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운항 축소·무급휴직… 항공업계 ‘2분기 위기론’
2026.06.04 00:10
2분기부터 본격 반영 실적 악화
분기 영업손실 7600억원대 추산
항공사들 비용 절감하며 버티기
중동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와 환율이 널뛰기하면서 국내 항공업계에 ‘2분기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치솟은 항공유 가격 부담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감편과 무급휴직에 이어 채용 연기까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다수 업체가 올해 1분기 여행 수요 회복 효과에 힘입어 실적 선방을 이뤘지만, 일시적 착시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해 1분기 매출 4조5151억원, 영업이익 5169억원의 잠정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4.1% 늘어 역대 1분기 기준 최대치를 찍었고, 영업이익도 47.3% 증가했다. 제주항공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 644억원을 기록했고, 티웨이항공(트리니티항공)은 199억원으로 2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일본 노선을 중심으로 여행 수요가 회복되고, 화물 사업 성장이 실적을 떠받쳤다는 평가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은 여객 공급 감소와 대한항공과의 통합 준비 비용 등의 영향으로 1013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업계에서는 1분기 실적이 사실상 ‘전쟁 이전 성적표’라는 평가가 많다. 지난 2월 말 중동전쟁 직후 급등한 유가 영향이 일부만 반영된 수치이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는 여행 수요 역시 견조히 유지됐다.
항공사들은 비용 절감에 돌입한 지 오래다. 중동전쟁 이후 국제선 운항은 왕복 기준 1000여편이 줄었다. 감편은 동남아 등 중거리 노선에 집중됐다. 제주항공은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국제선 운항의 4%에 해당하는 왕복 187편을 줄였다. 인천발 푸꾸옥·다낭·방콕·싱가포르 노선을 각각 주 7회에서 주 3∼4회로 줄였고, 비엔티안 노선은 일시 중단됐다.
진에어도 지난달 기준 괌·푸꾸옥 등 노선에서 왕복 176편을 감축했다. 에어부산과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에어프레미아 등도 잇따라 국제선 운항 축소에 나선 상태다. 여기에 전 노선 정상 운항을 고수하던 파라타항공도 오는 17일부터 30일까지 인천∼푸꾸옥 노선 비운항을 결정했다. 그동안 감편 계획이 없던 대한항공조차 최근 괌·푸켓 노선 일부 운항을 줄이며 비상경영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오는 7일까지 인천∼괌 노선을 기존 주 14회에서 주 7회로 감편 운항 중이다.
항공사들이 동남아 노선을 집중적으로 줄이는 것은 수익성 악화 영향이 크다. 중거리 노선은 유류할증료 부담이 큰 데다 항공권 가격 상승으로 여행 수요까지 둔화한 상태다. 여기에 현지 추가 급유에 대한 비용 부담도 높다는 게 항공업계의 설명이다. 반면 일본 등 근거리 노선은 상대적으로 유류비 부담이 덜해 여객 수요가 유지되는 분위기다. 제주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 등 다수의 저비용항공사(LCC)가 일본 노선은 그대로 두면서도 동남아 노선을 중심으로 공급 축소에 나선 이유다.
올해 내내 항공유 고공행진이 예상되면서 신형 항공기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제주항공은 최근 보잉 B737-8 차세대 항공기 2대를 추가 도입했다. 연료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정비·수리(MRO) 비용을 절감하는 전략이다.
문제는 고용 불안 조짐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8일부터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6월 한 달간 무급휴직 신청을 받았다. 티웨이항공과 에어로케이도 무급휴직 제도를 운영 중이다. 특히 진에어는 상반기 객실 승무원 신입 합격자 50여명의 입사 시기를 추석 이후로 연기하기까지 했다. 이들은 애초 지난달 11일 입사 예정이었다. 진에어 외에도 신규 채용을 축소하거나 보류할 항공사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2분기부터 항공사들의 실적 악화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달 유류할증료(4월 16일∼5월 15일 기준)가 소폭 하락했지만, 지난달 최고 33단계를 찍은 급등분이 2분기부터 반영되기 때문이다. 고가 항공유 영향이 본격 반영되면 비용 부담이 커지고, 여행 수요 둔화 흐름도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1500원 안팎의 원·달러 환율도 비용 부담을 키우는 요소다.
현재 한국항공협회는 국내 항공사 12곳의 올해 2분기 영업손실 규모를 7600억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흑자를 냈던 것과 비교하면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하는 것이다. 재무 체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LCC들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티웨이항공은 부채비율이 4000%를 넘고, 에어프레미아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LCC 관계자는 “6월 유류할증료가 일정 부분 떨어졌지만, 여전히 비싸다는 인식이 강해 여행을 1~2달 더 미루려는 수요가 많을 것”이라며 “이제부터가 진짜 버티기 싸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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