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봉법 시행 석달만에 교섭 분리 신청 161건…‘쪼개기 교섭’ 요청 봇물
2026.06.03 06:01
각 지방노동위 판정 총 35건… 이중 절반 인정
포스코는 4개 노조와 교섭
| 헤럴드DB |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2·3조)이 시행에 들어간 지 석달이 가까워 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행 초기 대비 ‘교섭단위 분리’ 신청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 요구릏 폭넓게 인정하는 노동위원회 기조도 계속되면서, 재계에선 연중 내내 ‘쪼개기 교섭’ 리스크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일 중앙노동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접수된 교섭단위 분리 결정 신청 사건은 총 161건이다.
교섭단위 분리란 직원들 사이 고용 및 근로 조건이 차이가 날 때, 각각 노조를 설립해 회사와 단체교섭을 하게 하는 제도다. 노란봉투법 시행령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사실상 형해화되면서 분리 신청이 급증한 것이다.
교섭단위 분리 결정 신청은 노란봉투법 시행 초기만 해도 저조했다. 시행 이틀 후 집계에선 교섭단위 분리 신청이 39건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4배 가까이 불어났다.
시행 초기에는 하청 노조들이 원청 교섭 요구(당시 453곳)에 더 집중했다 지금은 전략적으로 교섭 분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노조를 분리해 교섭하는 것이 유리할지 각 노조들이 내부 논의를 거치면서 뒤늦게 신청이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동 당국은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폭넓게 인정하는 분위기다. 현재까지 각 지방노동위원회가 판정한 신청은 총 35건이다. 이중 절반인 17건이 인정, 18건은 기각됐다.
민간기업에선 포스코 하청노조와 건설노조, 상담사들로 구성된 국민은행·하나은행·KB국민카드 하청노조, 기아차 협력 부품사인 동희오토 생산직 노조, 현대제철 하청노조의 분리 신청이 인정됐다.
분리 신청이 기각된 경우는 대부분 건설노조였다. SK에너지, S-오일, 고려아연, 한화, GS건설, 삼성물산 모두 건설노조가 분리를 신청했는데 전부 인정되지 않았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건설노조 구성원 대부분은 크레인 노조”라며 “업무 환경 조정이 가능한 크레인 노동 특성상 회사가 실질적인 지배력을 발휘하지 않는다고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건설노조의 분리 신청 사건들이 마무리되면 인정 건수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포스코가 사내 하청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지난 4월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 |
법조계에서는 개정법상 교섭단위 분리 기준이 모호하고 느슨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정법상 교섭단위 분리 신청 요건은 4가지다. ▷노조 간 이해관계가 다를 경우 ▷한 노조가 다른 노조를 충분히 대변하기 어려울 경우 ▷같은 교섭단위로 묶으면 노조 혹은 노사가 갈등할 수 있을 경우다.
문제로 꼽히는 것은 마지막 요건이다. ‘갈등 가능성’이란 조건이 추상적이라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같은 직무의 노조 아래에서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별도로 교섭하기 위해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교섭단위 분리가 ‘상시 파업’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포스코에선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하청지회와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소속 하청 노동자의 교섭단위 분리가 인정됐다. 두 노조가 떨어져나간 기존의 하청노조와 원청 노조까지 합해 포스코는 매년 4개 노조와 교섭을 해야 하는 처지다.
재계 관계자는 “노동법 개정으로 파업 인정 범위도 늘어나, 1년 내내 파업이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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