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Aview 로고

VIEW

노태악
노태악
이번엔 ‘지퍼백 투표’…서울 곳곳 투표용지 부족 대혼란

2026.06.03 19:04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서울 송파구 잠실2동 6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본투표 당일인 3일 서울 지역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수시간가량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22년 대선 사전투표 당시 ‘소쿠리 투표’에 이어 또다시 선거관리 부실 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선관위가 천인공노할 대혼란을 야기했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중앙선관위와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후 서울 송파·강남·광진·동작구 등 서울 시내 10여곳 이상의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일시 중단됐다. 해당 투표소에선 수십~수백 명의 유권자가 대기하거나 아예 투표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등 혼란이 벌어졌다. 일부 투표소에선 투표 마감시각 이후 유권자에게 '대기표'를 나눠주며 또다른 논란을 낳았다. 뒤늦게 각 지역 선관위가 지퍼백과 종이 봉투에 담은 투표용지를 투표소에 보내 투표를 재개하자, 일각에선 ‘지퍼백 사태’라는 말도 나왔다.

동네 커뮤니티와 주민 단체 대화방에는 “살다가 이런 일도 있느냐”“너무 황당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강남과 송파는 선거일 당일 본투표율이 각각 38.2%와 37.7%를 기록해 서울 전체 25개 구 중 2·3위를 기록할 만큼 본투표가 몰린 지역이다.
투표용지가 부족해지자 각 지역별 선관위에서 지퍼백에 담긴 투표용지를 투표소로 전달해 투표가 재개됐다. 지퍼백에 담긴 투표용지를 꺼내고 있는 선거 사무원들. 사진 국민의힘 서울시당
선관위의 대처 역시 신속하지 않았다. 선관위가 언론에 입장문을 전한 것은 논란이 퍼진 뒤인 이날 오후 5시 25분이었다. 선관위는 “지방선거 투표율이 지난 선거보다 높아서 송파구 일부 투표소에서 준비된 투표용지가 부족해 현재 송파구 선관위에서 해당 투표소로 투표용지를 이송 중”이라며 “대기 중인 유권자는 투표 마감 시간이 지나도 정상 투표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송파 외에 다른 지역에 대해선 해명조차 하지 않았다. 선관위 관계자는 “투표용지는 충분히 인쇄해뒀다. 배분의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투표율이 높았다”는 선관위의 설명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후 6시 기준 중앙선관위가 집계한 잠정 투표율은 57.7%로, 2022년 8회 지방선거(50.9%)보다는 높지만 2018년 7회 지방선거(60.2%)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관위가 또 안일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파 지역 주민들 단톡방에서 투표 용지 사태를 두고 주민들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커뮤니티 캡처
선관위에 따르면, 매 선거에선 역대 투표율 등을 고려해 전체 유권자보다 적은 숫자의 투표용지를 인쇄해놓는다고 한다. 이번 지방선거의 전체 유권자가 4464만9908명인데 실제 인쇄량은 이보다 적다는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지방선거 투표율이 통상 60%대 수준이고, 사전투표의 경우 현장에서 용지를 인쇄해 배포한다”며 “예산 낭비 우려가 있어 70~80%대 투표율을 예상하고 투표용지를 인쇄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본투표율이 예상보다 너무 높았다”고 했다.

이 같은 해명에 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긴급 입장문을 내고 “투표용지가 부족해서 투표를 못 하고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소식이 들어오고 있다”며 “지금이 19세기도 아니고, 선거가 끝나는 대로 곧장 이번 사태의 진상규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도 “선관위의 안일함과 무능함이 끝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려 천인공노할 대혼란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유감을 나타냈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입장문을 내고 “서울시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서 투표를 못 하고 있다는 소식”이라며 “투표 사무를 준비해 온 중앙선관위를 비롯한 서울시 선관위의 선거 준비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은 전날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공정하고 정확한 투·개표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관위는 하루 만에 또다시 선거 관리 능력을 의심받는 처지에 놓였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

댓글 (0)

0 / 100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노태악의 다른 소식

노태악
노태악
2시간 전
사고치고 뒷북치는 선관위, 밤 9시 '투표지 부족' 대국민 사과키로
노태악
노태악
3시간 전
선관위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연장 투표에 뿔난 시민들 [6·3의 선택]
노태악
노태악
3시간 전
교육감 직선제 구조적 한계… 정책 뒷전, 진영 대결만 되풀이 [6·3 국민의 선택]
노태악
노태악
4시간 전
서울 강남권 투표용지 부족 초유의 사태…국힘 “책임 묻겠다”
노태악
노태악
7시간 전
받고 보니 똑같은 투표용지 2장…경찰까지 출동했지만 “단순 실수”
노태악
노태악
7시간 전
받고 보니 똑같은 투표지 2장…"단순 착오" 현장서 종결
노태악
노태악
7시간 전
[6·3 지선] 유권자 1명에게 교육감 투표용지 2장 배부…경찰 출동
노태악
노태악
13시간 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하는 노태악 선관위원장
노태악
노태악
13시간 전
투표하는 노태악 선관위원장
노태악
노태악
1일 전
투·개표소 최종 점검…“용지 당 1명만 기표해야”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