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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가족 품으로… “두 차례 사고 겪고도 달라진 게 없어” 오열

2026.06.03 19:54

한화에어로 사망 5명 신원 확인

“2018·2019년 폭발사고 되풀이
재발 방지대책 마련하긴 했냐”
숨진 20대 2명, 3개월 차 신입
유족, 참담한 현실에 ‘망연자실’

사업장 화재조사 2년 연속 ‘불량’
전문가, 외부충격 의한 폭발 지목


“당신들이 말한 관성과 타성이 내 아들을 지옥불로 밀어넣은 거야!”

3일 오전 11시 대전 유성선병원 장례식장.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로 20대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빈소를 찾은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를 향해 참았던 울분을 쏟아냈다. 사고 사흘째가 돼서야 유전자(DNA) 분석을 통해 아들의 시신을 확인한 부모는 끝내 무너졌다.
고개 숙인 대표 3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 희생자 유가족들이 모인 대전 유성구 한 병원에서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가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가족의 부축을 받으며 어렵게 걸음을 뗀 어머니는 “내가 아들을 사지로 몰았다”며 가슴을 쳤다. 다른 유족들도 “2018년과 2019년에도 발생한 사고를 겪고도 달라진 게 없다”며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긴 한 것이냐”고 울부짖었다.

회색 작업복 차림으로 빈소를 찾은 손 대표는 “죄송하다.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유가족분들의 슬픔을 감히 헤아릴 수 없지만 성심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시신 훼손이 심해 DNA 분석을 거쳐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 5명의 시신은 이날 모두 가족에게 인도됐다. 충남대병원에 안치돼 있던 시신 2구도 유성선병원으로 운구됐다. 애써 버티던 유족들은 참담한 현실에 망연자실했다.

현재 장례 절차에 대한 유족과 한화 측의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빈소는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1일 폭발 사고가 발생한 대전 유성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이 통제되고 있다. 뉴시스
이번 사고 사망자들은 현장 작업자들이었다. 지난 1일 대전사업장 56동 세척공실에서 로켓 고체연료 추진제 제조에 사용된 장비를 세척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희생자 중 20대 2명은 발주 물량 증가로 올해 2월 계약직으로 채용된 신입사원이었다. 나머지 3명은 10∼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숙련공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합동감식에 참관했던 한 유족은 “폭발 충격으로 외부 문이 모두 휘어져 있었다”며 “폭발 원인과 사망 경위를 명백히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전날 합동감식에서 발화지점을 확인하는 등 원인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화약제 혼합기통 세척 과정보다는 외부적 충격에 의한 폭발 가능성을 지목했다. 세척하는 장비에 추진제 찌꺼기가 남아 화학반응을 일으켜 폭발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세척실 내부 요건에 의해 정전기 발생 등도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1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현장 출입구가 통제되고 있다. 뉴시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은 소방당국의 화재안전조사에서 2년 연속 ‘불량’ 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건, 올해 6건의 지적 사항이 나와 시정조치가 이뤄졌다. 소방당국은 지난해와 올해 이 사업장에 대해 군용 화약류 제조·저장시설 화재안전조사를 벌였다. 이 조사는 2019년 화재 발생으로 주요 소방시설이 집중된 70동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지난 1일 폭발 사고가 발생한 56동 세척실은 당시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조사에서는 소방차가 소방 호스를 연결하는 설비인 채수구에서 물이 나오지 않도록 동력제어반 장치를 임의로 조작한 사실이 적발돼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이번 사고로 안전관리체계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는 안전 업무를 전담·총괄하는 임원급 인사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내 안전 관련 최고 직책은 ‘ESH(환경·안전·보건) 실장’으로, 부장급 직원이 맡고 있다. 해당 직원은 ESH실 산하 안전경영팀장과 최고안전환경책임자(CSO) 역할도 겸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회사 안전을 총괄하는 핵심 직책을 임원이 아닌 부장급 직원이 맡은 것을 두고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보다 규모가 작은 국내 방산업체인 LIG넥스원이나 현대로템 등은 이미 안전 전담 임원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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