가
영세 자영업·서민에 피해 집중
“양극화 심화 우려…지원 늘려야”
서울 관악구에서 김치찌개 식당을 운영하는 유모씨(68)는 4일 “중동전쟁 후에 난방비가 오르니 비닐하우스 야채 값이 오르고, 돼지고기 값이 뛰고, 계란값도 크게 올랐다”면서 “인건비와 임대료를 포함해 비용은 다 오르는데 경기가 어려우니 찌개 값을 갑자기 올리기도 곤란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 마포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A씨는 “환율 때문에 수입하는 재료가 가파르게 오른다”며 “쥐포나 아귀포는 박스당 3만~4만원 오른 것 같다”고 토로했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3고’ 고통이 영세 자영업자와 서민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3고’의 파고는 코로나19 사태 때보다 높아 반도체 호황에 가려진 성장의 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금리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정부의 취약계층 지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는 1530.0원으로 시작해 1529.7원으로 마쳤다. 전 거래일 종가보다 13.3원이 올랐다. 야간 거래에서는 한때 1540원을 돌파했다. 이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10일(장중 1561.0원) 이후 17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13거래일 연속 1500원대에 머물며 조금씩 상승하는 추세다. 정부는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18거래일 연속 하루 평균 3조원 이상씩 주식을 팔며 달러 수요가 폭증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물가도 오르고 있다. 지난 2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3.1% 올라 지난 1·2월 2.0%, 3월 2.2%, 4월 2.6%에 이어 상승폭을 키웠다. 중동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으로 석유류 가격은 24.2%나 급등했다.
여기에 주요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금리의 상단은 연 7%를 넘어 8%에 가까워지고 있다. 신용대출 금리도 6%에 육박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7월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한은은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대출 이자 부담이 3조2000억원 늘어난다고 추산했다.
문제는 3고로 인한 고통도 양극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거나, 억대 성과급을 받았거나 달러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은 3고의 어려움을 체감하지 못할 수 있다. ‘역대급’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 코스피 급등, 경제성장의 수혜를 직접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씨나 A씨처럼 수입 물가 상승에 직면한 자영업자들, 소득이 많지 않은데 전세대출·신용대출이 있는 청년들, 식비와 냉난방, 교통비 비중이 큰 저소득층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 타격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코로나19 영향이 있던 3년 전보다 지금이 물가도, 환율도, 금리도 더 높다”며 “경제 주체들이 느낄 고통은 그때보다 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앞으로 기준금리가 오르면 가계부채가 많은 차주들의 고통이 커질 것”이라며 “성장의 과실은 일부에게 돌아가는데 곡소리는 다른 쪽에서 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앞으로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양극화가 올 것”이라며 “정부는 근로장려세제와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기존의 좋은 제도를 과감하게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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