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심장, ‘정치 변화’ 시험대 서다
2026.06.02 22:01
전례 없이 승부처 된 대구, 김부겸·추경호 초접전
민주당 ‘지역주의 타파’ 국힘 ‘보수 재결집’ 의미
김 “먹사니즘 봐달라”…추 “지방 권력 지켜내야”
6·3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2일 보수의 아성이라 불리는 대구에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대구시장 자리를 놓고 우열을 알 수 없는 초접전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늘 보수 진영 후보를 지지했던 대구에서 여야가 접전인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구가 김 후보를 선택하며 공고했던 지역주의에 변화의 계기를 마련할지, 추 후보를 선택해 위기에 처한 보수의 구원투수가 될지 대구 시민들의 최종 선택이 주목된다.
두 후보는 최종 유세에서 저마다 자신이 대구 경제를 살릴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페이스북에 “정말 마지막 기회”라며 “이번에 못 바꾸면 주저앉은 대구 경제 영영 못 일어난다”고 적었다. 김 후보는 “새로운 대구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대구 부활에 제 온몸을 던지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도 “여러분의 한 표 한 표가 대구가 새롭게 도약할 것인지, 정체로 빠질 것인지 결정한다”며 “이번만큼은 정당이나 이념이 아니라 대구의 먹고사는 문제, 우리 아들딸의 미래를 위해 꼭 김부겸에게 투표해달라”고 말했다.
추 후보도 같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구 경제를 살릴 사람이 누군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경제는 경제를 제대로 해본 사람, 대한민국이 검증한 경제부총리 출신인 추경호를 선택해달라”고 말했다. 추 후보는 “입법권과 행정권을 장악한 민주당 정권의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며 “최소한의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하는데 마지막 남은 지방 권력까지, 보수의 심장인 대구까지 차지하려고 한다. 이것은 막아야 한다”고 했다. 두 후보는 이날 마지막 유세 장소로 도심 번화가인 동성로 거리를 택했다.
이번 선거에서 대구가 깜짝 격전지로 떠오른 이유는 복합적이다. 한때 산업화를 주도하며 경제성장의 과실을 누리다 소멸위기에 처한 지역의 경제 상황, 보수 진영에 대한 실망감,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이재명 대통령 국정 성과에 대한 긍정 평가, 민주당 내에서도 중도보수 성향이 강하다고 평가받는 김 후보 개인의 특성 등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A의원은 “이념은 정치인이나 학자들에게 관념적으로 존재하고 국민은 실용주의인 것 같다”며 “이재명 정부의 경제적 성과가 토대였고, 그 토대 위에 김부겸이란 인물에 대한 평가가 얹히면서 민주당 지지도를 뛰어넘는 지지도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김 후보가 당선될 경우 지역주의 타파의 상징적 장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진영주의와 팬덤정치가 강화되는 최근의 정치권 전반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부겸 득표율 40% 넘으면 지역·진영 극복 단초”
‘정치 변화 시험대’ 된 대구
강우진 경북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념으로 진보·보수를 구분하지만 지역민들의 삶은 제대로 대표하지 못했던 지역 정당 체제가 실제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용적 체제로 전환되는 모멘텀이 마련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B의원은 “지역감정에 갇혀 있었던 한국 정치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라며 “민주당의 가치와 노선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김부겸 개인의 돌파력이 강하게 작용한 것”이라고 했다. A의원은 “글로벌 경제·안보 위기 속에서 보수 본산인 대구에서 한국의 뿌리 깊은 대결 구도, 진영주의가 깨지기 시작한 것”이라며 “김 후보가 지더라도 40% 이상 얻는다면 진영주의를 깨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했다.
대구 민심이 추 후보를 택하면 서울·부산·울산 등에서 민주당이 우세한 상황에서 대구마저 넘겨주면 안 된다는 견제 심리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3 내란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좀처럼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는 보수 재결집의 계기도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병기 영남대 정치학과 교수는 “(추 후보 당선 시) 민주당 정부가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것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동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보수에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노선을 택한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도 일정 정도 기반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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