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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금융당국 ‘제재 불복’ 줄소송… 과징금 환급액 눈덩이

2026.06.04 17:53

2025년 45건… 4년새 2배 급증

BNP파리바 등 불법공매도 관련
수백억대 과징금 불복 소송 대기
최근 금융사들 징계 취소송 승소
잇단 패소에 환급액도 35억 돌파

법원, 사후 결과 중시 관행에 제동
금감원 홍콩 ELS 과징금 절반 감경


금융당국이 내린 징계가 법원에서 잇달아 번복되면서 금융사에 돌려준 과징금 환급액이 올해 벌써 35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3년간 환급액보다도 많은 수치다. 제재에 불복하는 행정소송 건수도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법원은 사후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는 당국의 관행에 제동을 걸고 있다. 사법부의 판단이 엄격해지는 기류 속에 금융감독원은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관련해 당초 은행권에 예고했던 수조원대 과징금 액수를 대폭 삭감했다.
 
4일 금융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금융당국 제재에 불복해 제기된 행정소송 신규 접수 건수가 2022년 23건에서 2023년 26건, 2024년 36건, 2025년 45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올해도 1∼5월 사이 16건의 소송이 새로 접수됐다. 당국의 최종 패소나 제재 취소 판결 등에 따라 처분 대상자에게 돌려준 과징금 환급 총액 역시 큰 폭으로 늘었다. 과징금 환급액은 2022년 1억800만원에서 2024년 6억3700만원, 2025년 7억8900만원으로 늘었다. 올해 들어선 불과 5개월 사이 35억6300만원으로 폭증했다.
금융위원회. 뉴시스
◆수백억대 불복 소송 줄줄이
 
문제는 향후 법원의 판결에 따라 과징금 환급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BNP파리바(190억5700만원)와 크레디트스위스(271억원) 등 글로벌 금융사에 부과한 대규모 불법 공매도 과징금 소송이 법원에서 줄줄이 대기 중이다.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로 118억8000만원의 과징금을 받은 시타델증권이 1심에서 승소하며 당국의 제재 논리가 한 차례 무너진 상태다. 진행 중인 수백억원대 소송 중 한 건이라도 취소 판결이 확정될 경우 당국의 과징금 환급액은 크게 불어난다.
 
불복 소송과 과징금 환급 증가는 제재의 타당성을 엄격하게 따지는 최근 법원의 판결 흐름과 맞물려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4월 두나무가 금융정보분석원을 상대로 낸 영업 일부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며 “금지 의무만 선언하고 이행 기준은 제시하지 않으면 규제당국의 자의적 법 집행 가능성으로 이어진다”고 규제 공백을 지적했다. 특정금융정보법 위반 등을 이유로 영업일부정지와 과태료를 부과받은 빗썸과 코인원에 대한 제재 효력도 모두 정지됐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관련해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으로 직무정지 3개월 및 문책경고를 각각 받았던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와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사장도 징계 취소소송에서 모두 최종 승소했다. 박 전 대표 사건에서 법원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 마련 정도에 대해 지엽적이고 세부적인 부분까지 요구하게 되면 처분청에서 제재 범위를 무한정 넓힐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잇단 패소에 신중해진 당국
 
사법부의 이런 제동 기류를 의식한 당국도 대규모 금융 조치안의 최종 확정을 앞두고 전례 없이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금감원은 이날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ELS 불완전판매 사태와 관련해 5개 은행에 부과할 과징금을 6000억원 수준으로 대폭 삭감했다. 은행권의 위반 동기와 방법 등 위험 수준 ‘하’로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월 금감원은 1조4000억원 규모의 과징금 제재안을 의결해 금융위에 넘겼으나, 금융위는 지난달 중순 안건상 일부 사실관계와 적용 법령 및 법리를 보완하라며 조치안을 금감원에 반려했다. 중징계 처분이 법정에서 줄줄이 무효가 되는 상황을 고려, 향후 피조치기관의 불복 소송 가능성에 대비한 법적 방어권을 탄탄히 다지라는 취지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건 규모가 크고 새롭게 적용되는 쟁점이 복잡할수록, 처분에 앞서 사실관계를 철저히 재확인하고 법리 적용을 꼼꼼히 다시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제재 대상에 오른 은행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은행 관계자는 “그간 은행권이 고객 피해 회복을 위해 기울여 온 노력들이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위의 최종 제재 수위 결정 이후 은행들이 불복 소송에 나설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김상훈 의원은 “금융사고 방지와 투자자 보호라는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법적 근거가 부실한 사후적 중징계는 사법부에서 외면받을 것”이라며 “가상자산 등 신산업에는 사전에 명확하고 정교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전통 금융권에는 결과론적인 책임 지우기가 아닌 법치에 기반한 정밀한 제재 시스템을 재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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