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가가 키운 창신메모리 … 자본·인재 내세워 "타도 K반도체"
2026.01.20 17:51
삼성 기술 가져가 폭풍성장
지분 40% 中정부 전폭 지원에
24시간 근무 우수인재도 무기
메모리 호황에 증시입성 앞둬
6조 조달로 캐파확대 나설듯
삼성·하이닉스 D램 최대위협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유례없는 초호황에도 불구하고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올해 1분기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상장할 예정인 중국 D램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다. CXMT의 상장은 중국 메모리 반도체 굴기가 한 단계 완성되는 사건으로,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위협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메모리 시장의 호황으로 CXMT는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CXMT는 최소 295억위안(약 6조원)의 자금을 조달하게 되며 이를 통해 기존 팹의 수율을 향상하고 베이징, 상하이 등으로 팹 캐파 확장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캐파 확장이 완료되면 월 웨이퍼 투입량이 20만장까지 늘어나게 되며 현재 5% 수준인 CXMT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이 2029년에는 15%까지도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정동 테크인사이츠 수석부사장은 "점유율이 15%까지 올라간다면 결코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생산량이 될 것"이라면서 "CXMT의 상장이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 중요한 이벤트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과거 3강(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체제였던 D램 산업이 4자 구도로 변할 수도 있다. 그동안 전 세계 D램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해왔던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는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업계에서는 CXMT가 기존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과 달리 성공한 비결로 크게 3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기술이다. 2016년 설립된 CXMT는 2009년 파산한 유럽 메모리 반도체 기업 키몬다의 특허를 사들이면서 출발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첨단 D램인 DDR5 양산에까지 이를 수 있었던 것은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기술을 가져온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분석한다.
CXMT는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김윤용)가 구속기소한 삼성전자 임직원 출신 A씨 등 5명이 기술을 유출한 기업으로, 이들은 1·2기 개발팀으로 나눠 삼성의 메모리 기술을 장기간에 걸쳐 빼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CXMT에는 지금도 40~50여 명의 한국 직원이 있다"며 "기술을 확보하기 전에는 3배 이상의 직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둘째는 CXMT에 대한 중앙·지방 정부의 무제한 자금 지원이다. 상장을 앞둔 현재 CXMT의 주주 구성을 보면 허페이시 정부가 조성한 특수 펀드가 전체 지분의 21.67%, 안후이성 투자 그룹이 7.91%, 중앙정부가 조성한 국가 반도체 대기금 2기가 8.73%를 가지고 있어 사실상 40%의 지분이 정부 소유다. 2016년 설립돼 지금까지 10여 년간 적자였던 CXMT가 문을 닫지 않고 계속 유지되는 이유다.
CXMT가 상장을 위해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회사의 2025년 매출은 550억~580억위안(약 11조6000억~12조3000억원)이고 순이익은 20억~35억위안(약 4200억~5300억원)을 기록해 설립 후 처음으로 흑자를 거뒀다.
정부만 CXMT를 지원하는 게 아니다. 민간 기업과 중국 금융자본도 간접적으로 CXMT를 돕고 있다. 알리바바, 샤오미, 중국생명보험, 중국태평보험 등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알리바바, 샤오미 등 중국 테크기업은 CXMT의 중요한 고객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시간 제약 없이 일하는 우수한 인재도 CXMT의 강점으로 꼽힌다. CXMT에는 허페이의 명문 공대인 중국과학기술대학을 비롯한 인근 대학에서 배출하는 우수한 엔지니어들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 CXMT를 최근 직접 방문한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삼성전자의 1980~1990년대를 보는 것처럼 열정적으로 일하는 직원들을 볼 수 있었다"며 "자신들은 말 그대로 '24시간 일한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CXMT라는 개별 기업이 아니라 중국 국가 전체, 전자 생태계 전체와 경쟁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앞으로 더욱 거세질 CXMT의 도전에 대해 업계에서는 기술 보호와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경제간첩법을 제정하는 등 기술 유출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국가 차원의 반도체 인재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국 칭화대에서 일했던 반도체 분야 석학인 이우근 성균관대 반도체융합공학과 교수는 "앞으로 무수히 나올 반도체 기업의 퇴직 임원이나 고급 전문인력을 단지 기술 유출 방지라는 명목으로 영원히 막기는 쉽지 않다"며 "국가 차원의 반도체 싱크탱크 연구소를 설립해 퇴직 임원을 활용하고 대학에서도 산학교수를 더 많이 임용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산분리법 개정을 통해 프로젝트성 펀드 조성을 가능하게 해주고 세액공제가 아닌 투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산업 클러스터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업계 1위와 2위가 한 국가에 있고 수도권에 주로 분포해 있다. 팹을 중심으로 소재·부품·장비 기업은 물론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위치해 있어 빠른 정보 교류와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다른 국가의 예를 들어 반도체 팹을 지방으로 분산시키자는 주장이 나오는데 특정 지역에 생태계가 집중돼 있다는 것이 한국이 세계 1위를 차지한 경쟁력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며 "주 52시간 근무의 제약이 걸려 있는 가운데 한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가지는 경쟁력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덕주 기자 / 박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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