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美주식 250조원 돌파 … 해외에 달러계좌 개설도 급증
2026.01.20 17:51
달러에 돈 묻어두고 투자하고
외화예금도 월간 최고치 경신
국장 복귀계좌 만들어 稅혜택
정부는 달러 유입하려 안간힘
국내 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A씨는 일부 국내 주식 빼고는 금융자산 중 대부분을 달러로 가지고 있다.
A씨는 "환율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원화로만 장사하고 투자하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자산의 달러화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판교의 한 정보기술(IT) 기업에 근무하는 김진우 씨(34)는 매달 스마트폰에 급여 입금 알람이 뜰 때마다 월급 중 절반인 약 200만원을 달러로 바꾼다. 달러당 원화값이 1470원대까지 급락했지만, 김씨는 필수적 자산 배분의 일환으로 매달 기계적으로 달러 환전을 해오고 있다.
김씨는 "달러가 지금도 비싸지만 내일은 더 비싸질 것 같다"며 "원화는 지출용, 달러는 저축용으로 자산을 이원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원화 약세가 일시적 변동을 넘어 '상수'로 고착화되면서 자산 중 일부를 달러화하는 행위는 이제 단순 재테크를 넘어 필수적인 생존 방정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증시 투자로 자산을 불려보겠다는 서학개미에서 한발 더 나아가 최근에는 자산의 뿌리 자체를 미국으로 옮기는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미국 증시로 자본이 유출되는 속도가 매년 가팔라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외화증권예탁결제 보관액(주식)은 2024년 말 1121억달러(약 165조원)에서 2025년 말 1636억달러(약 241조원)로 급증했다. 새해 들어서도 보름 만에 82억달러(약 12조원)가 더 늘어난 1718억달러(약 254조원)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250조원을 넘어섰다.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개인들 반응도 과거와 판이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내국인과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이 국내에 보유하고 있는 외화예금을 뜻하는 개인 거주자 외화예금은 지난해 11월 151억1000만달러(약 22조3200억원)로 2025년 월간 최대치를 경신했다.
통상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환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외화예금이 줄어드는 것이 전통적 공식이었으나 최근에는 환율이 올라도 달러를 더 사 모으는 양상이 뚜렷하다. 이는 원화 가치 하락을 일시적 현상이 아닌 상수로 받아들인 개인들이 달러 저장을 시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달러예금 비중을 높이고 있는 사회초년생 양명선 씨(27)는 "월급이 늘어도 달러당 원화값이 내리면 결국 노동의 가치가 증발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증권사를 통하지 않고 현지 금융사에 직접 계좌를 개설해 자산을 묻어두는 자본 이전 현상도 고착화하고 있다. 2025년 국세통계연감에 따르면 개인의 미국 시장 내 해외금융계좌 신고 금액은 2023년 8조7560억원에서 2024년 11조8410억원으로 급증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한양대 겸임교수)은 "글로벌 표준에 맞는 규제 완화 단행, 해외 기업의 생산공장 유치 등 원화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구조적 문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달러를 국내로 유입시켜 원화 강세를 유도하기 위한 세제 혜택안을 발표했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올해 내로 국내시장 복귀계좌(RIA)를 통해 해외 주식을 매도한 자금을 원화로 환전해 1년간 투자할 경우 해외 주식 양도소득에 대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1인당 매도 금액 5000만원이 공제 한도이며 매도 시점에 따라 공제율을 1분기 100%, 2분기 80%, 하반기 50%로 차등 적용한다. 개인투자자가 증권사를 통해 RIA 계좌를 신설하고 엔비디아로 얻은 양도차익 5000만원을 올해 3월 말까지 RIA 계좌에 납입한 이후 해당 계좌를 통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식을 산다면 100% 공제가 적용된다.
아울러 정부는 개인투자자가 환헤지 상품에 투자하면 투자액의 5%를 해외 주식 양도소득에서 공제해주는 특례도 도입한다. 1인당 공제 한도는 500만원이다. 현재 해외 주식 양도소득세는 기본공제 250만원을 적용한 뒤 22% 세율을 부과하는데, 환헤지 공제를 활용하면 최대 750만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어 세 부담이 추가로 줄어들게 된다.
[차창희 기자 / 나현준 기자]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sk하이닉스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