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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다, 도망쳐”… 극장서 ‘군체 게임’

2026.06.04 04:32

국내 첫 관객 참여 ‘인사이드 더 플레이’ 공연
영화 ‘군체’ 장면 6곳에 꾸며 놓고 ‘생존’ 미션
지난달 21일 개봉한 영화 ‘군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머시브 공연 ‘인사이드 더 플레이: 군체’. 공연에 참가하면 ‘군체’ 속 진화하는 좀비를 그대로 마주할 수 있다. 롯데컬처웍스 제공
“밖에…, 밖에!”

2일 서울 동작구 롯데시네마 신대방. 상영관에 20여 명이 모여 있는데 누군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불쑥 들어와 외쳤다. “밖에 사람이 아닌 것들이 있어요!” 상영관 문밖에선 그르렁대는 소리가 들리는데…. 로비에 놓인 자신의 가방에 이 사태를 해결할 키(key)가 있다며 도와달라는 이 남자. 나중에 알게 된 그의 이름은 ‘서영철’이었다.

영화 ‘군체’를 봤다면 익숙할 이름이다. 배우 구교환이 연기한 서영철은 영화 속 집단지성 좀비 사태를 만들어낸 장본인. 지난달 21일 이 영화관에서 개막한 ‘인사이드 더 플레이: 군체’는 영화의 세계관을 일부 차용해 만든 이머시브 공연이다. 관객에게 주어진 무대는 6개의 상영관과 로비, 복도. 제한 시간은 90분이다. ‘군체’ 속 좀비들로부터 도망쳐야 하는 이 미션에 2일 참여해 봤다.

시작은 상영관이다. 관객들은 편집된 ‘군체’ 영상을 보게 되는데, 영화 속 사건 발생지인 둥우리빌딩이 롯데시네마 건물로 매끄럽게 치환된다. 이를 통해 좀비를 마주쳤을 때 몰입감이 극대화된다. 사실적인 분장을 하고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좀비 떼를 보면, 여유로운 표정을 짓던 관객들도 필사적으로 도망치고야 만다. 여기에 온몸을 부르르 떨며 진화하는 군체의 시그니처 포즈를 목격하는 순간, 영화관은 욕설과 비명이 난무하는 공간으로 바뀐다.

관객의 목표는 생존. 좀비에게 붙잡혀 생존자 표식인 등 뒤 벨크로를 뜯기면 안 된다. 하지만 마냥 숨어 있는 건 불가능하다. 관객들 사이에 섞여 있는 배우들로 인해 돌발 상황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거칠지만 압도적인 무력을 지닌 행동대장 ‘여포’와 내부 분열을 조장하는 3선 국회의원 ‘최호성’, 냉철한 판단력을 지닌 보안팀장 ‘김준영’ 등과 호흡하며 다양한 탈출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

생존 확률을 높이고 싶다면, 공연 시작 전 영화관 곳곳을 둘러보는 걸 추천한다. ‘인사이드 더 플레이’는 영화관이란 공간의 가치를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하기 위해 기획됐다. 영화관과 영화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공연으로 확대한 국내 첫 시도이기도 하다. 비슷한 사례로는 2007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된 ‘시크릿 시네마’가 있다. 빈 건물을 영화 세트장처럼 꾸민 뒤 주연 배우들과 임무를 수행하는 공연이다. 현재까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8일 후’ 등 60여 편을 활용해 150만 명 넘는 관객들을 끌어모았다.

순간의 선택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 재미에 N차 관람을 하는 이들도 많다. 특히 후반부에는 관객들이 ‘미끼반’ ‘제거반’ ‘탈출반’으로 나뉘어 움직이는데, 이때 마음 가는 배우를 따라가면 된다. 기자는 김준영이 이끄는 서영철 제거반에 참여했는데, 진화한 좀비들의 계략에 걸려들어 실패했다. 좀비가 된 관객도 할 일은 있다. 특별한 장치를 착용한 뒤 서영철의 지령을 받아 생존자를 찾아 나서야 한다. 집단지성의 미래를 꿈꿨던 서영철의 구호를 외치며.

“우리는,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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