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은 대화, 저쪽은 포성…중재 노력 무색한 미·이란 무력 충돌
2026.06.03 17:00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한자리에 앉아 평화협정을 위한 대화를 시작했다. 레바논 사태가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자 미국이 중재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친이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교전이 계속되는 데다 미국·이란 간 충돌도 쿠웨이트를 겨냥한 공격으로 확산하면서 협상은 난항이 예상된다.
예키엘 라이터 주미 이스라엘 대사와 나다 하마데 모아와드 주미 레바논 대사는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만나 레바논 내 무력 충돌을 중단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직접 대화를 재개했다. 비수교국인 양측의 직접 대화는 지난달 14∼15일 이후 네 번째로, 이번 협상도 이틀간 진행될 예정이다.
양측의 첨예한 이견이 이틀간의 대화로 좁혀질지는 불투명하다. 이스라엘은 철군 조건으로 헤즈볼라의 군사조직 해체, 적대행위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 공격을 멈추는 ‘부분 휴전’ 방안이 나왔지만 헤즈볼라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했다. 레바논 남부를 점령한 이스라엘군의 철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양측에 60일에 걸친 단계적 긴장 완화 방안을 제시했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이 레바논 현지 언론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미 연방의회 상원 청문회에서 “레바논-이스라엘 정부는 내일이라도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며 “문제는 헤즈볼라”라고 밝혔다.
양측이 대화를 하는 중에도 이스라엘 북부와 레바논 남부에서는 공습 사이렌이 이어졌다. 레바논 국영 통신(NNA)은 이날 이스라엘군(IDF)이 레바논 남부 30여 곳에 공습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남부 하다타에서 이스라엘 전차를 향해 미사일 공격을 벌였다고 했다. IDF는 이스라엘 북부를 노린 헤즈볼라의 로켓·무인기(드론) 공격으로 경보 사이렌이 울렸다고 발표했다.
미·이란 간 무력 충돌도 계속됐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바레인의 미 해군 제5함대 기지와 쿠웨이트의 미 공군기지를 각각 미사일·드론으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미군의 중동 작전을 관할하는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격추했다며 “이란의 공격은 실패했다”고 반박했다. 미군은 이란 공격에 대응해 이란 케슘섬을 공습했다.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쿠웨이트 국제공항의 운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쿠웨이트 국방부는 3일 성명에서 쿠웨이트 국제공항의 1터미널이 이란 드론의 공격으로 상당한 물적 피해가 발생했고, 여러 명이 다쳐 치료받았다고 밝혔다. 이란은 쿠웨이트가 미국의 대이란 공격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쿠웨이트를 보복 공격 대상으로 삼아 왔다.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도 더해졌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란 국가기관이 경제 제재를 우회할 수 있도록 도운 혐의로 노비텍스·월렉스·비트핀·람지넥스 등 이란의 대표적 가상화폐 거래 플랫폼들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미·이란 종전 협상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미·이란 대화가 중단됐다는 최근 보도에 대해 “가짜뉴스”라면서 “대화는 4일 전, 3일 전, 2일 전, 하루 전, 그리고 오늘까지 계속해서 이어져 왔다”고 SNS에서 밝혔다. 이는 앞서 1일 이란 타스님 통신이 이란 협상단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에 항의하는 뜻으로 미국과 메시지 교환을 중단했다고 보도한 내용을 반박한 것이다.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미·이스라엘 공습으로 숨진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장례식도 이달 중순 열릴 예정이다. 이란 반관영 ISNA통신은 2일 테헤란, 쿰, 마슈하드 3곳에서 하메네이의 장례 행사가 확정됐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장례 행사는 이란 IRGC가 주관하며 약 3일간 진행된다. 테헤란시는 추모식에 1500만~2000만명의 조문객이 참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들인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부친의 추모식에 모습을 드러낼지도 관심사다. 모즈타바의 등장은 전쟁 발발 이후 미·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대거 사망한 이란 지도부가 통제력을 회복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관건은 미·이란 종전 양해각서(MOU) 협상의 진전 여부다. 남은 기간 협상이 파행으로 치달으면 모즈타바의 등장뿐 아니라 장례식 자체가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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