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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신장·간 ‘53살 뇌사자’에 동시 이식하자…5일간 정상 작동했다

2026.06.03 09:32

곽노필의 미래창
중국, 세계 최초 ‘복합장기 이식’ 성공
미-중 이종 장기이식 기술 경쟁 가열
중국 연구진이 세계 처음으로 돼지의 간과 신장을 동시에 사람한테 이식해 며칠 동안 정상 기능을 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은 이종 장기이식 연구에 쓰이는 바마 미니돼지. 클로노건 제공

만성적인 ‘기증 장기 부족’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이종 장기이식 분야는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첨단 기술 분야 가운데 하나다. 이종 장기이식이란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을 말한다.

이식용 장기는 돼지에서 적출한다. 돼지의 장기는 크기와 기능, 생리 특성에서 사람 장기와 비슷해 이식 후 거부 반응 위험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 장기를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미국이 유전자 편집을 이용한 면역 거부 반응 억제 등 관련 연구를 통해 이종 장기이식 분야를 개척했다면, 중국은 국가적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무서운 속도로 바짝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세계 최초로 살아 있는 환자에게 돼지 심장(2022년)과 돼지 신장(2024년)을 이식했고, 중국은 세계 최초로 살아 있는 환자에게 돼지 간(2025), 뇌사자에게 돼지 폐(2025)를 이식했다. 중국은 지난 1월 간부전 환자가 실제 간 이식 수술을 받기 전까지 돼지 간을 이용한 체외 순환 장치로 생명을 유지하도록 하는 데도 성공했다.

출처=클로노건(Clonorgan)

미국과 ‘최초’ 경쟁 엎치락뒤치락
중국이 이종 장기이식 분야에서 ‘복합장기 이식’이라는 또 하나의 기술적 성과를 추가했다. 중국 광시의대 연구진은 돼지 신장 2개와 간 전체를 뇌사자에게 동시에 이식해 5일간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걸 확인했다고 국제학술지 ‘메드’에 발표했다. 지금까지 돼지의 간 일부나 신장 1개를 따로 이식한 적은 있었지만, 복수의 장기를 한 번에 이식한 것은 처음이다. 또 중국 쿤밍의대 연구진은 뇌사자에게 간 일부와 신장을 동시에 이식해 두 장기가 11일간 정상 기능하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쿤밍의대의 수술은 아직 논문으로 발표되진 않았다.

광시의대 연구진은 유전자 변형 돼지의 장기를 53살 남성 뇌사자에게 이식했다. 연구진은 면역 체계가 동물 장기를 침입자로 인식해 공격하는 ‘초급성 거부 반응’을 해결하기 위해 돼지 유전자 중 면역 거부 반응 유전자 3개를 제거하고, 인간의 혈액 응고 방지 관련 유전자 3개를 추가한 유전자 편집 돼지의 장기를 사용했다.

2024년 살아 있는 환자에게 돼지 신장을 처음으로 이식하는 수술을 집도한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의 레오나르도 리엘라 박사는 네이처에 “여러 장기를 이식하는 것은 한 장기를 이식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대의 장기이식 연구 외과의사인 웨인 호손 박사는 “여러 장기를 이종이식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중국 쓰촨성 네이장에 있는 클로노건의 장기 이식용 미니돼지 사육센터 전경. 클로노건 제공

임상 적용하기까진 산 넘어 산
이식 수술 결과는 놀라웠다. 이식된 돼지의 간은 19시간만에 인간의 몸 안에서 담즙을 분비하기 시작했다. 또 만성 신장 질환으로 인해 고통받던 환자의 크레아티닌과 요소 같은 노폐물 수치는 정상 수준으로 떨어졌다. 돼지 장기가 인간의 몸 안에서 여과 기능을 완벽하게 수행한 것이다.

그러나 이식 후 36시간이 지나자 환자의 몸에서 면역 세포가 활성화되며 거부 반응 징후가 나타났다. 간과 신장의 돼지 세포가 점차 인간 세포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이는 사람의 면역 체계가 이식된 장기를 이물질로 인식했음을 뜻한다. 또 돼지 간 일부에서는 괴사와 혈전이 발생했다.

‘완전한 성공’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셈이다. 연구진은 이식된 장기에서 염증에 관여하는 특정 면역 세포 수치가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앞으로 이 세포를 표적으로 한 약물을 쓰면 거부 반응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리엘라 박사는 “다중 장기 이식은 복잡하고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임상에 적용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살아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기에 앞서 동물과 뇌사자 실험을 더 많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쿤밍의대 의료진이 뇌사자에게 돼지 간 일부와 신장 이식수술을 하는 모습. 클로노건 제공

부분 간 이식 통한 ‘가교 치료’ 가능성도
이와 별도로 이뤄진 쿤밍의대 연구진의 장기이식 수술은 광시의대와 달리 뇌사자의 간 전체가 아닌 간 일부만 떼내 돼지 간과 결합시킨 부분 간 이식을 한 것이 특징이다. 돼지 장기를 제공한 클로노건은 “이식된 간이 수혜자의 간과 시너지 효과를 내어, 간 기능을 일시적으로 대체하고 환자 자신의 간이 재생될 때까지 또는 인간 기증자를 기다리는 동안 간 기능을 회복하는 ‘가교 치료’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밝혔다.

중국 이종이식 장기 전문 기업 클로노건(Clonorgan) 집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돼지 심장과 신장, 간, 폐 등 장기를 사람한테 이식한 사례는 총 12건이다. 8건은 미국, 4건은 중국에서 이뤄졌다. 이식 사례의 절반 이상은 신장이다. 최장 이식 기록은 미국 하버드대 의대의 매사추세츠종합병원에서 돼지 신장을 이식받은 60대 남성이 갖고 있는 271일이다. 중국에선 261일이 최장 기록이다. 이것 역시 돼지 신장을 이식한 사례다.

*논문 정보

First human decedent model of orthotopic multi-organ xenotransplantation: Whole liver and bilateral kidneys from a six-gene-edited pig.

DOI: 10.1016/j.medj.2026.10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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