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AI 모델은 불안"…네이버·SKT·NC가 군대로 간 이유는
2026.06.03 16:30
정부와 군이 국방 인공지능 전환(AX) 기반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네이버, SK텔레콤(SKT), NC AI 등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프로젝트에서 경쟁을 했던 주요 기업들이 특화 모델 및 서비스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사태을 거치며 드론 영상 분석, 표적 탐지, 위성·센서 데이터 통합, 작전 정보 처리, 지휘 의사결정 지원 등 최근 국방 분야에서 AI의 활용성이 급격히 커진 데다 외산 모델과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국가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소버린 AI'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인식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AI가 바꾼 현대 전장…자체 '국방 AI 플랫폼' 필요성 커져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방부는 최근 '국방 AI 공통기반'을 자체 기술로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내 예산을 마련하고 이듬해부터 초기 연구개발(R&D)에 착수한 뒤 민간 기업들과 협력해 실제 개발·도입으로 이어가는 구상이다.국방 AI 공통기반은 다양한 국방 분야 AI 모델, 학습 데이터 등을 군 내부망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이 플랫폼은 미국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의 '고담' 시스템처럼 방대한 작전 데이터를 통합·분석해 지휘관의 판단을 돕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팔란티어는 '파운드리' '고담' 등의 플랫폼을 운용하고 있는데 파운드리는 상업·민간기업용이고, 고담은 정부·군사용으로 사용된다. 최근 미 국방부가 고담을 활용해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 주요 군사시설과 지도부 은신처를 식별하고 폭격에 앞서 방공망 허점을 찾아내기는 등 국방 분야에서 AI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국방 AI 논의의 핵심에는 '소버린 AI'가 있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영역인 만큼 성능뿐만 아니라 통제권, 데이터 주권, 보안, 감사 가능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외산 모델을 군 내부망이나 작전 체계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민감 데이터 유출 우려뿐 아니라 모델 업데이트·정책 변경·서비스 중단 같은 외부 변수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재명 정부에서 AI 정책을 총괄하는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최근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분야에서는 외산 AI 모델 적용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내고 있다. 한국이 직접 통제할 수 있는 특화 AI 모델과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배경훈 부총리는 최근 미국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국방과 안보 같은 영역이나 민감한 산업에서는 다른 나라의 AI 모델을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이런 경우 한국만의 특화 AI 모델과 서비스가 필요하고 AI 적용이 제한되며 국내 통제가 필요한 영역도 많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국방 AI 개발 주체 역시 정부와 기업 중 한쪽에만 둘 수 없다고 봤다. 배 부총리는 "그런 AI를 우리가 직접 만들어야 하는가 아니면 기업이 만들어야 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며 "한국의 답은 둘 다"라고 강조했다.
'K-팔란티어' 꿈꾼다…네이버·SKT·NC 국방 AI 승부수
이러한 정부 정책에 발맞춰 국내 AI 기업들 역시 국방 AX 분야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먼저 네이버는 최근 '국방 AX 전담 테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직속으로 신설된 이 조직은 김 대표가 직접 TF장을 맡아 총괄하며 국방 분야 AI·클라우드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군 환경에 맞는 AI 모델과 인프라 적용 방안을 검토하는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특히 국방 현장 수요에 맞춰 AI 시스템을 설계·구축하는 '전방 배치 엔지니어(FDE)' 역할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FDE는 고객 현장에 직접 들어가 AI 시스템 구축과 운영을 지원하는 직군이다. 팔란티어가 국방·정보기관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핵심 경쟁력으로 활용한 방식이다.
국방 분야에서는 폐쇄망 환경, 보안 인증, 데이터 주권, 안정적 인프라 운영 등이 중요하다. 네이버는 한국어 기반 초거대 AI와 클라우드 인프라, 공공·민간 서비스 운영 경험에서 강점을 지닌 만큼 향후 자체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결합해 이러한 요구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최근에는 드론 자율비행 플랫폼 기업 유비파이에 투자를 단행한 만큼 향후 네이버의 AI·디지털트윈 등 기술 역량과 유비파이의 드론 하드웨어·운용 기술 간 다양한 시너지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피지컬 AI와 자율주행·로보틱스 등 AI의 현실 세계 확장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드론 역시 중요한 미래 기술 영역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며 "네이버의 피지컬 AI 기술 역량과 유비파이의 드론 기술력이 결합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KT 역시 지난달 국방부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국방 특화 AI 모델 개발·실증에 나섰다. 양측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 국방 특화 AI 개발, 국방 분야 공개 데이터 수집·제공·활용, 국가 AI 프로젝트와 연계한 그래픽처리장치(GPU) 활용 등에서 협력할 계획이다.
SKT는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인 에이닷엑스 케이원(A.X K1)과 차세대 모델로 개발 중인 에이닷엑스 케이투(A.X K2)에 경량화 기술을 적용하고 국방 데이터를 추가 학습해 군 환경에 최적화된 모델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국방부는 과기정통부 국가 AI 프로젝트를 통해 확보한 GPU 자원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협력 체계를 뒷받침할 예정이다.
전준범 국방부 국방인공지능기획국장은 "이번 협약을 통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의 국방 특화 AI 모델을 신속히 개발·실증해 국방 AX가 한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방 분야 전반에 AI를 효과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SKT 등 민간과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NC AI는 현대로템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최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발주한 '피지컬 AI 기반 통합 시뮬레이터 및 모듈형 로봇 시스템' 국책 R&D 과제의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 과제는 미래 전장에서 다종·다중 무인 로봇을 유기적으로 통제하고 디지털 트윈 기반 시뮬레이터와 모듈형 로봇 하드웨어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이 가운데 NC AI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 구현의 핵심 기술인 '월드모델' 개발을 총괄한다.
월드모델은 로봇이 현실의 물리 법칙과 환경 변화를 가상 공간에서 예측·학습하도록 돕는 기술이다. NC AI는 게임과 시뮬레이션 분야에서 쌓아온 고정밀 3D 가상 세계 구축 역량과 자체 3D 생성 AI 기술을 결합해 로봇 학습용 합성 데이터 공급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방 분야는 보수적이지만 일단 도입되면 장기 계약과 대규모 예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영역"이라며 "최근 외산 모델 의존을 줄이려는 정책 기조가 강해 국내 기업에 진입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군 데이터는 공개와 활용이 제한적이고 AI 모델의 환각·오판 가능성 역시 일반 산업보다 훨씬 큰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모델 성능뿐 아니라 보안 인증, 장애 시 대체 체계 마련 등에도 더욱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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