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은식의 페리스코프] 전작권 전환선언보다 중요한 전쟁지도능력
2026.06.03 09:01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언젠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전작권 전환 또는 환수라는 말은 실체를 오도하는 말이다. 전작권의 한국군 단독행사가 정확한 표현이다. 지금은 한미 군통수권자가 공동행사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의 권한행사를 진지하게 하지 않았고 미군에게 전적으로 의지해 놓고 지금 와서 전작권이 미군에게 있는 것처럼 오도하여 주권국가에 전작권이 없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주권국가가 자국 군대를 스스로 지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전작권을 가져오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감당할 능력이 있느냐이다.
◆북한군 120만과 단독으로 맞설 준비는 되어 있는가
최근 전작권 전환 논의에서는 '군사주권 회복'이라는 정치적 상징성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전쟁은 구호로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상대해야 할 북한군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북한은 현재 약 120만 명의 현역군과 600만 명이 넘는 예비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수전 부대만 약 20만 명 규모로 세계 최대 수준이다. 장사정포는 1만 문 이상, 각종 탄도미사일 수백 기, 핵탄두는 국제기관 추정으로 50~90기 수준까지 거론된다. 러·우전 참전 경험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지휘집단이다
1980년대 초 미 국방정보본부(DIA)가 실시한 북한군 실태분석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핵심 지휘집단을 구성하는 김일성종합대학 출신 엘리트들의 평균 지적 수준은 상당히 높게 평가되었다. 반면 당시 한국군 장교단의 평균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된 바 있다. 물론 현재는 시대가 달라졌지만 핵심은 북한이 오랫동안 군사 엘리트를 국가 차원에서 육성해 왔다는 사실이다. 전쟁은 병사들이 아니라 지휘관들이 결정한다.
북한은 국가 전체가 전쟁을 준비하는 체제다. 반면 우리는 전쟁보다 복지와 정치가 우선되는 사회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전작권만 가져오면 군사주권이 완성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위험한 착각이다. 간부들은 사명감은 있는데 많은 인원이 군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떠나고 장교 부사관을 막론하고 충원은 잘 안 된다.
◆크레벨트가 말한 전투력의 핵심은 숫자가 아니다
이스라엘의 군사학자 마틴 반 크레벨트는 전투력을 단순한 병력 규모로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전투력을 P=NVQ로 설명하였다. 여기서 P는 전투력(Power), N은 병력 규모(Number), V는 다양성과 유연성 변수(Variety), Q는 질(Quality)을 의미한다. 결국 전투력을 결정하는 핵심은 질이다. 장교단의 수준, 부사관의 숙련도, 지휘관의 판단능력, 교육훈련 체계, 조직문화가 전쟁의 승패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독일군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군 보다 병력이 적었음에도 프랑스를 6주 만에 붕괴시켰다. 1967년 이스라엘은 아랍연합군보다 수적으로 열세였지만 단 6일 만에 전쟁을 끝냈다. 질의 차이가 숫자의 차이를 압도한 것이다. 문제는 현재 우리 군의 Q가 어디에 있는가이다. 최근 수십 년 동안 한국군은 병력은 줄어들고 복무기간은 단축되었다. 상비병력은 60만 명에서 50만 명 수준으로 감소했고 앞으로는 40만 명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런데 장교단의 전문성은 과연 향상되고 있는가. 전쟁사를 연구하는 장교는 줄어들고 있다. 전략토론 문화는 약해지고 있다. 작전술 연구보다 인사관리와 행정업무가 우선되는 경우가 많다. 북한은 전쟁을 연구하는데 우리는 보고서를 연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전작권은 결국 Q의 문제다. Q가 준비되지 않으면 전작권은 주권이 아니라 부담이 된다.
◆독일 참모본부와 이스라엘이 보여준 교훈
프로이센은 왜 강했을까. 답은 참모본부 교육에 있다. 독일군은 장교를 행정가가 아니라 전쟁전문가로 육성했다. 참모가 되기 위해서는 수년 간의 선발과정을 거쳐야 했고 전쟁사 연구, 작전술, 지도판단, 전쟁연습을 반복적으로 수행했다. 몰트케는 "평시의 땀 한 방울이 전시의 피 한 방울을 줄인다"고 보았다. 오늘날 미군도 같은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미 육군의 고급군사연구과정(SAMS, School of Advanced Military Studies)은 현대판 독일 참모본부라 불린다. 이곳을 졸업한 장교들은 군단·전구급 작전을 설계하는 핵심 인력이 된다.
걸프전 승리의 설계자들 상당수가 이 과정을 거쳤다. 이스라엘은 더욱 철저하다. 이스라엘군 장교들은 매 전투가 끝나면 사후검토(AAR)를 실시한다. 실패를 숨기지 않고 학습한다. 1973년 욤키푸르 전쟁에서 정보판단 실패를 경험하자 군 전체를 뜯어 고쳤다. 2006년 레바논 전쟁 이후에도 교리와 교육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그들에게 전쟁은 학문이며 생존이다. 반면 우리는 어떤가. 이스라엘군은 공식 교리가 없다. 사례 연구와 현지 전술 토의를 위주로 학습한다.
육군대학, 합동참모대학, 국방대학교를 거치면서 과연 얼마나 많은 장교들이 클라우제비츠를 읽고, 만슈타인을 연구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분석하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진급과 학위, 인맥 관리가 전쟁 연구보다 중요하게 취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작권은 지휘권의 문제가 아니다. 전쟁을 설계, 지도할 두뇌의 문제다.
북한군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전쟁의 최종 책임을 떠안는다는 의미다. 따라서 지금 중요한 것은 '언제 받을 것인가'가 아니다.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이다. 지금 따지는 조건도 유형전력 위주로 보고 있다. 작전, 전략, 전쟁기획 전문가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정예교육을 시켜놓았나 하는 부분이다.
몇 년 전부터 계속 외쳐도 쇠귀에 경읽기였다. 18년 전 육대에서 교육을 할 때 매 기수마다 상황을 바꾸고 평가 유형을 바꾸어 창의적 사고를 계속 강조하고 물어왔다. 그때부터 장교단 교육을 수월성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미군이 좋은 모델이니 연합사 운영체계를 제대로 배워 사람을 키우자고 계속 강조했다. 전작권 전환하면 연합사는 해체된다.
독일 참모본부 수준의 교육 혁신, 미국 SAMS 수준의 작전가 양성, 이스라엘 수준의 전쟁학습 문화가 정착되지 않는다면 전작권 전환은 군사주권의 완성이 아니라 국가안보에 대한 위험한 실험이 될 수도 있다. 준비는 제대로 하고 환수든 단독행사든 하기 바란다. 연합사 해체 후에는 우리를 위해 증원군사력이 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각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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