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꽉 찬 소년원
2026.06.02 20:10
소년(소녀) 범죄는 20년 넘게 한국 사회의 뜨거운 이슈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구리 초등학생 친구 살해 사건 등 10대에 의한 흉악 범죄 사건의 충격 때문이다. 범죄를 저지르고 태연히 “촉법소년인데 처벌할 수 있겠냐”며 경찰을 조롱한 중학생도 있었다. ‘소년 심판’ ‘약한 영웅’ ‘더 글로리’ 등 어른보다 영악하고 악랄한 범죄를 다룬 드라마도 ‘소년범 엄벌주의’에 큰 영향을 미친 듯하다.
▶영국 드라마 ‘소년의 시간’은 이들과 결이 좀 다르다. 범죄 자체보다 범죄를 향해 가는 소년의 내면을 정교하게 그렸다. 13세 소년 주인공은 좋아하던 소녀에게 조롱을 당하고 수치심과 열등감에 빠졌다. 방문을 닫아건 소년은 남성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여성 혐오에 중독돼 결국 소녀를 살해한다. 덜 자란 소년의 뇌가 디지털 알고리즘에 지배당했을 때 어떤 괴물이 될 수 있는지를 그렸다.
▶사람의 뇌는 감각 기관에서 시작해 이성 기관으로 발달한다고 한다.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먼저, 이성을 담당하는 전두엽은 마지막에 완성되는 것이다. 소년의 편도체는 활활 타오르는데 전두엽은 대개 미완성이다. 이성이 감정을 제대로 억누르지 못한다. 그래서 이들에겐 전두엽 기능을 도와주는 사회적 제동 장치가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가족과 가정, 교사와 학교가 그 일을 했지만 요즘은 다르다.
▶한국 사회는 ‘학생 인권’을 구실로 줄곧 이들의 기능을 억눌러 왔다. 사랑의 매든, 뭐든 체벌은 안 된다. 부모의 매질도 까딱 잘못하면 고발 대상이다. 운동회처럼 공존과 질서를 몸으로 배울 수 있는 단체 교육의 기회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사회 규범을 알려주는 도덕, 예절 교육조차 “강압적 교육”이라며 꺼리는 학교가 있다고 한다. 한국 사회의 전두엽은 거의 작동 불능인데, 인터넷만 접속하면 편도체를 자극하는 온갖 것들이 넘쳐난다.
▶소년범이 5년 새 두 배 늘어나 전국 소년원이 꽉 찼다고 한다. “이건 안 돼” 하며 제동은 걸지 못하고 사후 엄벌만 내세우다 이렇게 된 모양이다. 미국 범죄학자 피터 모스코스는 2011년 ‘태형 옹호’란 책을 출간했다. 소년을 격리된 공간에 몰아넣어 어둠에 더 깊이 빠져들게 하는 것보다 약한 태형을 가한 다음 가정과 학교로 바로 돌려보내는 것이 교화에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학교가 못 하면 사법기관이라도 제도적 매질을 하자는 것이다. 요즘 세태에 맞지 않는 황당한 주장 같지만, 소년을 살릴 수 있다면 때려서 살리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미어터지는 콘크리트 장벽에 소년을 몰아넣는 것보다 인간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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