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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한가운데서 열린 교육활동, 교사와 마을이 함께 만들었다

2026.06.04 16:41

홍동중학교 손모내기 체험 봉사활동 현장
 홍동중학교 전경. 학교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 송민규

체육관 안에서 아이들이 손을 잡았다. 한 줄로 서서 서로의 움직임을 맞추고, 웃으며 몸을 풀었다. 잠시 뒤 아이들은 운동장이 아니라 논으로 향했다. 손에 쥔 것은 공도, 책도 아니었다. 아이들이 잡은 것은 어린 모였다.

지난 5월 29일, 홍동중학교 학생들은 홍성군 홍동면 팔괘리의 논으로 나갔다. 이날 활동은 '2026학년도 손모내기 체험 봉사활동'이었다. 오전 8시 30분 안전교육과 학생회장의 여는 말로 시작된 일정은 풍물반 길놀이, 논으로 이동, 손모내기 체험, 정리와 학교 복귀로 이어졌다. 활동 장소는 홍동면 팔괘리 논 500평이었다. 전교생과 교직원, 희망 양육자가 함께 참여했다.

아이들은 논에 들어가자 몸의 속도를 낮췄다. 발을 디디는 일부터 쉬운 일이 아니었다. 흙탕물에 발이 잠기고, 중심이 흔들렸다. 손에 쥔 모는 생각보다 작았다. 친구들과 줄을 맞추고, 간격을 보고, 뒤로 한 걸음씩 물러나며 심어야 했다. 교실에서는 쉽게 지나쳤던 '쌀'이라는 말이 이날은 손끝과 발끝으로 다가왔다.

 홍동중학교 학생들이 홍성군 홍동면 팔괘리 논에서 모를 심고 있다.
ⓒ 이병권

활동에 참여한 한 학생은 "친구들과 모내기 대결을 하면서 줄이 정리되자마자 빠르게 심고, 웃는 게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못줄이 빠르게 넘어가서 그만큼 모를 심는 속도도 향상됐다"며 "친구들과 합을 맞추며 척척 심어서 협동심이 길러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근 학교 현장체험학습을 둘러싼 뉴스는 안전사고, 법적 책임, 학부모 민원, 교사 부담을 중심으로 전해지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는 체험학습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교사가 느끼는 책임 부담과 행정 업무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 학교가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 밖으로 나가는 일에는 예전보다 더 많은 준비와 합의가 필요해졌다.

그런 점에서 홍동중학교의 손모내기 체험 봉사활동은 눈여겨볼 만하다. 학교는 올해 상반기에만 현장체험 성격의 교육활동을 세 차례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교사들이 함께 논의하고, 양육자와 소통하며, 지역과 연결해 아이들의 배움터를 넓히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좋은 체험활동은 준비에서 시작된다

학교는 손모내기 활동을 준비하기 위해 교장실에서 교사들과 여러 차례 의견을 나누었다. 활동의 의미, 학생 안전, 학부모와의 소통, 이동 동선, 준비물, 세척 장소, 학생 사전교육까지 하나씩 점검했다. 학생들이 논에 들어가기 전, 교사들의 토의와 준비가 먼저 논길을 닦고 있었다.

운영계획에도 이런 과정이 자세히 담겨 있다. 학교는 손모내기 전에 봉사활동의 의미와 복장 착용을 포함한 사전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풍물반 학생들의 길놀이로 행사를 시작하도록 계획했다. 불참 학생에 대한 대체 교육활동, 학생 보건 관리, 활동 후 세척 장소까지 세부 대책을 마련했다.

 2026학년도 손모내기 체험 봉사활동 안내 가정통신문.
ⓒ 홍동중학교

가정통신문에는 이 활동의 취지가 분명하게 적혀 있었다. 학교는 이번 활동을 지역 특성을 반영한 교육과정으로 안내했다. 학생들이 한 톨의 쌀이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돌아보고, 우리 먹거리의 가치를 배우며, 마을 공동체와 다양한 직업인들의 협력으로 일상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깨닫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했다. 자연 속에서 친구들과 함께 협동하는 힘을 기르는 것도 중요한 목표였다.

이병권 교사는 혁신학교 교육활동에 2년째 참여하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진흙 속에서도 서로 모를 나누며 협동심을 배우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교사로서 무척 대견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계가 아닌 사람들과 함께 땀 흘리며 우리가 매일 먹는 쌀의 소중함과 마을교육공동체의 의미를 온몸으로 깨닫는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활동 뒤 학생들이 뿌듯함을 느끼고, 이 체험이 학교의 전통으로 자리 잡기를 바라는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꼈다고도 했다.

현장에서 눈에 띈 것은 학생들만이 아니었다. 교사들은 논 안팎에서 학생들의 움직임을 살피고, 활동 속도를 조절했다. 양육자들도 함께했다. 지역 농부의 협조가 있었고, 학교는 모판과 물품, 이동 동선, 세척 장소까지 마을과 연결해 준비했다. 마을의 논, 농부의 경험, 교사의 준비, 학부모의 참여, 학생들의 움직임이 하나의 교육활동으로 이어졌다.

농어촌 학교의 가능성을 교육과정으로 잇다

 모내기 활동을 위해 모판을 옮기는 지역 어른들의 모습.
ⓒ 송민규

홍동중학교는 친환경적이고 지역 연계적인 교육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손모내기는 그 흐름 안에 놓인 활동이다. 학교가 오랜 시간 쌓아온 혁신학교 운영의 경험도 이런 장면을 가능하게 한 배경으로 볼 수 있다.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운영 방식이다. 학교 구성원이 함께 의논하고, 지역과 연결하고, 학생의 배움을 중심에 두는 과정이 현장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날 아이들은 모를 심는 방법을 넘어, 함께 움직이는 법도 배웠다. 논에 들어가기 위해 몸을 낮추는 일, 친구와 속도를 맞추는 일, 흙이 묻은 몸을 함께 씻는 일, 밥상에 오르는 쌀 한 톨 뒤에 누군가의 노동이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흙을 밟고 모를 심으며 먹거리의 소중함과 생태 감수성을 경험했고, 마을교육공동체 속에서 협동과 연대의 의미를 배울 기회를 얻었다.

홍동중학교의 손모내기 체험 봉사활동은 농어촌 학교가 가진 교육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농어촌 학교의 교육은 지역과 연결될 때 더 깊어진다. 학교의 자율성, 교사의 협력 문화, 지역과 연결되는 교육과정 운영을 뒷받침할 때 학생들의 배움도 넓어진다.

학교 현장에는 교사들이 모여 활동의 의미를 토의하고, 학부모와 소통하며, 지역의 자원을 교육과정으로 연결하는 장면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들은 그 안에서 몸으로 배운다.

교육은 교실을 넘어 삶의 자리로 이어진다. 논 한가운데에서도 배움은 생긴다. 관심이 모이고, 소통이 이어지고, 협력과 참여가 쌓일 때 아이들은 또 다른 방식으로 배운다. 홍동중학교의 손모내기 체험 봉사활동은 그 사실을 보여준 현장이었다.

덧붙이는 글 | 학교를 둘러싼 뉴스에는 갈등과 민원, 위기와 어려움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그런 현실 속에서도 학교 현장에는 학생과 교사가 함께 웃고 배우며, 작은 변화를 만들어가는 장면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오늘도 학교는 반짝인다’ 연재 글입니다. 갈등과 어려움에 가려진 학교 현장의 배움과 협력, 성장의 장면을 함께 기록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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