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가 부양 위해 신규상장·유상증자 억제, 본말전도다
2026.06.03 00:01
2일 코스피 지수는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피는 최근 1년간 세배 넘게 올라 미국 나스닥이나 일본 닛케이 지수의 상승률보다 높다. 하지만 자본시장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신규 상장과 유상증자는 냉골이다.
올해 1분기 코스피·코스닥을 합친 신규 상장 기업 수는 11개사로, 예년 1분기 평균인 24개사의 반 토막 이하다. 지난 2월에는 신규 상장 기업이 단 한 곳도 없었다. 12년 만에 처음이다.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가 철회하거나 무산되는 사태도 빈발하고 있다. 취소하지 않더라도 주주들의 거센 반발과 당국의 압박에 밀려 증자 규모를 수천억 원씩 축소하는 사례들도 잇따른다. 유상증자 철회 공시가 나면 당일 주가가 급등한다. 기업 투자 자금 조달이라는 주식 시장의 원래 기능은 없어지고 단기적인 매매 차익만 남은 듯한 모습이다.
가장 큰 이유는 일부 기업의 쪼개기 상장과 기업 분할, 증자 남발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원인이 된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상장과 증자에서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는 필요하지만 신사업에 도전하려는 우량 기업들의 자금 조달 창구마저 위축되면 안 된다. 기업들이 증시를 통한 자금 조달 대신 주가 부양 압박에 밀려 자사주 소각이나 하는 상황은 정상이라 보기 어렵다.
미국은 지난해 상장 건수가 전년(246건) 대비 52% 급증한 374개로 공모 금액을 두 배 가까이 키웠다. 올 하반기 상장되는 스페이스X·오픈AI·앤스로픽 등 합산 몸값만 프랑스 GDP를 넘는 5000조원 규모라고 한다. 여기에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AI 인프라 투자를 위해 800억달러(약 120조원) 규모의 대형 유상증자에 나서는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증시를 통한 자금 조달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수백 개의 첨단 기업을 상장시킨 중국 역시 창신메모리·양쯔메모리 등 반도체 기업과 로봇 기업 유니트리가 합산 가치 100조원이 넘는 상장을 통해 대규모 투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우리 주식시장도 시세 차익 게임에 머물러선 안 된다. 주식시장의 본질은 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통한 ‘생산적 금융’이며, 투자자는 리스크를 함께 짊어지고 과실을 나누는 동업자 성격도 있다. 자금 조달 기능이 작동 않는 증시는 존재 이유를 잃는다는 점에서 최근 국내 증시는 본말전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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