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이식으로 불멸 꿈꾼다”…73세 푸틴이 꽂힌 ‘노화 정복’ 프로젝트
2026.06.03 06:01
바이오프린팅·미니돼지 장기이식 등 항노화 연구
국가 차원 39조원 규모 장수 프로젝트 추진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 현장에서 나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한 자리에서 세 정상은 장수와 권력 유지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이 내용은 이른바 ‘핫 마이크(Hot Mic)’를 통해 외부에 공개됐다. 핫 마이크는 공개 석상에서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른 채 나눈 사적인 대화가 의도치 않게 전달되는 상황을 뜻한다.
처음에는 고령 지도자들 사이의 가벼운 농담처럼 받아들여졌지만,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월28일(현지시각) 이 발언이 러시아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 주도 장수 프로젝트와 맞닿아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4월 러시아 정부는 과학자들이 세포 노화를 늦추는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약 260억달러(약 39조2000억원) 규모의 ‘새 건강 보존 기술(New Health Preservation Technologies)’ 프로젝트 일환이다.
데니스 세키린스키 러시아 과학부 차관은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 “노화와의 싸움에서 가장 유망한 접근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핵심 연구 분야는 바이오프린팅과 이종장기이식이다. 바이오프린팅은 살아있는 조직을 3D 프린터로 출력하는 기술이며, 이종장기이식은 유전자를 조작한 미니돼지 안에서 인간과 호환 가능한 장기를 키우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이미 인간 연골과 쥐 갑상선 출력 실험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거뒀다고 주장하며, 2030년 전후 완전한 장기 대체 기술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돼지 장기를 활용한 배양 연구 역시 비슷한 시기를 염두에 두고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정부는 이 프로젝트를 여러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국가 차원의 공동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2024년 시작된 사업은 2030년까지 17만5000명의 생명을 구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코발추크는 “미래 과학기술은 인간의 신체 부위를 사실상 무기한 수리·교체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는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불멸을 논하기는 어렵지만 인간을 수리할 수 있는 능력은 분명히 향상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다만 러시아 장수 연구를 바라보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국제 학계에서는 연구 성과를 뒷받침할 검증된 논문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 출신 한 과학자는 “논문이 없다면 실제 성과도 없는 것”이라며 “현재 공개되는 내용은 입증된 결과라기보다 희망 사항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제재로 국제 공동연구가 위축되면서 러시아 과학계가 점차 고립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러시아 바이오프린팅 연구자인 알렉산더 오스트로프스키는 “과학은 국제 협력 없이 발전하기 어렵다”며 “전쟁 이후 제재로 연구 협력이 크게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연구 성과가 실제보다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제시됐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러나 WSJ는 “연출된 남성적 활력 이면에는 노화에 유난히 집착하는 독재자의 모습이 있다”고 짚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 극단적인 격리 조치를 유지하고 긴 회의 테이블을 사용했던 장면은 그의 강한 경계심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외모 변화에 따른 성형 시술설 역시 꾸준히 제기돼왔다. 또한 푸틴의 측근 상당수가 70대에 접어든 고령 정치 엘리트라는 점에서 러시아 권력층 전반이 노화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러시아의 장수 집착이 과거 소련 시절 진행됐던 수명 연장 실험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로 러시아 남성의 평균 기대수명은 약 68세로 미국(약 76세)과 서유럽 주요 국가들(80세 이상)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WSJ는 “죽음은 선거와 달리 크렘린조차 통제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인간의 수명을 극단적으로 연장하려는 크렘린의 야심 역시 결국 역사 속 수많은 권력자들이 마주했던 ‘죽음’이라는 한계 앞에 서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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