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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혁신 주도한 '대학 창업', 한국선 안되는 이유

2026.06.04 13:47

한은 구조개혁 보고서
대학 창업의 질적 전환을 위한 성장사다리 구축 방안

원천기술 기반 대학 창업 늘었지만 수익화엔 구조적 한계
초기 뿐 아니라 스케일업 과정에서 두번째 '죽음의 계곡' 직면해
"공공의 수요자 역할 확대 → 민간 자본 연계 모델 확대돼야"
고부가가치 원천기술을 기반에 둔 대학 혁신창업 기업이 양적으로 확대됐지만 수익화 등 질적 성장에 구조적 한계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한 자금 조달의 연속성 탓에 사업을 고도화하는 단계에서 추가적인 자금 공백을 겪으며 '두번째 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혁신창업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대학 내부의 제도 개선부터 공공부문의 수요자 역할 확대를 통한 민간 투자 유도 등 성장 단계별 지원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 혁신창업 늘었지만 사업할수록 수익성 나빠져


4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인구노동연구실은 구조개혁 보고서의 일환으로 내놓은 '중장기 심층연구: 대학 창업의 질적 전환을 위한 성장사다리 구축방안' 보고서를 통해 "대학 혁신창업이 정부 정책 등을 통해 가시적인 성장을 보였지만 이제는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성을 확보하는 질적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대학 혁신창업이란 대학 내 연구개발(R&D) 성과 또는 대학의 인적자원(석박사·이공계 학부생)에 기반한 기술·지식 집약형 혁신창업을 말한다. 이런 대학 혁신창업 기업의 수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한국평가데이터(KoDATA)에 따르면 대학에 소재지를 둔 창업기업의 수는 2011년 987개에서 2024년 2887개로 약 3배 증가했다. 5년 생존율도 74%로 일반 창업기업(33.8%)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45.4%를 크게 웃돌았다.

대학 내 인프라도 확대됐다. 창업 담당 교원과 직원 수는 2011년 약 700명에서 2024년 2200명으로 늘었고, 창업 관련 강좌 수와 이수자 수도 각각 6배·3배 증가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으로 양적 저변이 확대되고 창업에 대한 실제 관심이 높아지며 창업기업이 많아지는 긍정적 변화를 이끈 것이다.

하지만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 2015~2019년 설립돼 5년 연속 매출이 발생한 대학 창업기업의 영업이익률은 1년차 1.2%에서 5년차에 -3.3%로 악화됐다. 초기 창업 단계에서 사업 확장 단계로 진입할수록 비용증가율이 매출증가율을 추월한 영향이다. 대학의 기술이전율도 약 26%로 미국(40.9%), 영국(61%)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비율도 159.2%로 제조 중소기업 평균(111.2%)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대학 창업기업의 R&D 활동까지 축소해 혁신 역량을 축적되는 것을 저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대학 창업기업의 R&D 지출액은 평균 약 3억원으로, 첨단 업종 벤처기업의 평균 지출액(7억원)을 크게 밑돈다.

사업 확장 단계에서 추가 자금난 겪어…'두번째 죽음의 계곡' 넘기 어려워

한은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소위 '죽음의 계곡'을 창업 초기뿐 아니라 사업 확장(스케일업) 단계에서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정종우 한은 경제연구실 과장은 "일반 창업기업은 시제품 출시부터 시장 진입 전후로 자금난을 겪다가 점차 상황이 개선되는 경우가 많지만 딥테크 기반의 대학 창업은 시제품 출시 이후에도 기술 실증과 글로벌 인증, 추가 연구개발이 필요해 시장 진입에도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며 "죽음의 계곡이 일반 창업기업에 비해 길게 지속되는 데다, 초기 생존 후에도 후속 투자 유치에 실패할 경우 '두번째 죽음의 계곡'에 직면하게 되는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실제 한은 자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 창업 유경험자 중 46.3%는 최근 3년간 외부 자금조달에 실패했다고 답했다.

현행 지원체계가 초기 설립 지원에 편중돼있어 자금 조달의 연속성이 취약한 것도 '두번째 죽음의 계곡' 직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스타트업 기업 대상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 중 36.9%는 창업 후 3~5년이 지원이 가장 부족하다 느낀다고 답했다. 특히 대학 창업기업은 시장 적합성 검증과 글로벌 네트워킹, 전문 경영인력 매칭, 민간투자 연계 등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하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대학 기술지주사의 펀드 규모도 100억원 내외의 영세한 수준에 머물러 있어 자체적인 후속투자 역량도 제한적이다. 정 과장은 "이로 인해 대학이 보유한 우수한 원천기술이 실제 매출 증대와 고용 창출로 이어지지 못한 채 정체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자금 회수가 주로 기업공개(IPO)를 통해 이뤄지면서 투자를 제약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꼽았다. 기업을 설립하고 IPO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14.7년으로, 자금 회수에 오랜 기간이 소요되며 투자자들의 투자 동기를 약화시키고, 재투자를 위축시킨다고 지적했다. 일반지주회사 벤처캐피탈(CVD)에 대한 다층적 규제도 인수합병(M&A) 수요자 풀을 좁혀 IPO 이전 중간 회수 경로를 제한한다고 봤다.

대학 평가 체계에 창업 성과도 포함…공공 수요 늘려 민간 투자 연계해야

한은은 대학 혁신창업기업이 도태되지 않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성장 단계별 지원 체계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는 대학의 거버넌스를 개혁하고 공공부문의 수요자 역할을 확대해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3원칙을 제시했다.

우선 사업 착수단계에서는 학술평가 위주로 이뤄진 교원의 업적평가 체계를 기술이전과 창업 관련 성과까지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원이나 학생이 창업을 위해 휴직 또는 휴학을 할 경우 휴직기간의 경력 인정과 복직 절차 그리고 승진 심사를 어떻게 할지, 학점이나 전공 이수의 연속성을 어떻게 확보해줄 것인지 명문화해 교원과 학생의 불확실성을 낮출 필요도 있다고 짚었다.

사업화 단계에서는 역할 분리형 창업모델을 제안했다. 정 과장은 "우리나라의 대학 창업 특성 중 하나가 창업가에게 모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이로 인해 교원들이 실제 창업 과정에서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것을 확인했다"며 "스탠포드대나 옥스포드대처럼 대학은 기술을 만들고 검증하는 일에 집중하고, 외부 전문경영인을 도입하는 모델을 도입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업 확장 단계에서는 대학 창업기업이 첫 매출을 확보하고, 이런 실적이 민간의 금융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공공부문의 수요자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식재산권(IP) 담보 특례 등 대체 금융 수단도 검토 과제로 제시됐다. 회수 단계에서는 IPO 이전 단계에서 부분적 유동성을 제공하는 2차 시장 인프라를 함께 보완해 회수 경로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과장은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교한 정책 로드맵이 수립돼야 한다"며 "각 정책 과제는 동일한 속도로 추진되기 어려운 만큼 한 번에 모든 과제를 병렬적으로 추진하기 보다 실행 가능성과 파급효과를 고려해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는 단계적 접근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재정이 거의 들지 않으면서도 성장사다리의 첫 단을 놓는 대학 내부의 제도 정비"라며 "어느 한 정책이 만능이라기보다는 성장사다리가 끊기지 않고 계속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연계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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