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전
러 자산 동결이 방아쇠…중국·인도 등 미 국채 던지고 금 사재기
2026.06.03 18:34
중앙은행, 매년 금 1000t씩 사고
中, 美 국채 1400억불 팔아 치워
각국 연기금도 줄줄이 미 국채 줄여
ECB "달러 기축통화 지위는 여전"[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세계 중앙은행이 미국 국채 대신 금을 택한 흐름의 밑바탕에는 미국과 달러화에 대한 깊어진 불신이 자리한다. 달러화 단일 패권에 기대온 국제 경제가 여러 축으로 갈라지는 ‘다극화’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호탄은 미국과 대립의 골이 깊은 중국에서 쏘아올렸다. 각국은 금을 서방 중심 제재나 미국의 재정난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안전판’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달러 들고 있다가 돈줄 묶일라” 경계 확대
2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이 펴낸 연례 보고서 ‘유로화의 국제적 역할’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각국 중앙은행 외환보유액에서 금 비중은 27%로 미 국채(22%)를 처음 앞질렀다. 중앙은행들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매년 1000톤 이상 금을 사들였다. 지난해 850톤으로 다소 줄었으나 여전히 많은 매입량이다. ECB는 “금이 중앙은행이 선호하는 준비자산으로 떠올랐다”며 “다만 미 국채를 포함한 달러화 표시 자산 전체로는 비중이 42%로 가장 커,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 자체가 무너진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중앙은행이 금을 본격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한 시점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맞물린다. 당시 서방이 약 3000억 달러(약 456조원) 규모의 러시아 달러화 자산을 동결하자 ‘달러를 들고 있다간 언제든 제재로 묶일 수 있다’는 경계심이 확산했다. 금은 발행 주체가 없어 특정국이 제재로 묶을 수 없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금을 가장 많이 사들인 곳은 폴란드(102톤)였으며 카자흐스탄·튀르키예·중국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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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미 국채는 매도세가 강해졌다. 특히 중국이 미 국채를 가장 많이 팔아치웠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순매도액만 1400억 달러(약 213조원)에 달한다. 여기엔 제재 회피뿐 아니라 위안화 국제화 추진, 미·중 패권 경쟁 등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중국 다음으론 인도·브라질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가 미 국채를 많이 처분했다. 이들 대표 국가는 모두 브릭스(BRICS) 회원국으로 역내 교역의 약 67%를 자국 통화로 결제하고 있다. 미국의 재정 상태에 대한 우려도 금 쏠림을 부추겼다. 미 정부의 천문학적 재정적자와 정치적 분열로 국채의 장기 안정성에 의문이 커지면서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2월 말 3.9%대에서 지난달 중순 4.6%까지 올랐다. 금리 상승은 국채 값 하락을 뜻해 안전자산이라는 믿음이 흔들린 신호로 읽힌다.
자산운용사 캐피털그룹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재정적자 억제를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해지면서 미국의 부채 지속가능성과 달러화 강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해외 중앙은행·기관이 보유한 미 국채는 9조 3000억 달러로 전체의 30.3%에 그쳐 2008년 정점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법정화폐에 대한 불신과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리스크도 금의 매력을 키웠다. 무제한 화폐 발행으로 종이돈 가치가 흔들리자 검증된 실물 자산인 금이 ‘가치 저장의 최후 수단’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금값이 60% 급등하면서 보유액도 불었다.
중앙은행뿐 아니라 연기금도 국채에서 발을 빼는 추세다. 유럽 최대 연기금인 네덜란드 ABP는 미 국채 보유액을 지난해 3월 이후 12월 말 149억 유로(약 26조원)로 9개월 새 거의 절반으로 줄였고 덴마크 아카데미커펜션도 올해 1월 1억 달러(약 1500억원) 축소 계획을 발표했다. 북유럽 연기금 운용책임자들은 로이터에 “미국의 외교정책 불확실성과 부채 증가로 달러화·미 국채 보유를 위협으로 본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1996년 이후 30년 가까이 이어진 달러화 중심 자산 지형이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캐나다 공적연금 온타리오투자관리공사(IMCO)의 바트 클라크 최고경영자(CEO)는 “인플레이션 위험과 미 재정정책 불확실성으로 미 국채 신뢰성이 떨어졌다”며 자산 분산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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