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3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2가제1동 투표소에 시민이 줄을 서고 있다. 임성빈 기자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일인 3일, 높았던 투표 열기만큼이나 전국 각지에서 선거 관련 사건·사고가 줄을 이었다. 일각에선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사람이 소란을 일으키는 등 경찰로 접수된 신고가 400건에 육박했다. 서울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가 모자라며 다른 곳에서 용지를 공수해 투표를 진행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3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 경찰은 총 399건의 지방선거 관련 신고를 접수했다. 투표 방해·소란 신고가 66건이었고, 폭행도 3건 있었다. 교통 불편이 29건, 나머지는 오인 등 기타 신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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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 주장, 투표용지 훼손…선거법 위반
이날 오후 4시18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는 한 70대 남성이 “투표사무원이 투표용지에 개인 도장을 찍는다”며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112에 신고했다. 지역 선거관리위원회는 남성에게 해당 절차에 문제가 없음을 설명한 뒤 그를 귀가 조치했다.
앞서 오후 3시21분 경기도 광명시 하안2동 투표소에선 90대 남성이 “교육감 투표용지에 정당 표시가 안 돼 있다”며 용지를 찢어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비슷한 시간 서울 동작구에선 80세 남성이 “공무원이 왜 투표용지를 관리하냐”며 시비를 걸다 행정민원팀장의 목을 팔꿈치로 때려 경찰이 남성을 공무집행방해 현행범 체포하는 일도 있었다.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에선 두 차례로 나눠서 진행하는 기표 절차 중 2차 투표를 위한 용지를 받으면서 “했는데 왜 또 주냐”며 용지를 찢어 경찰이 임의동행했다.
3일 오후 6시3분 서울 송파구 가락동 쌍용아파트에 마련된 투표소에 투표용지가 부족해 시민이 대기하고 있다. 김예정 기자 이와 별도로 서울 송파·강남구에선 10여곳의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다른 지역에서 용지를 배송받아 투표를 진행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인한 투표 중단 관련 신고는 총 14건이었다. 부족 상황을 겪은 투표소에는 투표 마감 시각인 오후 6시 이후에도 용지를 기다리는 유권자의 줄이 늘어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율이 지난 선거보다 높아서 일부 투표소에서 준비된 투표용지가 부족했다”고 공지했다.
뜨거운 날씨처럼 높은 투표 열기에 전국 투표율은 오후 7시30분 집계 기준 60.7%(잠정)를 기록했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정치적 고향’인 성동구 투표율은 66.2%로 서울 전체 투표율(62.8%)을 웃돌았다. 이날 오후 성수1가 제1동 주민센터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이기숙(57)씨는 “부동산 정책, 특히 공급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후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뚝섬 지역에서 평생을 살았다는 A씨(71)는 “동네 식당도 잘되고, 경제도 잘 돌아가게 하는 사람을 찍었다”고 했다.
3일 서울 서초구 서초고등학교 1층 물리지학실험실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 김예정 기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전통적 지지 기반으로 분류되는 강남 지역에서도 투표소에 줄이 늘어섰다. 서초구 서초고등학교 투표소에서 만난 40대 박모씨는 “지역 일꾼이니 연속성 있게 정책을 이행할 후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사전투표에 대한 불신으로 이날 본 투표에 참여했다는 사람도 일부 있었다. 박모(64)씨는 “강원도에 있었지만, 사전투표에 문제가 많다고 해서 안 했다”며 “친구들한테도 본 투표를 하라고 그랬다”고 했다.
수도권 지역 투표소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러 온 시민으로 들어찼다. 인천 미추홀구 주안1동에선 평소 강연 등 교육 프로그램이 열리는 장소인 ‘틈 문화장착지대’에 투표소가 문을 열었다. 인근에 박찬대(민주당)·유정복(국민의힘) 인천시장 후보가 선거캠프 사무실을 차리면서 ‘인천의 정치 1번지’로 자리 잡은 곳이다. 이곳에서 투표를 마친 대학생 이모(24)씨는 “대학생들이 모이면 사실 정치 이야기는 잘 하지는 않지만, 나만의 생각을 투표로 말하고자 나왔다”며 “초·중·고·대학교 모두 인천에서 다니고 있는데, 내가 살아온 지역을 발전시킬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3일 인천 서구 석남동 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시각 장애인 노창우씨가 도장이 찍힌 손등을 보여주고 있다. 변민철 기자 시각장애인인 노창우(54)씨는 인천 서구 석남1동 한 투표소에서 투표권을 행사했다. 이날 그는 투표소로 들어가고도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 점자로 된 시각장애인용 투표 보조 용구를 제때 제공하지 않아 20분간 대기하는 일을 겪었다고 한다. 노씨는 “인천에 시각장애인이 약 1만4000명 있는데, 투표하는 사람이 10명도 안된다면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며 “우리의 한 표가 나중에는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투표소를 나오는 시민 상당수가 “투표지가 7장이니까 정신이 없었다”는 후기를 남겼다. 50대 장모씨는 “특히 교육감은 기호도 없으니 헷갈리더라”라며 “공약도 못 보고 그냥 찍은 것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은 정해진 투표소가 아닌 곳으로 찾아와 다시 안내를 받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