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SMR…공사 석달만에 35m 시설 뚝딱
2026.06.04 17:56
구조물 미리 제작해 현장 조립
건설기간 3년 이내로 확 줄여
비용 1조원…원전의10% 수준
SK이노·HD현대·두산등 참여
韓 원전제조·기술력 총출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원전 르네상스' 구상에서 핵심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SK가 투자한 미국 첨단 SMR 기업 테라파워가 미국 첫 상업용 첨단 원전 건설에 착수한 것이다. 일명 '나트륨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번 사업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10년 만에 승인한 신규 상업용 원전이며 SMR 같은 첨단 원전 건설 허가 사례로는 미국 최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찾은 미국 와이오밍주 캐머러에서는 테라파워의 SMR '캐머러 1호기(KU1)' 건설이 한창이었다.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동쪽으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캐머러는 해발 2200m 고지대의 사막 지역에 자리 잡은 도시다.
테라파워의 '나트륨 프로젝트'가 미국원자력위원회(NRC)로부터 건설 승인을 받은 것은 지난 3월이다. 본격 공사를 위한 터 닦기 정도가 진행 중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높이 35m의 거대한 '소듐 테스트 시설'이 외형상 완전한 모습을 갖춘 상태였다. SMR 최대의 강점으로 꼽히는 '속도'를 실감하는 대목이다.
SMR은 대형 원전과 비교해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공장에서 부품을 생산한 뒤 현장에서 조립할 수 있도록 한 차세대 원자로다.
기존 대형 원전은 원자로 계통과 터빈 계통이 분리되고 설비 간 긴밀한 연결이 필요해 공정 관리가 복잡하다. 하지만 SMR은 설비와 구조물을 미리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어서 공사 기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대형 원전에 8조~10조원의 건설 비용이 소요된다면 SMR은 약 1조원의 비용만으로도 건설이 가능하다. 건설 기간 역시 3년 이내로 단축할 수 있다.
2008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설립한 테라파워는 경수로가 필요하지 않은 소듐냉각고속로(SFR)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안전성도 강점이다. 고압을 유지해야 하는 기존 원전과 달리 테라파워의 SMR은 소듐(나트륨)을 냉각재로 활용하는데 나트륨은 끓는 점이 약 880도에 달해 대기압과 비슷한 '일반 압력 상태'로도 가동이 가능하다. 전원이 차단되더라도 자연적으로 냉각이 이뤄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와 같은 참사를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사용 후 핵연료 발생량을 대형 원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친환경 원자로이기도 하다.
KU1은 2031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발전 용량은 약 345메가와트(MWe)로 대형 데이터센터 3곳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KU1이 빠르게 착공할 수 있었던 데는 트럼프 행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 성장에 따른 전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원전 르네상스' 구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테라파워는 미국 에너지부(DOE)로부터 기술 개발·건설비용의 절반에 가까운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의 연방 자금을 지원받았다. 이번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도 예상 시점보다 9개월 앞서 건설 허가가 떨어졌다.
테라파워의 나트륨 프로젝트에는 한국의 자본과 기술이 집약됐다. SK이노베이션과 SK(주)는 테라파워의 2대 주주이며 한국수력원자력과 HD현대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테라파워는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부품 역시 HD현대와 두산에 주문했다. 부품은 올해부터 제작이 시작되며 2029년 초 캐머러 현장에 도착해 조립을 시작하게 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도 테라파워와 기술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테라파워 SMR 기술의 아시아 시장 독점 활용 권리를 확보한 SK이노베이션은 한국의 첫 4세대 SMR 건설을 오는 2035년 상업화를 목표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아시아 시장에도 진출할 방침이다.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강하게 확신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실제 구현하고 확장하기 위해서는 한국 파트너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언젠가는 한국에도 '나트륨' 원자로가 들어서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캐머러(와이오밍주)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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