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 청문회서 협상 '레드라인' 첫 공개…이란 "돈부터 풀어라"
2026.06.03 14:39
이란은 동결자산 해제·제재 유예 요구…협상 난항 전망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2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종전 협상 요구사항을 공개했다. 지난 2월 말 미국의 군사 작전 개시 이후 루비오 장관이 의회에서 공개 증언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가장 먼저 제시된 조건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다. 루비오 장관은 합의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의 핵심 통로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을 개시한 이후 사실상 봉쇄된 상태다.
그러나 미국은 해협 재개방만으로는 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단순히 해협을 다시 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보다 포괄적인 안보·핵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조건은 핵 프로그램에 대한 강력하고 장기적인 제한이다. 그는 이란이 핵 활동에 대해 "장기적이고 엄격한 제한"을 논의하는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우라늄 농축 활동의 대폭 축소 또는 중단이 포함될 수 있으며, 협상은 수개월 이상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 조건은 고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다. 그는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의 처분 방안에 대해 명확한 약속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이란이 상당량의 고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향후 협상에서는 이를 폐기하거나 해외로 반출하는 등의 조치가 논의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또 다른 핵심 요구 사항은 이란의 대리세력 지원 중단이다. 그는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의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또 다른 ‘레드라인’으로 친이란 무장세력 지원 문제를 언급했다. 이는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 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이들 무장세력이 중동 지역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향후 평화협정이 체결되더라도 이란이 이러한 세력에 대한 군사적·재정적 지원을 지속할 경우 협상 성과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번 발언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미국의 협상 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미국과 이란이 휴전 연장 및 향후 협상 틀을 담은 양해각서(MOU) 초안을 사실상 마련했다고 밝혔으나, 최종 승인 단계에서 이견이 드러나면서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란이 그간 언론을 통해 공개한 14개 항목의 MOU 초안에 따르면, 이란의 대미 협상 전략은 '선(先) 보상, 후(後) 협상'으로 요약된다. 이란은 가시적인 보상이 선행돼야만 핵 문제 등을 다루는 다음 단계 협상에 응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란이 요구하는 초기 단계 조치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종전 선언이다. 둘째, 총 240억 달러 규모의 동결 자산 중 최소 120억 달러의 우선 해제다. 셋째,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 절차 착수와 이에 맞춘 호르무즈 해협의 단계적 재개방 개시다. 이란은 약 30일에 걸쳐 해협 통항 선박 수를 전쟁 이전 수준으로 복원하는 대신 미국도 봉쇄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선제 조치가 이행된 이후에야 이란은 핵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60일간의 본 협상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이 협상 기간에는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 수출을 제한하는 미국의 제재가 유예(Waive)돼야 하며, 최종 합의 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통한 국제법적 보장까지 요구했다.
미국이 핵 프로그램 제한과 고농축 우라늄 처분을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는 반면, 이란은 제재 조치 유예와 자산 동결 해제를 우선 요구하고 있어 양측의 입장 차가 여전히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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