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고향’ 때린 우크라, 러시아는 “공격당하면 핵무기로 대응”
2026.06.04 14:06
러시아 해군기지·석유시설 드론 공습
공항 운영 중단·휴대폰 인터넷 차단
러 외무차관 "공격당하면 핵무기 대응"
지난달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우크라
드론 위협에 20년 만에 소규모로
우크라이나가 3일(현지시간) ‘러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개막을 앞두고 인근 해군기지와 석유시설을 공습했다. 러시아 제2의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고향이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 투자자를 유치하는 통로로 활용했던 이 회의 개최에 매년 공을 들여왔다.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의 이번 공격은 크렘린궁 수장(푸틴 대통령)을 곤경에 빠뜨리려는 명백한 시도로 보인다”고 전했다. 러시아 당국은 이날 자국 영토가 위협받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면 핵무기로 대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젤렌스키 “푸틴과 대화할 준비됐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재 석유 터미널과 인근 섬에 있는 크론슈타트 해군 기지를 무인기(드론)로 공격했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드론이 크론슈타트 기지에 정박 중이던 러시아 군함인 보이키를 공격하는 영상도 공개했다.
이번 공습으로 인근 공항 운영이 5시간 동안 중단됐고, 러시아 당국은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도 한동안 차단했다. 우크라이나 드론이 휴대폰 네트워크를 이용해 위치 정보를 보정하거나 데이터를 송수신할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알렉산드르 베글로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은 “이번 공격으로 기반 시설이 파괴되고 여러 명이 다쳤지만 사망자는 없다”고 밝혔다.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둘러싼 레닌그라드 지역에선 우크라이나 드론 60대가 격추됐다.
이번 공격은 전날 러시아의 대규모 미사일∙드론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23명이 숨진 직후 이뤄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자국을 방문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에 맞선 정당한 공격"이라며 "이번 공습을 통해 러시아와 대등한 입장에서 종전 협상에 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전을 위해 푸틴 대통령과 직접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에 또 굴욕”
AP통신을 비롯한 외신은 우크라이나의 이번 공습이 푸틴 대통령에게 또 하나의 굴욕적 사건이 됐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우크라이나의 드론 위협으로 전승절 열병식을 20년 만에 처음으로 군사장비 없이 치른 데 이어, 푸틴 대통령이 공들인 경제포럼인 SPIEF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에 취약하다는 점이 또 드러났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SPIEF를 해외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한 주요 행사로 발전시켜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러시아와 유럽 기업 간 에너지 협력, 가스 공급, 투자 관련 양해각서(MOU) 등 논의도 이 행사를 통해 주로 이뤄졌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SPIEF 규모는 축소됐다. SPIEF에 참석하는 국가 정상급 인사는 우즈베키스탄과 탄자니아 대통령뿐이다. 포럼은 6일까지 나흘간 열리며 푸틴 대통령 연설은 5일 예정됐다.
"본토 공격받으면 핵무기 사용 가능"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날 SPIEF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 영토가 공격받을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 연방 군사 독트린과 핵 억제 분야 국가정책 기본 원칙에 (핵무기 사용이 가능해지는 상황이) 명확히 규정돼 있다"며 "공격 국가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았더라도 최악의 상황에서 우리가 핵무기로 대응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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