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대통령제가 의원내각제보다 장기 소득성장에 유리… 4년 중임제·상향식 공천 의무화해야”
2026.06.03 15:48
소선거구제와 삼권분립 결합시 ‘최고 효율’
“5년 단임제, 하향식 공천제도는 개선해야
개정 과정, 현직 정치인 배제 필수 조건”
국가의 장기적 번영은 ‘포용적 제도’ 채택 여부에 달려 있다는 건 202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다론 아세모글루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 등을 통해 입증됐다. 사유재산권 보장, 정치 다원주의 등을 특징으로 하는 포용적 제도가 소수의 엘리트가 국민 다수를 착취하는 제도보다 월등한 경제적 성과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포용적 제도의 한 형태인 민주주의 내에서는 어떤 정치체제·선거제도가 유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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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청와대의 모습. 남정탁 기자 |
보고서는 ‘어떤 제도가 국민소득 향상에 유리한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같은 민주주의 국가라도 정치체제, 선거제도, 권력 분산 정도에 따라 경제 성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국민 이익과 상관없이 정부 관료·국회의원이 자신들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대리인 문제’가 의원내각제보다 대통령제에서 더 효과적으로 통제될 수 있다고 가정했다. 대통령제는 의회를 통해 행정부의 재량권이 견제되는 등 권력 분산을 특징으로 하지만, 의원내각제는 국민이 의회를 선출하고 의회가 내각을 구성하는 특성상 의회와 내각이 서로 융합하는 ‘담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의원내각제에서 정부(의회 다수파·내각) 생존은 하원 다수결에 달려있기 때문에 즉각적인 성과가 보장되지 않는 정책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지역구 예산 등 단기적인 성과 위주 정책에 집중된다. 반면 대통령제는 대통령이 직접 장관을 임명·해임할 수 있고 고정 임기 보장(중임제 가정시) 등으로 국민 전체와 미래 세대 후생을 위해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정책을 집행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보고서는 1995년~202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패널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치체제를 대통령제·의원내각제·세미대통령제(프랑스 등)로 분류했다. 또 선거 제도는 소선거구제와 중대선거구제로 구분했다. 이를 통해 도출되는 6개 조합을 바탕으로 정부 운영능력 지표가 향상됐을 때 얼마나 일인당 국민소득을 늘었는지 측정했다.
실증 결과, 대통령제에 소선구제와 삼권분립을 결합한 경우 정부 효과성(정책수립·집행의 질, 공무원역량 등)이 1단위 개선될 때 소득수준이 최대 47%포인트(실질소득 60%) 늘어나는 최고의 환산 효율을 보였다. 반면 의원내각제와 중대선거구제를 결합한 체제는 ‘제도적 함정’에 빠져 거의 효과가 없었다. 부패통제와 정치적 안정성 측면에서도 ‘대통령제+소선거구제’ 체제에서 소득이 각각 최대 40.1%포인트, 22.4%포인트 증가하는 등 가장 유리했다. 보고서는 “대통령제의 고정임기와 장관 임명권이 제공하는 장기적 정치적 시간 지평이 행정개혁, 공무원 역량 강화, 디지털 전환 등 성과 지연이 긴 정책을 가능하게 한다”면서 “소선거구제는 단독으로는 약하나 대통령제와 결합 시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함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대통령제+소선구제 효과’를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대통령 단임제와 하향식 공천제도라는 취약성을 넘어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행 5년 단임제는 장기 개혁을 좌초시키고, 하향식 공천은 의원들이 유권자보다 당 지도부 눈치를 보게 만들어 입법부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5년 단임제는 장기 개혁의 정치적 동기 부족으로 연금 개혁, 노동시장 개혁, 규제혁신이 임기 말 포퓰리즘에 밀려 좌초됐다”면서 “재선 유인으로 (대통령이) 장기 개혁에 대한 정치적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 헌법 개정을 통해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제로 변경하고, 정당법과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전면적인 상향식 공천 제도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다만 이해당사자인 현직 정치인이 개정 과정에 참여하면 개혁이 필연적으로 실패한다면서 ‘현직 배제’와 ‘시민 참여’가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이와 함께 “미국은 의회에서 내각으로 가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우리는 의원이 장관으로 나가면서도 의원직을 유지하는 등 의원내각제 요소가 많기 때문에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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