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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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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선거전을 뒤로하고 [한채윤의 비 온 뒤 무지개]

2026.06.04 05:02

한국여성민우회가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의 현수막을 비판하는 피켓 행동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엑스 갈무리


한채윤 |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나섰던 조전혁 후보는 ‘전교조 아웃’과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전면에 내걸었다. 이어 2024년 보궐선거에서는 ‘교권 회복’을 외쳤다. 그런데 올해 갑자기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퀴어·동성애 교육 추방’이라는 자극적 문구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뿐인가. 조 후보는 지난 5월7일 서울광장에서 출마 선언식을 가졌는데 장소 선정의 이유가 “청소년 정서에 악영향을 미치는 퀴어문화축제에 반대한다는 상징적 선택”이라고 했다. 심지어는 지난달 28일에는 “다음은 퀴어축제 체험학습입니까?”라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을 따로 제작해 서울퀴어문화축제 사무실이 있는 도로 주변에만 걸었다. 축제 사무실을 방문해 서울광장에서 축제를 하지 말라는 의견서도 제출했다. 이런 행보는 기이하다.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지 않은 지는 이미 4년째다. 이걸 선거 캠프에서 아무도 몰랐을까. 아니면 의도적으로 모른 척하는 걸까.

생각해보면 ‘동성애 교육 추방’하겠다는 공약도 마찬가지다. 이 펼침막이 걸리자 “어디서 나 모르게 동성애 교육을 하는 학교가 있었던 거야?” 성소수자 커뮤니티는 술렁거렸다. 결국 광장에 없는 축제를 광장에서 반대하고, 학교에 없는 교육을 추방하겠다는 그의 슬로건은 현실적인 교육 개혁보다 선거공학적 ‘이념 전선 구축’에 몰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조 후보는 성소수자를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없는 콘텐츠가 학교 담장을 넘지 못하도록 분명한 기준을 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말 조 후보가 “사회적 합의가 없고 검증되지 않은 콘텐츠의 학교 유입 반대”에 진심이라면 4·19 혁명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여순사건 당시 민간인 학살을 ‘암세포 제거’에 비유하는 리박스쿨식 교육에 대해서도 반대를 부르짖어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조 후보의 입장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세이브코리아의 손현보 목사가 선대위원장으로 합류했다. 선거 막바지에 이르자 또 다른 보수 교육감 후보들도 황급히 동성애 반대, 퀴어문화축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선거 기간이라는 엄중함 때문에 혐오 펼침막 대응이 쉽지 않지만 평등을 꿈꾸는 시민들은 재치 있고 단단한 연대를 보였다. 지역의 한 책모임 회원들은 조 후보 펼침막 인근에 “퀴어는 학교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교육에 필요한 것은 차별과 혐오의 추방” 등의 문구가 담긴 ‘댓글 펼침막’을 게시했다. 전봇대마다 무지개색 끈을 묶는 시민들도 있었고, “청소년 성소수자는 어디에나 있다”는 피켓을 들고 펼침막 아래에 서는 여성단체 활동가들도 있었다. 정의당 권영국 서울시장 후보와 진보당 이해지 서울시의원 후보도 혐오 펼침막 옆에 각각 “서울 차별금지조례 제정”, “서울시 교육에는 사랑과 평등이 필요합니다”라는 펼침막을 내걸었다.

혐오가 넘실거리는 이 선거 와중에 기쁜 소식은 또 있다. 2024년 서울퀴어퍼레이드에서 축복식을 했다는 이유로 교단에서 출교를 당했던 남재영 목사가 지난달 28일 기독교대한감리회 남부연회를 상대로 낸 출교 무효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선거가 거리를 혐오의 전시장으로 만들었지만 오는 6월13일에는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퀴어퍼레이드가 열린다. 26일부터 28일까지는 한국퀴어영화제가 이어진다. 우리는 다시 거리를 사랑과 평등의 빛깔로 물들일 것이다. 서로의 다름을, 존재 그대로 환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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