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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미문 '밤 10시 투표'… 폭력사태 우려에 경찰기동대 긴급 투입

2026.06.04 03:11

선관위 앞에 성난 시위대 몰려
선거인 수보다 실제용지 적어
서울 14곳서 수백명 무한대기
일부는 투표 포기하고 집으로
투표지 지퍼백으로 옮겨 논란
봉인지 훼손된 보관함도 적발
선관위, 뒤늦게 대국민 사과
"송파유권자 50%만 용지 인쇄"


잠실 투표소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는 시민들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밤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오후 10시까지 투표가 진행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 유권자들이 몰려와 항의하며 투표함 반출을 저지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3일 서울 송파구 잠실2동 제6투표소 앞은 투표 종료 시간인 오후 6시를 넘겨서까지 투표를 기다리는 유권자 200여 명으로 가득했다. 오후 4시부터 대기했다는 최 모씨(72)는 "(관계자들이) 기다리게만 하고 아무 대책이 없다. 이제 투표한다고 해도 유효표가 될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장의 혼란은 극심했다. 특히 이날 오후 5시 45분께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가 "용지가 50장뿐이니 50명만 더 투표하는 게 어떠냐"는 비상식적인 제안을 하자 유권자들은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윤 모씨(26)는 "오후 2시부터 투표용지가 부족하다고 들었다"면서 "(선관위가) 대책은 없고 궤변만 늘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선관위 사무원들은 대기표를 지급했다. 하지만 다수 유권자는 투표를 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큰 목소리로 항의했다. 대기표를 받은 신찬희 씨(23)는 "화가 난다기보다는 어이없는 기분"이라며 "애초에 투표용지를 유권자 수만큼 준비했다면 이런 사태는 없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핵심 쟁점은 선관위가 유권자의 참정권을 제약했다는 점이다. 권 모씨(26)는 "평소에 부정선거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투표소 현장이) 더 말이 안 된다"며 "대응에도 문제가 많다. 선관위가 공정한 선거를 책임질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유권자들은 각 지역 선관위가 지퍼백과 종이봉투에 담은 투표용지를 투표소에 보낸 것을 보고 "소쿠리 투표에 이어 지퍼백 투표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 다른 문제는 기다림에 지쳐 투표를 포기한 유권자들이 잇따랐다는 점이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제4투표소에서 김 모씨(39)는 "2시간 넘게 아이들이 밥도 못 먹고 기다리고 있다"며 "투표를 꼭 하고 싶은데 아이들이 걱정돼 돌아가야겠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 투표가 이뤄졌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는다. 뒤늦게 투표한 유권자들은 다른 유권자와 다른 정보 환경에서 투표하게 돼 공정성에서 어긋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일어난 투표소에서는 마감 시간인 오후 6시 이후에도 투표가 진행됐다. 특히 잠실7동 제2투표소는 오후 6시 투표 마감 시간 전에 대기표를 받은 유권자를 대상으로 오후 10시까지 투표할 수 있도록 연장 조치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겪은 일부 유권자는 부정선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뒤늦게 투표를 마친 시민 수십 명이 모여 투표함을 옮기는 선관위 관계자들을 향해 "오후 6시를 넘겨 진행되는 투표는 부정선거"라고 소리치는 상황이 발생했다.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는 투표가 마감된 오후 10시 이후 유권자들이 투표함 반출 차단을 시도하기도 했다.

중앙선관위는 특정 투표소의 투표율이 예상보다 높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선관위는 사전투표 등을 감안해 투표용지를 준비한다. 그러나 예상보다 많은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하면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상능 선관위 선거1국장은 "송파구의 경우 전체 유권자 수의 50%를 인쇄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경우에 따라 특정 투표구의 투표율이 높거나 사전투표율이 아주 낮아 (용지 부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그걸 분석해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선관위가 잠정 집계한 투표율은 57.7%다. 2022년 지방선거(50.9%)보다 높지만 2018년 지방선거 투표율 60.2%에는 미치지 못한다. 선관위는 이번 선거보다 투표율이 높은 선거가 이전에 있었음에도 선거용지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것이다.

신속하지 못한 대처도 도마에 올랐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불거진 뒤 선관위가 언론에 입장문을 전한 것은 이날 오후 5시 25분이다. 최소 오후 4시부터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1시간 넘게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개표 과정에서 봉인지 일부가 훼손된 사전투표함이 발견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에서 동작구로 이송된 사전투표함 중에서 일부가 찢어진 특수 봉인지가 확인됐다. 선관위는 봉인지 훼손 흔적에 대한 이의 제기를 받고 사전투표함 개표 절차를 보류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확산하자 선관위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허철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아주신 국민께 불편을 드리고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4일 0시 30분쯤 '투표함 반출 저지' 인파가 운집한 서울 잠실7동 제2투표소 주변에 기동대를 투입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 중이다.

[조병연 기자 / 문소정 기자 / 박자경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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