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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대통령의 무게

2026.06.04 07:00

지명훈 선임기자.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눈에 띄는 현상은 '전현직 대통령들의 참전'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본 투료일인 3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플라톤의 말을 인용해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고 썼다. 앞서 사전투표 기간에는 "투표 포기는 중립이 아니라 내 삶과 공동체를 해치는 그들을 편드는 것"이라고 했다.

둘 다 투표 독려 메시지라지만 '저질스러운 인간'과 '그들' 같은 단어들은 적지 않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다.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통령도 특정 정당 소속의 정치인인 만큼 마음에 들지 않는 정적(政敵)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에게는 정당 대표와 달리 통합의 정치를 이뤄내야 할 책무가 있다. 지난해 6월 4일 이 대통령 취임사의 핵심 메시지는 "모든 국민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 될 것입니다"였다.

전직 대통령들이라고 그럴 의무가 없지 않을 텐데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전국을 돌며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했다. 영향력 여부를 떠나 탄핵과 감옥살이를 경험한 그들의 광폭 행보에 국민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퇴임 후에도 선거에 종종 '참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번에는 자중하나 싶었더니 지난달 29일 사전투표를 마친 뒤 "이번 지방선거가 내란 세력을 확실하게 심판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평택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나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SNS에 연신 '좋아요'를 날렸다.

이들과는 달리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들은 퇴임 후 선거와 선을 그었다고 한다. 상도동계 원로인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국민의 지도자로서 정파에 매몰돼선 안된다는 생각했다고 했다. 동교동계 원로인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도 "김대중 전 대통령은 퇴임 후 후보가 찾아와도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조언을 건네는 데 그쳤다"고 했다.

흔히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적 중량감이 그 이후 대통령들에 비해 크게 느껴진다고 한다. 세월 뿐 아니라 철학의 무게 때문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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