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선 대기표 받으러 500명 줄 서… “포기하고 돌아간 사람 많다”
2026.06.04 02:58
6·3 지방선거 본투표가 진행된 3일, 투표 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중단된 전국 투표소 10여 곳에선 혼란이 이어졌다. 투표를 하기 위해 한 시간 넘게 대기한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 유권자도 적지 않았다. 투표 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진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 마감 시간을 오후 6시에서 오후 10시로 연장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투표 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단된 투표소는 17곳이다. 서울 송파구 투표소 8곳(가락2동 3·7투표소, 문정1동 4투표소, 문정2동 2투표소, 잠실2동 6투표소, 잠실4동 5투표소, 잠실7동 2투표소, 위례동 5투표소), 강남구 2곳(청담동 4투표소, 개포2동 2투표소), 서초구 2곳(잠원동 7투표소, 반포4동 3투표소), 광진구 1곳(구의3동 6투표소), 동작구 1곳(노량진1동 7투표소), 인천 2곳(송도5동 1투표소, 동춘1동 6투표소), 경기 화성 1곳(동탄4동 5투표소) 등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이상능 선거1국장은 “(이번과) 유사한 사례가 과거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은 적은 없다”며 “송파구의 경우 전체 유권자 수의 50%만 투표 용지를 인쇄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총 유권자가 100명이라면 투표 용지를 50장만 인쇄해 놨었다는 얘기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투표 용지가 남아도 갈등의 빌미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선관위가 용지 수를 보수적으로 집계한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2동 6투표소(잠일초교)는 본지 기자가 투표 마감을 7분 남겨둔 오후 5시 53분쯤 찾았을 때 유권자 150여 명이 투표장에 들어가지 못한 채 투표 재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투표소는 오후 4시 30분부터 투표가 중단됐고, 선관위 사무원들은 유권자들에게 대기표를 나눠줬다. 투표소를 찾은 잠실2동 선관위원장은 “중앙선관위에서 투표 용지 50장을 받아 우선 50명부터 투표를 진행하고, 나머지 인원은 대기 후 순차적으로 투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유권자들은 “이미 기다리다 돌아간 사람도 많은데 50명을 무슨 기준으로 정하느냐” “먼저 온 사람 순서를 어떻게 확인하느냐”며 반발했다. 같은 학교 다른 투표소인 잠실2동 5투표소도 투표가 중단됐는데, 이 투표소는 국민의힘이 발표한 투표 중단 투표소 17곳에 포함되지 않은 곳이다.
잠실 우성아파트 단지 안에 설치된 잠실7동 2투표소는 오후 4시부터 투표가 중단됐다. 이곳에선 투표 마감을 15분 앞둔 오후 5시 45분 유권자 500여 명이 투표소 앞에 대기하고 있었다. 선관위 측이 대기표를 200장만 준비하는 바람에 나머지 유권자들은 대기표를 받으려고 대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투표소에서는 오후 10시까지 투표가 진행됐다. 이미 다른 지역에선 개표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오후 10시 25분쯤엔 시민 수십 명이 몰려와 “개표 무효! 선거 무효! 선관위 해체!”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날 잠실7동 2투표소에선 투표가 끝나고도 유권자 200여 명이 투표함 반출을 막아 자정 넘는 시간까지 실랑이를 벌였다. 4일 0시 30분 선관위 요청으로 투표소 현장에 배치됐던 경찰 120명은 1시 50분쯤 투표소로 진입하려다 이에 저항하는 유권자와 대치했다.
이날 투표 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일부 투표소에서는 선관위 측이 투표 용지를 지퍼백이나 쇼핑백 등에 담아 오는 모습이 목격돼 유권자들이 “지퍼백 선거냐”라며 반발했다. 한 50대 여성은 “2022년 대선 때는 소쿠리에 담아 투표 용지를 옮기더니, 이번에는 지퍼백에 담아 오냐”며 “믿을 수 없는 선거”라고 말했다.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청담 제4투표소에 도착한 한 여성(48)은 한 시간 넘게 기다렸다가 투표를 못 하고 돌아섰다. 이 여성은 “투표소 밖에서 줄을 서 있었는데 오후 6시가 돼서야 ‘대기표가 없으면 투표를 못 한다’고 안내했다”며 “선관위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투표를 포기했다”고 했다.
오후 6시 30분쯤 한 여성이 10개월 된 아기를 안고 송파구 가락2동 제3투표소를 찾았다. 이 여성은 30분 넘게 기다리다가 선관위 직원이 “투표 마감 시한인 6시 이전에 대기표를 받은 사람만 투표할 수 있다”고 안내해 투표를 하지 못하고 귀가했다고 한다. 이 투표소에서는 대기표를 받고도 순서를 놓쳐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도 여럿 있었다.
법률 전문가들은 “선관위의 준비 부족이 유권자의 선거권을 침해했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선관위의 중대한 잘못이 드러날 경우 선거 무효 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투표를 못 한 유권자가 몇 명인지 따져봐야겠지만,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유권자가 나온 순간 선관위의 법적 책임이 생긴 것”이라며 “선거 무효 소송 등 법적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선 용지 부족으로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 수가 1·2위 후보자 득표 차보다 적다면 소송으로 가더라도 선거가 무효로 판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런 가운데 4일 0시 30분쯤 투표 용지 부족 사태에 반발한 500여 명(경찰 추산)이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관위 청사로 몰려가 진입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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