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만 간다”…단일종목 ETF 4일만에 37조원 싹쓸이
2026.06.03 06:01
리밸런싱 매매·괴리율 확대 가능성…“단기 매매 적합"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 직후 시장 자금을 무섭게 빨아들이고 있다. 상장 4일만에 거래대금이 37조원에 육박한 가운데, 기존 반도체 ETF들조차 두 종목 중심의 폭발적인 상승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공매도 거래대금과 대차거래 잔고,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반도체 대형주 쏠림과 투자 과열에 대한 우려도 최고조에 달하는 분위기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의 합산 거래대금은 상장 이후 지난 1일까지 약 36조9245억원에 달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도 대거 유입됐다.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같은 기간 개인 순매수 1조4732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증시에 상장된 개별 종목과 ETF를 통틀어 개인 순매수 1위를 차지했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로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기존 분산형 반도체 ETF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실제로 KODEX 반도체레버리지와 TIGER 반도체TOP10레버리지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상장된 지난달 27일 장 마감 무렵 괴리율이 급격히 확대되며 나란히 괴리율 초과 공시를 냈다.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2.68%, 9.31% 상승했지만 ETF 편입 비중 상위 종목인 DB하이텍(-8.39%), 한미반도체(-3.04%), 이오테크닉스(-5.85%) 등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반도체 업종 내에서도 대형주와 중소형주 간 수익률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기존 분산형 반도체 ETF의 성과는 상대적으로 제한됐다. 여기에 장 마감 직전 단일종목 ETF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괴리율 확대 현상도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가 촉발한 대형주 쏠림은 시장 전반의 과열로 번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코스피 공매도 거래대금은 5조3270억원으로 지난해 3월 공매도 전면 재개 이후 최대 수준까지 증가했다. 대차거래 잔고 역시 1일 기준 190조9574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빚을 내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규모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어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신용공여 잔고는 38조227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신용거래융자도 28조245억원까지 늘어나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증권가에서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규모가 불어날수록 기초자산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변동성이 한층 증폭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레버리지 ETF는 일일 수익률 배수를 맞추기 위해 장 마감 직전 대규모 리밸런싱(자산 재조정) 거래를 감행해야 한다. 주가가 오르면 추가 매수, 내리면 추가 매도에 나서야 하는 구조적 한계 탓에 시장의 출렁임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관련 ETF 자금 규모가 커질수록 기존 분산형 반도체 ETF는 물론 현물 시장 전체의 수급 생태계까지 흔들릴 수 있다. 반도체 대형주 쏠림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변동성의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괴리율 확대에 따른 투자자 손실 위험도 상존한다. 국내 증시는 개장 직후와 장 마감 직전에는 유동성공급자(LP)의 호가 제출 의무가 없다. 이 시간대에는 ETF 시장가격이 실제 순자산가치(NAV)보다 높거나 낮게 형성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특히 가격 변동성이 큰 레버리지 상품일수록 괴리율 확대 위험이 커 실제 가치보다 비싼 가격에 매수하거나 낮은 가격에 매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매일 수익률을 재조정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 기초자산의 주가 변동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며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과정이 반복되면 최종적으로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오더라도 투자자는 손실을 볼 수 있어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매매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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