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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약세=경제 위기' 공식 흔들린 3가지 이유

2026.06.02 17:47



달러당 원화값이 1510원 선까지 밀렸지만 경제 위기론이 사라졌다. 원화값 하락을 대외 신인도 하락의 전조로 해석하던 과거 문법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두 달 안에 환율이 1400원대로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고환율·고물가·고금리는 한국 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성공 비용"이라고 말했다. 고환율을 '구조적 전환기의 필연적 현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대목이다. 이러한 낙관론의 전제조건으로 '반도체 호황'이 꼽힌다. 이 때문에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꺾이면 고환율이 언제든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염려도 있다.

◆ 위기발 원화 하락이 아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앞서 국무회의에서 "한국 주식시장이 3배 정도 올라 외국인 보유주식 평가이익이 3배 커졌고, 그래서 외국인이 비중을 조정하느라 상반기에만 110조원을 팔았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자로서는 특정 주식 비중이 단기간에 커지면 이를 조정한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과거엔 경제위기발 자본 유출 우려가 환율을 상승시켰다면, 이번에는 증시 급등 이후 외국인의 기술적 리밸런싱이 환율 상승의 주원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일본 선례를 참고하고 있다. 닛케이지수는 아베노믹스가 시행된 2012~2015년에 약 2.5배 상승했다. 하지만 당시 달러당 엔화값은 80엔대에서 120엔대까지 하락했다. 외환당국이 변동성 관리에 주력하는 이유다.



◆ 순대외자산국으로 바뀌었다

외화 자산이 풍부한 것도 주요 원인이다. 한국은 2014년 이후 순대외금융자산이 '흑자국'으로 전환됐다. 올해 1분기 기준 순대외금융자산은 7535억달러 흑자다. 작년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1조8726억달러이니 절반가량이 순대외금융자산이다.

경상수지 흑자도 최근 반도체 호황 덕분에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한 외환당국 관계자는 "2010년대 초반엔 외국 자금이 들어왔다가 위기 때 대거 빠져나가 원화 약세가 급격히 진행될 것을 우려해 외화 유입을 막았다"면서 "하지만 현재는 대외순자산국이 됐기 때문에 이 같은 우려가 많이 불식됐다"고 설명했다.

◆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

물가가 숙제이기는 하지만 현재로선 크게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는 평이다. 원화값 하락이 곧바로 국내 물가 전반으로 확산하는 구조에서 벗어난 것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한국 제품의 국제 경쟁력이 약해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국내에서 부담하는 측면이 컸다면, 이젠 수입 원자재에 부가가치를 더해 해외로 수출하는 비중이 커졌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원화값 하락이 단기적으로 소비자 물가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지만, 그 지속성과 파급력은 국내 수요·공급 요인보다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변수는 원화값 하락 속도다. 당장 원자재 수입 기업의 이윤이 감소하고, 달러 구매력이 악화되는 부작용이 있다. 또 반도체 호황이 내년 말 이후 이어지지 않을 경우 본격적으로 물가 압력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와 한국은행은 유동성이 풍부한 점을 고려해 변동성 관리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후보자 시절 첫 출근길에서 "환율 레벨보다 달러 유동성 여건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2390억달러에 달하는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하는 만큼 외화 시장에 유동성은 풍부하다는 뜻이다.

◆ 당국, 경계감은 여전

정부의 개입 지점은 1520원으로 알려졌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2일 "환율이 1520원 부근에서 막히는 흐름이 나타났고, 지난번 한은과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도 비교적 강하게 나왔다"고 말했다.

다만 이전보다 경계감이 덜한 것은 1500원 안팎의 '고환율' 흐름이 장기간 이어졌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가 상승과 달러 강세가 이어지다 보니 시장이 어느 정도 원화 약세에 익숙해진 측면이 있다. 증시 상승세가 지속되면 외국인 순매도 흐름이 나타나면서 원화값이 추가 하락할 수 있다. 이 연구원은 "수급 측면에서 부담 요인이 될 수 있어 원화값 하락 변동성이 자주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나현준 기자 / 김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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