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투표 당선' 앞두고 등록 취소 날벼락 맞은 시의원 비례후보
2026.06.02 16:36
| ▲ 부천시의원 비례대표 선거에서 등록을 마치고 무투표 당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 박연순 후보가 선거관리위원회의 잘못된 안내와 행정 착오로 인해 후보 등록이 무효가 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 ⓒ 정재현 |
부천시의원 비례대표 선거 등록을 마치고 무투표 당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 박연순 후보가 선거관리위원회의 잘못된 안내와 행정 착오로 인해 후보 등록이 무효가 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법을 지키기 위해 사퇴 시한 전 선관위를 수차례 찾아가 확인을 받았음에도 뒤늦게 '실격' 통보를 해온 선관위를 향해 박 후보는 "국가기관을 믿은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처사"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2일 박연순 후보가 제출한 소명서, 선관위 담당자와의 녹취록 등에 대한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부천시 오정구의 한 사립유치원 원장으로 재직 중인 박 후보는 출마 결심 단계부터 '면직(사퇴) 없이 출마가 가능한지'를 걱정했다.
이에 박 후보는 입후보 제한직 사퇴 기한(2026년 5월 4일) 전인 지난 4월 중순, 오정구선거관리위원회와 원미구선거관리위원회를 직접 방문해 해당 사실을 구두로 질의했다. 그리고 모두 2회를 물었다. 참고로 두 선관위는 같은 건물 2층과 3층에 있다.
박 후보는 당시 선관위 담당자들이 '사립유치원 원장은 입후보 제한 대상이 아니므로 면직 없이 출마가 가능하다'고 일관되게 답변했다고 말했다. 선관위의 이런 답변을 전적으로 신뢰한 박 후보는 사퇴 시한 내에 원장직을 사퇴하지 않고 후보 등록 절차를 밟았고 후보 등록도 됐다. 당시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는 박연순 후보의 대표 경력이 '현 오정유치원 원장'으로 소개돼 있었다.
심지어 후보 등록 기간인 5월 13~14일에도 선관위에 제출한 서류에 '유치원 원장 재직 사실'이 명시되어 있었으나, 선관위는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등록을 받아들였다. 박 후보는 민주당 경선까지 거치며 정당한 후보 자격을 얻었고, 비례대표 선출 정원에 딱 맞는 3명만 등록하면서 사실상 '무투표 당선'을 확정 지은 상태였다.
실제로 100% 선관위 자료를 보기 좋게 편집해서 소개하는 '모두의 선거'라는 웹사이트에는 여전히 박연순 오정유치원 원장이 부천시의회 비례대표 후보로 소개돼 있다. 등록 무효 결정 이후 '모두의 선거'와 같이 오정유치원 원장(현)으로 소개돼 있었던 선관위 홈페이지 후보자 소개는 공란으로 바뀐 상태다.
교육청 방문했다가 알게 된 진실... 선관위 뒤늦게 "죄송하다"
| ▲ 현재 상황을 지켜보면 부천시 오정·원미구선거관리위원회 입구에 적혀 있는 ‘소중한 권리, 공정한 관리’라는 구호가 무색한 상황이다. |
| ⓒ 정재현 |
'선관위 행정의 구멍'은 엉뚱한 곳에서 발견됐다. 5월 21일부터 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유세 활동이 시작된다. 박 후보는 현직 유치원 원장인 자신이 전면적인 유세 활동을 벌이면서 유치원을 비우게 되면 학부모와 원아들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했다.
결국 박 후보는 원장 사퇴(면직)를 위해 지난 5월 18일 자진 면직을 신청하러 부천교육지원청을 방문했고, 이 과정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부천시교육지원청 관계자가 "사립이든 국공립이든 유치원 원장은 입후보 제한 대상에 해당한다"며 정반대의 사실을 고지한 것.
깜짝 놀란 박 후보는 이튿날인 19일 선관위를 다시 찾아가 따져 물었으나, 담당자는 처음엔 "사립이면 문제없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다가 부천시교육지원청 이야기를 전하자 그제야 "다시 검토하겠다"며 다시 관련 규정을 찾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상급 위원회 유권해석을 거친 선관위는 5월 20일 박 후보에게 "입후보 제한직에 해당해 등록 무효 처리가 된다"며 "죄송하다, 드릴 말씀이 없다"고 전했다.
"선관위 안내 오류로 피선거권 박탈... 사후 구제도 없는 가혹한 처사"
박 후보는 변호사를 선임하고 선관위에 정식 소명서를 제출했다. 그는 소명서를 통해 "사퇴 기한 전 직접 발품을 팔며 선관위에 수차례 확인하는 등 법령을 준수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선거 사무를 전담하는 헌법기관인 선관위의 답변과 묵시적 승인을 믿고 행동한 국민에게 모든 귀책 사유를 돌리는 것은 행정법상 신뢰보호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부천시의회 비례의원 선거는 투표 자체가 실시되지 않는다. 3인 정원에 3인이 등록해 '무투표 당선'을 앞둔 상황이었다. 이에 박 후보는 "이 상황에서의 등록 무효 결정은 선거의 공정성 확보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오직 귀책 없는 후보자의 당선 자체를 영구히 박탈하는 최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만 낳는다"며 효력 유지를 간곡히 바랐다.
하지만 결과는 등록무효였다. 부천시원미구선거관리위원회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등록된 박연순 후보의 후보자등록 무효 안내 공문을 부천시에 발송했다. 사유는 공직선거법 제52조 제1항 제5호 및 제9호로 인한 등록무효다.
등록 무효의 핵심은 공직선거법 제53조 적용 여부다.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와 밀접한 공공성을 가진 기관·단체의 상근 임직원은 선거일 90일 전까지 사직해야 피선거권이 인정될 수 있다.
사립학교 교원은 정당법 제22조 제1항 제2호의 규정에 의하여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없으며 공직선거법상 입후보 제한직에 해당한다. 사립학교 교원이 비례대표 지방의원에 출마하는 경우에는 일반 지역구와 달리 선거일 30일 전까지 사직해야 한다. 예비후보자로 등록하려면 예비후보 등록 전에 사직해야 한다.
박연순 후보, 선관위 실수에 대한 법적 대응 예고
| ▲ 100% 선관위 자료를 보기 좋게 편집해서 소개하는 ‘모두의 선거’라는 웹사이트에는 여전히 박연순 오정유치원 원장이 부천시의회 비례대표 후보로 소개돼 있다. 등록 무효 결정 이후 ‘모두의 선거’와 같은 오정유치원 원장(현)으로 소개됐던 선관위 홈페이지 후보자 소개에는 공란으로 바뀐 상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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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순 후보는 "후보 등록 전 정당(도당)과 관할 선관위에 사립유치원 원장의 겸직 금지 및 사직 여부를 직접 방문하여 구두와 전화로 수차례 문의했으며, 당시 선관위로부터 '사립유치원 원장은 면직하지 않고 등록해도 된다'는 답변을 받아 이를 철저히 신뢰했을 뿐"이라며 선관위의 행정 실수로 인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박 후보는 "선거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최일선의 기관인 선관위의 안내를 믿고 따른 성실한 시민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당선인의 지위를 박탈하는 것은 행정법상 '신뢰보호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처사"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박 후보는 선관위의 등록무효 처분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및 등록무효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끝으로 그는 "선관위의 잘못된 행정지도로 인해 후보자 개인은 물론, 저를 믿고 지지해 주신 당원과 시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며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통해 억울함을 풀고, 시의원으로서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반드시 되찾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부천시 오정·원미구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가 수백 명이다. 상당하게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박 원장과 상담한 것은 기억나지만 구체적으로 질문과 답변은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해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천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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