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안정 택했는데, 선관위는 혼돈의 문 열었다(종합)
2026.06.04 02:39
재보선에선 한동훈 웃고, 조국 울었다
송파 투표용지 부족 사태 파장 작지 않을 듯
3일 실시된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뒀다. 60%에 달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에서 고스란히 여당 지지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정권 견제를 외친 야권의 목소리보다 집권 2년차에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요청한 정부·여당에 힘이 실리는 결과다.
하지만 본투표 당일 서울시장 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민주당의 압승 소식보다 파급력이 컸다.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등 14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서울시장 개표 중단을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진 지역이 국민의힘 텃밭인 송파구와 강남구여서 문제가 더 커졌다.
광역단체장 민주 13 국힘 3…전북 무소속 돌풍도 잠재워
16곳의 광역단체장 선거 중 13곳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정원오, 박찬대, 추미애 후보가 각각 승리했다. 최대 격전지로 꼽히던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정원오 민주당 후보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10%p 이상 앞섰다.
서울 25개 자치구에서도 강남과 서초를 제외한 23개 자치구에서 민주당 구청장이 당선됐다. 수도권 민심은 완전히 이재명 정부를 밀어준 모습이다.
경북과 전남·광주를 각각 국민의힘, 민주당이 가져간 가운데 전북지사 선거에서도 이원택 민주당 후보가 김관영 무소속 후보를 눌렀다. 전북지사 선거는 민주당에서 제명된 김관영 지사가 무소속 후보로 나서면서 정청래 당 대표와의 대리전으로 관심을 받은 지역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당력을 집중하면서 텃밭을 지켜냈다.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중원 민심의 가늠자인 충청권도 민주당이 모두 석권했다. 표 차이가 컸던 세종시장 선거와 대전시장 선거와 달리 충북지사 선거, 충남지사 선거는 접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민주당의 신용한 충북지사 후보와 박수현 충남지사 후보가 개표 내내 앞서며 여유 있게 이겼다.
울산시장 선거에서는 김상욱 민주당 후보가 일찌감치 승리를 확정했고,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전재수 민주당 후보가 접전 끝에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를 이겼다. 국민의힘은 대구를 지켜내는데 그쳤다. 경남은 4일 오전 2시 30분까지 접전인 가운데 국민의힘 박완수 후보가 근소하게 앞서 있다.
민주당은 선거 내내 이번에 당선되는 광역단체장 임기가 이재명 대통령 잔여 임기과 같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여당의 승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먹혀든 셈이다.
반면 공소취소 특검법을 ‘이재명 죄지우기 법’이라고 주장하며 정권 견제론을 외친 국민의힘은 힘이 빠지게 됐다. 이번 지방선거의 관건으로 꼽혔던 서울과 부산을 모두 뺏기면서 장동혁 리더십도 회복이 어렵게 됐다.
한동훈의 귀환, 조국의 낙마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희비가 갈렸다. 부산 북갑 보궐선거에 나선 한동훈 후보는 하정우 민주당 후보와 치열한 접전을 펼친 끝에 1500여표 차이로 승리했다.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에 실패했지만, 보수 2 진보 1의 불리한 구도에서 자력으로 살아남았다.
한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서 지방선거 이후 전개될 보수 정계 개편의 핵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장동혁 지도부가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한 전 대표의 국민의힘 복당 요구가 거셀 것으로 보인다.
경기 평택을에서는 조국 후보가 낙마했다. 김용남 민주당 후보,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 조국 후보에 김재연 진보당 후보, 황교안 자유와혁신 후보까지 5파전으로 치러졌다. 김용남, 유의동, 조국 후보가 치열하게 맞선 가운데 유의동 후보가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승리했다.
조국 후보는 김용남 후보에도 밀리며 3위를 기록했다. 대권 잠룡으로도 불린 조국 후보가 당선은 커녕 김용남 후보에까지 밀리며 3위를 차지한 것이다. 조 후보는 대권 주자 경쟁력에 치명타를 입었고, 향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논의에서도 입지가 크게 줄어들게 됐다.
나머지 재보궐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우위를 점했다. 인천 연수갑에선 송영길 후보, 인천 계양을에선 김남준 후보, 광주 광산을에선 임문영 후보, 경기 안산갑에선 김남국 후보, 경기 하남갑에선 이광재 후보, 충남 부여공주청양에선 김영빈 후보, 충남 아산을에선 전은수 후보, 전북 군산갑에선 김의겸 후보, 전북 군산을에선 박지원 후보, 제주 서귀포에선 김성범 후보가 당선됐거나 유력하다.
국민의힘은 대구 달성에서 이진숙 후보가 당선됐고, 울산 남갑은 김태규 국민의힘 후보와 전태진 민주당 후보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투표용지 부족에 투표 중단·밤 10시 투표도
서울시장 송파구와 강남구, 광진구 등에서는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선관위는 높은 투표율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해명을 내놨지만, 해당 투표소에서 적지 않은 유권자가 투표를 포기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국민의힘은 서울시장 선거가 오염됐다며 개표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까지 나서서 선관위를 비판하고 개표 중단과 재투표를 요구했다.
잠실7동 제2투표소에는 투표를 못한 주민과 유튜버 수백명이 몰리면서 투표함이 반출되지 못하고 사실상 투표소가 봉쇄되는 일까지 있었다. 선관위가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가 책임을 미루는 모습까지 보이면서 공분을 사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선거 무효 소송을 내겠다는 입장도 냈다. 김연기 법무법인 충정 변호사는 “절차 위반은 너무 분명하기 때문에 선거 무효 사유는 있다”며 “다만 이것이 법원에서 인정받으려면 요건이 엄격한데 인과관계를 따지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지만, 서울시장 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한동안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국민의힘이 깨끗하게 승복할 지 의문”이라며 “선거에서 참패한 장동혁 지도부 입장에서는 서울을 승복하는 순간 당권을 내려놓는 것과 마찬가지인 만큼 마지막까지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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