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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클로·로보틱스" 인텔이 제안하는 고효율 엣지 AI 생태계

2026.06.04 10:20

[IT동아 강형석 기자] 공지능(AI) 기술은 프롬프트(문자)를 입력해 결과를 얻는 생성형 AI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결과물을 내놓는 에이전틱 AI(Agentic AI)로 진화 중이다. 여기에 현장에서 직접 판단하고 움직이는 피지컬 AI(Physical AI) 구축 경쟁까지 더해지면서, AI를 둘러싼 기술 전선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펼쳐진다.

기술적 도약이 커질수록 기업의 부담도 따라 커진다. 에이전틱 AI는 다단계 추론, 연속적인 도구 활용, 대규모 문서 분석, 끊임없는 데이터 검색 등을 처리해야 하기에 컴퓨팅 자원 소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AI 인프라 관련 비용이 갈수록 불어나는 구조다. 피지컬 AI 분야도 마찬가지다. 현장의 무수한 변수에 유연하게 대응하려면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소화하는 고가의 엣지 장비(Edge Device, 연산장비) 도입이 불가피하다.

AI 시대 재도약을 선언한 인텔은 18A 미세공정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에이전틱 AI와 피지컬 AI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핵심은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 3(Intel Core Ultra Series 3) 프로세서다. 순차 처리에 능한 CPU, 병렬 연산에 강한 내장 그래픽 처리장치(GPU)가 통합된 이 차세대 모바일 PC용 프로세서로 두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온프레미스와 클라우드를 절묘하게 다루는 ‘인텔 슈퍼클로’

인텔 AI 슈퍼 빌더(AI Super Builder) 팀이 개발한 슈퍼클로는 AI PC, 에이전트 컴퓨터, 엣지 디바이스를 위한 하이브리드 에이전트형 AI 솔루션이다. 오픈소스 AI 에이전트 프레임워크(소프트웨어 개발 도구)인 오픈클로(OpenClaw)와 겉보기엔 닮았지만, 하이브리드 라우팅, 프라이버시 제어, 로컬 컨텍스트 관리, 언어모델 라우팅, 거버넌스, 플랫폼 최적화 기능을 더해 엔터프라이즈 수요에 맞게 고도화했다는 부분이 차별점이다.

슈퍼클로가 겨냥한 과제는 클라우드 비용, 데이터 보안, 성능 등 세 가지다. 흔히 '에이전트 AI의 삼각 딜레마(Trilemma)'라 부르는 문제다.

인텔에 따르면 슈퍼클로는 엔터프라이즈 작업에서 클라우드 토큰 소비량을 최대 70%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지능적인 하이브리드 라우팅 기술 덕분이다. 파일 접근, 데이터 처리, 콘텐츠 생성처럼 빈도가 높고 민감한 작업은 기기 자체에서 처리하고, 고급 추론이나 외부 데이터 검색같이 무거운 연산만 클라우드에 넘긴다. 컨텍스트 압축과 재사용 가능한 메모리 기능도 여기에 힘을 보탠다.

시연 현장에서도 절감 효과는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인텔 관계자가 PC에 질문 하나를 입력하자, 슈퍼클로는 외부 클라우드 모델을 거치지 않고 내부 워크스테이션에 저장된 언어 모델로 바로 처리했다. 그는 "간단한 작업이면 왜 무거운 모델을 쓰겠어요? 가장 효율적인 선택지를 고르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복잡한 비교 분석이나 외부 정보가 필요한 질문에는 미니맥스(MiniMax), 챗GPT, 클로드 같은 클라우드 모델이 자동으로 선택됐다.

슈퍼클로는 보안 역량도 빠뜨리지 않았다. 기업 입장에서 클라우드 AI의 가장 큰 걸림돌은 데이터 유출 우려다. 민감한 데이터는 기본적으로 기기 내부 또는 기업 엣지 환경에만 보관하는 방식이다. 인텔의 목표는 향후 기업별 맞춤형 프라이버시 정책을 지원해, 금융·의료·법률·공공 부문 등 규제가 까다로운 산업에서도 데이터 통제를 세밀하게 조율할 환경을 마련하는 데 있다.

성능 면에서 인텔은 클라우드 전용 서비스에 근접한 수준을 목표로 삼는다. 처리 속도 측면에서는 클라우드 대비 일부 지연이 불가피하지만, 비용과 정확도를 종합하면 충분히 상쇄된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슈퍼클로의 전반적인 완성도는 정식 서비스 예정일인 2026년 7월 이전까지 최대한 끌어올릴 계획이다.

하이브리드 AI의 역량은 엣지 장비 사양에 좌우된다. 온-프레미스와 클라우드 데이터를 함께 활용하더라도 일부 AI 연산은 엣지 장비를 거치기 때문이다. 인텔이 코어 울트라 시리즈 3의 AI 처리 능력을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기도 하다. 일례로 코어 울트라 X9 388H 프로세서는 성능 코어 4개(4P), 효율 코어 8개(8E), 저전력 효율 코어 4개(4LPE) 등 총 16코어와 3세대 그래픽 처리 유닛(GPU) 12개, 신경망 처리장치(NPU)를 갖춰 8비트 정수 기준 총 180 TOPS(초당 1조 회 연산)에 달하는 연산 성능을 발휘한다.

슈퍼클로의 또 다른 장점은 직원별 가상 컨테이너다. 각 직원이 자신만의 독립된 AI 환경을 갖는 구조로, 파괴적이거나 보안에 민감한 작업은 격리된 공간에서만 이뤄진다. 에이전트가 시스템을 변경하더라도 컨테이너를 폐기하고 재설정하면 그만이다. 이에 더해 슈퍼클로는 인텔이 개발한 AI 슈퍼 빌더 플랫폼과 오픈클로를 통합하고,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을 활용해 다단계 작업을 맡은 AI 에이전트 간 소통을 조율한다. 금융 정보 검색, 문서 생성, 연결된 시스템 간 워크플로 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하나의 틀에서 소화하는 셈이다.

코어 울트라 시리즈 3로 구축하는 피지컬 AI

피지컬 AI는 AI 모델을 로봇, 자율주행 차량, 드론, 산업용 기계 등 현실 장비와 결합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하며 곧바로 행동으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핵심 기술이 바로 비전·언어·동작(VLA, Vision-Language-Action) 모델이다. 시각으로 보고, 언어로 이해하고, 직접 행동하는 세 가지 기능을 하나의 모델에 통합한 구조다.

인텔은 컴퓨텍스 2026에서 피지컬 AI를 AI의 다음 단계로 공식 규정했다. 텍스트·이미지·코드 같은 디지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넘어, 물리적 하드웨어와 상호작용하는 영역으로 확장한다는 의미다. 이 관점에서 보면 로봇과 AI는 별개의 기술이 아니다. 로봇이 AI를 도구로 쓰는 것도, AI가 로봇을 제어하는 것도 아닌, 두 요소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녹아드는 형태다.

로보틱스 시연 현장은 이런 변화를 생생하게 보여줬다. 인텔 로보틱스 관계자는 "고전적인 로보틱스 기술로 딸기를 딴다고 생각해보세요. 모든 식물이 다르고, 위치도 다르고, 조명도 다릅니다. 이런 변수를 계산식으로 처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라고 말했다. 정해진 궤적을 따르는 기존 로봇 자동화 방식은 통제된 환경에서는 강력하지만, 조금만 예외 상황이 생기면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VLA 모델이 결합된 로봇은 다르게 움직인다. 실수를 하더라도 스스로 인식하고 교정한다. 시연 현장에서 인텔 로보틱스 관계자가 집게 로봇 앞에서 블록을 뒤집어 놓자, 로봇은 잠시 멈추다가 방향을 바꿔 블록을 다시 집어 들었다. 동작이 다소 어색해 보였어도, 모델이 새로운 상황을 추론해 자체적으로 대응한 결과였다.

로봇이 상황을 신속히 판단하고 행동으로 옮긴 배경에는 데이터 처리 능력이 자리한다. 인텔은 피지컬 AI 환경을 위한 엣지 장비로 코어 울트라 시리즈 3 프로세서를 제안한다. 이를 탑재한 엣지 장비는 엔비디아의 젯슨 오린(Jetson Orin)과 젯슨 토르(Jetson Thor) 사이에서 경쟁할 전망이다.

로보틱스 부스 시연에서는 소프트웨어 플랫폼도 눈길을 끌었다. 피지컬 AI 스튜디오(Physical AI Studio)는 데이터 수집부터 모델 학습, 실행, 엣지 배포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에서 처리한다. 현장에서는 5시간 분량의 데이터만으로 모델을 학습시켰고, 완성된 모델을 엣지 기기에 배포하는 과정까지 피지컬 AI 스튜디오 안에서 마무리됐다.

인텔이 제안하는 오픈비노 피지컬 AI(OpenVINO Physical AI) 프레임워크는 피지컬 AI 스튜디오, 르로봇(LeRobot) 등 다양한 작업 흐름을 하나로 잇는다. VLA 학습·최적화, 로봇 조정, 카메라 처리, 추론 등 개별 작업들을 표준화된 방식으로 묶어내는 구조다. EtherCAT(산업용 네트워크 연결 규격), CAN-FD(차량 및 자동화 제어 규격), GMSL(고속 멀티미디어 직렬 연결 규격), USB 같은 외부 연결 인터페이스도 지원해, 순수 AI 연산뿐 아니라 모션 컨트롤, 센서, 카메라 등 전통적인 로보틱스 요구사항도 함께 처리한다.

인텔 자료에 따르면 코어 울트라 X7 358H는 중형 VLA 작업·40W 전력 제한 조건에서 엔비디아 젯슨 오린 대비 2.6배, 젯슨 토르 T5000 대비 1.1배 성능 우위를 보인다. 시스템 비용은 젯슨 토르의 절반 수준으로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는 주장이다.

인텔 관계자는 로보틱스 VLA 모델에도 이른바 '챗GPT 모먼트'가 다가온다고 내다봤다. 챗GPT가 언어 모델 시장의 판도를 바꿨듯, 로봇이 어떤 환경에서도 스스로 적응해 작동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는 "언어 모델은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인텔은 그 모델들을 계속 플랫폼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그 순간이 올 거라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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