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련의 시시각각] 누가 개미의 탐욕을 부추기는가
2026.06.05 00:17
압권은 황 CEO가 잠실 야구장에서 두산 유니폼을 입고 시구한다는 소문 하나로 두산그룹 상장사 주가가 일제히 급등한 대목이다(정작 시구 계획이 발표된 4일엔 하락). 그간 AI 붐에 꿈쩍 않던 LG전자·네이버 주가도 황과의 삼겹살 회동 소식 하나로 치솟았다. ‘젠슨 황과의 만남=AI 수혜주’라는 내러티브에 빠진 개인투자자들, 그런 개미들을 노리는 단타족이 뒤엉켜 만든 변동성이었다. 그 며칠간의 시장을 지배한 건 AI에 대한 기대라기보단 돈을 향한 탐욕이었다.
엔비디아와 함께 기업 가치가 급등한 ‘삼전닉스’ 보유국이니 이 정도 과열은 감당해야 하는 걸까? 한국만 그런 게 아니고, 미국 증시도 비슷하지 않냐고?
글쎄다. 누군가에겐 단기 차익이 수시로 가능한 도파민 시장이겠으나, 개인투자자 특히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 개미들에겐 지옥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정부가 이 불장에 기름을 더 부었다. 지난달 말 ‘단일 종목’(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이익률 2배 추종 ETF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시됐다. 홍콩 증시의 유사 ETF로 자본이 빠져나가는 걸 막겠다고 정부가 허용했다. 결과적으로 반도체 투자 쏠림은 더 심해졌고, 하루에도 손바뀜이 두 번 이상 일어나는 이들 ETF 때문에 코스피의 변동성도 더 심해졌다. 이게 정말 개미들에게 기회의 시장인가.
한국 개미들의 투자 열기는 반도체 호황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다. 1년 전 이재명 정부 출범 때부터 부동산에 묶인 돈을 증시로 끌어오겠다고 한 여권의 2연속 상법 개정과 부동산 대출 규제의 역할이 컸다. 게다가 개미들의 믿음대로 국민연금은 리밸런싱을 미루고 국내 투자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행여 개미들의 투자심리를 꺾을까 우려해서인지 정부는 주식 거래 차익에 대한 과세(금융투자소득세)를 재검토할 의지도 없어 보인다. 근로소득의 가치는 점점 더 초라해지고 있건만, 진보를 자처하는 정권의 과세 형평 기준은 이렇게나 선택적이다.
정부의 촘촘한 설계 위에서 코스피는 이제 9000을 바라본다. 그러나 행복한 이들은 소수다. 돈을 벌었든, 못 벌었든 대다수 개미는 불안에 찌들어 산다. 삼전닉스에 지나치게 쏠린 코스피(전체 시총의 50%), 역대 최대 규모의 주식 빚투(38조원)와 공매도(22조원) 등 이젠 탐욕이 과열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는 신호가 즐비하다.
그런데 대통령은 ‘반도체 빼면 코스피는 4100’이란 증권사의 분석 보고서를 전한 기사를 두고 “반도체를 빼도 4100이나 된다고 해야 한다”며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현 시장의 불균형을 분석한 보고서일 뿐인데, 그조차 듣기 싫다는 말인가. ‘이번은 다를 것’이란 시장의 낙관주의에 조금이라도 균열을 낼 만한 신호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독선으로 보인다.
문제는 시장에 반론이 허락되지 않는 순간 모두 다 함께 탐욕의 다음 단계로 빨려들어갈 수 있다는 데 있다. 17세기 튤립 버블부터 1929년 대공황, 2000년 닷컴 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탐욕이 절정에 이른 이후 시장엔 언제나 공포가 찾아왔다. 과거를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우리가 지금 버블 사이클 어디쯤 서 있는지 모르겠다면 지나친 낙관도, 비관도 금물이다. 정부는 조용히 거품 요소를 점검하고 금융 약자를 챙겨야 한다. ‘경제의 혈액과도 같은 신뢰가 사라지는 방식은 서서히 그러다 갑자기’ 찾아오고(앤드루 로스 소킨, 『1929』), 언젠가 버블이 터진다면 개미들이야말로 가장 오랫동안 가장 극심하게 고통을 겪어야 할 이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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