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애플 못 나와"···대학 창업 가로막는 두 차례 '죽음의 계곡'
2026.06.04 12:00
자금조달 제때 이뤄지지 않는 '두 번의 죽음의 계곡'
대학 내 교원 평가 체계, 시장 연계 서비스 등 미흡
결국 부가가치 창출 없이 사장되는 원천기술의 누적을 야기
초기부터 확장기까지 자금 조달 흐름이 끊기지 않고, 최종 단계에선 자금 회수가 늦지 않게 이뤄지는 구조를 짜야 한다는 게 한은 판단이다.
■ 시작부터 삐끗
4일 한은은 '대학 창업의 질적 전환을 위한 성장사다리 구축방안: 단계별 제약요인 진단과 정책 과제'에서 우리나라 대학 혁신창업의 구조적 문제를 단계별로 분석했다.
입문부터 걸림돌이 있다. '사업착수 단계'인데, 교원 업적 평가가 논문 게재 실적 등 학술활동이나 연구비 수혜 규모 등에 집중돼 있다. 대학 차원에서 창업을 도울 동기가 부족한 셈이다.
창업 실패 시 그 부담을 개인이 오롯이 짊어져야 하는 구조이기도 하다. 국내 정책금융·보증제도가 대표자 개인보증 관행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고, 개인 채무가 신용회복·채무자회생 절차로 충분히 흡수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사업화 단계'에선 기술이전 전담조직(TLO)의 전문성 부족이 문제로 꼽혔다. 실제 지식재산처 2024년 자체평가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대학 및 공공연구 기관 특허 활용률은 27.0%, 변리사 보유 기관 비중은 16.9%에 그쳤다.
정종우 한은 경제연구원 인구노동연구실 과장은 "기술의 권리 보호·가치 평가·거래 협상 역량이 취약해 대학 기술이 시장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구조"라고 짚었다.
동시에 첫 번째 죽음의 계곡인 초기 투자 기능이 약하다. 산학협력단, 창업지원단, 기술지주회사, TLO 등이 분절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시드펀드, 엑셀러레이터 연계 서비스가 미흡하다. 창업자가 같은 정보를 여러 조직에 반복 제출하거나 복수의 판단 기준에 대응해야 하는 등 거래비용을 떠안는 환경이다.
여기까지 통과했다고 해도 두 번째 죽음의 계곡이 기다리고 있다. 기업을 한층 키우는 '스케일업 단계'에서 후속 투자가 집행되지 않는 문제다. 시리즈 A 이후 성장자금이 추가 투입되지 않음에 따라 사업 고도화에 실패하는 것이다.
한은이 창업 유경험자를 대상으로 한 자체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주요 애로요인은 '초기자금 및 정책금융 접근(37.8%)'이었다. 최근 3년 간 외부 자금조달에 실패했다는 응답은 46.3%였고 주요 원인으로는 복잡한 신청 절차(15.4%), 높은 평가 기준(15.4%), 투자자와의 연결 경로 부족(13.4%) 등이 거론됐다.
정 과장은 "딥테크 및 실험실 기반 창업은 기술검증(PoC), 시험·인증, 규제 적합성 확보, 초기 수요처 발굴, 글로벌 시장 진입 등 단계마다 다른 유형의 자금과 네트워크,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현행 지원체계는 초기 설립 지원에 편중돼있어 특정 구간에서 자금이나 시장 연결이 끊기면 전체 혁신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 채 사장되는 원천기술이 누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후속투자·회수 단계'까지 도달했다고 해도 자금 회수까진 상당 시일이 걸린다. 매각보다 그 기간이 긴 기업공개(IPO)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금액 기준 그 수치는 2017년 21%에서 2025년 37%로 뛰었다. 이때 인수·합병(M&A)을 포함한 매각 비중은 47%에서 2%p 늘었다.
정 과장은 "코스닥의 상대적으로 낮은 상장요건이 IPO 유인을 제공했고 투자기업의 전략적 인수 유인이 약하고 일반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보유에 대한 다층적 규제가 M&A 수요를 제약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제약들 탓에 구조개혁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질적 개선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양적 비대화만 이뤄져있기도 하다. 대학 창업 담당 교원·직원 수는 2011년 약 700명에서 2024년 약 2200명으로, 창업 기업수도 같은 기간 987곳에서 2887곳으로 3배 증가했다.
하지만 기업에 사용료를 받고 기술을 넘기는 기술이전율은 약 26%로 미국(40.9%), 영국(61.0%) 대비 대폭 낮다. 사업 확장 단계로 진입할수록 비용 증가율이 매출 증가율을 추월해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되는 경우도 많다. 미국에선 시가총액 10대 기업 중 5개(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브로드컴·메타)가 대학 창업에 기인하지만 우리나라에선 30위 중 그런 사례가 없다.
정 과장은 대학 창업 기업의 성장사다리를 잇기 위해 △대학 거버넌스(지배구조) 개혁 △공공부문의 수요자 역할 △민간 투자 유도 등 3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는 4개 단계별로 각각 적용될 수 있다.
가령 사업화 단계에선 TLO 전문화, 역할분리형 모델 도입, 테스트베드 추구 등이 추진될 수 있고 다음 스케일업 단계에선 대체금융, 수요 측 혁신조달, 패스트트랙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회수 절차에 접어들면 자금을 비교적 빨리 취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M&A 시장 활성화, CVC 규제완화, 중간 회수시장 조성 등이 필요하다.
정 과장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지분투자 및 M&A로 연결하는 경우 기술 인수 비용에 대해 세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법이 있다"며 "다만 이때 해당 기술을 일정 기간 이상 활용하거나 후속 연구개발을 지속하는 조건을 부과해 '인수 후 혁신 프로젝트 중단' 위험을 차단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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