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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경 칼럼] 부산 시민은 지역 발전에 투표했다

2026.06.04 18:14

부산 시민의 선택은 민주당 전재수
몰락하는 지역 일으킬 마지막 희망
해양수도 부산에 간절한 열망 투영

7월 1일 취임 전 구체적 전략 제시
널리 인재 구하고 시스템 만들어
북극항로·해양수도권 꿈 실현하길


6·3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혔던 부산시장 선거전이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치열한 접전 끝에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를 2.6% 포인트 차로 따돌린 결과다. 이로써 지역의 명운이 걸린 지선도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전재수, 박형준, 그리고 개혁신당 정이한 후보에게 축하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4일 새벽 접전 양상으로 이어지던 승부의 무게 추가 자신에게 기울자, 전재수 당선인은 “변화를 선택하신 부산 시민들의 뜻을 무겁게 받들고 열심히 일하고, 일하고, 또 일하겠다는 다짐의 말씀을 드린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기쁨보다 먼저 가슴 한편이 무너져 내린다”고 했다. 부산 유일의 민주당 국회의원 지역구 북갑이 한동훈 무소속 후보에게 넘어가고 많은 민주당 후보가 낙선한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당선 소감을 전하는 그의 표정 또한 들뜨거나 흥분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고 엄중함마저 느껴졌다.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으로 정치에 입문한 후 줄곧 부산에서 정치 이력을 쌓은 그에게 시장 당선은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2006년 북구청장에 처음 도전했을 당시 지역 정치의 벽을 실감해야 했다. “밤에 호프집을 돌며 선거운동을 하다 멱살 잡혀 이리저리 끌려다니기 일쑤였고 새벽에 집에 들어가면 어머님이 떨어진 셔츠 단추를 꿰매는 것이 일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그렇게 18대 19대 총선에서도 내리 낙선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바닥에서부터 꾸준히 지지율을 쌓아 올리며 20대 총선에서 현역 의원을 꺾고 국회에 입성했다. 그렇게 다진 내공으로 북갑에서 내리 3선을 하며 22대 총선에서는 부산에서 생존한 유일한 민주당 국회의원으로 화제를 모았다. 주민들은 “국회의원하기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사람이다”며 지역 밀착형 정치인으로 그를 평가했다. 정치를 하려면 전재수처럼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회자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국정 지지율과 국힘에 대한 실망으로 유리한 정치 환경이 조성된 탓도 있지만 막판 초접전 양상으로 전개된 선거전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이런 정치력에 힘입은 바가 크다. 서울시장에 오세훈, 경남도지사도 박완수 국힘 후보가 당선된 걸 생각하면 그의 승리가 갖는 의미와 무게감이 결코 가볍지 않다.

이런 전재수 개인의 경쟁력을 감안하더라도 부산시장 선거 결과는 지역의 변화와 발전을 바라는 시민의 간절한 열망이 반영된 결과라고 봐야 한다. 시민들은 지방자치 30년에도 불구하고 가속화하는 수도권 쏠림과 지역 소멸 위기 앞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가 내건 해양수도 부산이라는 비전에 희망을 걸었다. 무능이 아니라 유능, 말꾼이 아니라 일꾼이라는 그의 프레임에 설득당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재명 정부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해수부 부산 이전을 속도감 있게 해낸 추진력도 작용했다.

이제 그는 후보가 아니라 당선인으로 시민 앞에 서게 됐고 7월 1일 시장에 취임해 민선 9기 시정을 이끌어야 한다. 후보 시절 ‘전재수를 뽑으면 부산이 바뀐다’고 했던 약속을 증명해야 하는 시간이 시작된다. 시민 기대를 생각하면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부산 몰락을 국힘 장기 집권 탓으로 돌렸지만, 스스로도 알다시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구조적 불균형 해소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2018년 부산 시민들은 변화를 열망하며 지방 권력을 민주당에 통째로 내줬지만, 어떤 희망도 보여주지 못했다. 심지어 이번 지선 결과는 당시보다 더 악조건이다. 구청장, 군수의 절반 이상이 국힘이고 시의회도 국힘이 압도하는 여소야대다. 5극 3특에 기반한 해양수도권 완성을 위해서는 부울경 통합이 필요한데 경남도정은 국힘이 장악했다. 하지만 이런 열악한 정치 지형을 뚫고 그가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 해양수도권의 꿈을 하나하나 현실화해 간다면 PK의 대표 주자로 우뚝 설 수도 있다.

그 첫 시험대가 시정 인수위원회일 것이다. 해양수도권의 비전을 현실화할 수 있는 구체적 실천 전략을 마련해 취임과 함께 시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그러려면 여야를 떠나 인재를 널리 구하고 관료조직을 역동적으로 움직일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2018년처럼 논공행상과 편 가르기가 판치고 앞선 시정의 잘못을 파헤치는 일에 매몰될 경우 그 길로 끝이다.

부산 시민은 이번 선거에서 진보와 보수가 아니라 누가 쓰러져 가는 지역을 살릴 수 있느냐를 선택했다. 전재수 당선인이 든 북극항로와 해양수도권의 깃발이 부산의 마지막 희망이 되길 바라면서. 오로지 일하고, 일하고, 또 일해서 그런 시민의 기대를 하나하나 현실로 만들어 주길.

강윤경 논설주간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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