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빠진 신장, 생각·생활습관 바꾸면 치유될 수 있다” [건강한겨레]
2026.06.02 10:48
‘나빠진 신장은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는 통념이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지난 5월28일 충북 괴산 자연드림파크에서 열린 ‘자연드림 신장건강 생활치유 프로그램 1차 성과보고회’에서 생활습관 변화를 통해 신장 기능이 호전될 수 있음을 입증하는 목소리들이 계속 이어졌다. 3·4·5단계 신장병 환자들인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사구체 여과율(eGFR)이 높아진 사례와 투석 횟수를 줄인 경험이 공유되면서, 생활습관 변화가 신장 건강 회복의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구체적 사례로 드러난 것이다.
‘자연드림 신장건강 생활치유 프로그램’은 인라이프케어이종협동조합연합회가 주최하고 자연드림유기농치유연구재단, 항암생활연구소가 주관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약물이나 의료행위가 아닌 채식 중심 식단, 간헐적 단식, 매일 아침 맨발 걷기, 하루 두 차례 사우나, 규칙적인 수면과 혈압·혈당·소변량 기록 등을 통해 신장 기능 회복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1차 프로그램은 4월13일부터 모집을 시작해 4월23일부터 시작됐다. 현재 1차 프로그램 참가자는 6명으로, 이 가운데 1개월 이상 집중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람이 5명, 1개월 집중치유 뒤 재택치유를 택한 사람이 1명이다. 2차 프로그램은 4월30일 모집을 시작해 5월 12일부터 6명이 집중치유를 받고 있다. 이번 성과발표회에는 1차 참가자 중 1개월 이상 집중치유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세 사람이 참석했다.
“병원 치료 대신하는 게 아니라, 옆에서 힘 보태는 새로운 치료 축”
한의사인 강세일 자연드림유기농치유연구재단 이사장은 환영인사에서 “현대의학이 고혈압·당뇨 같은 만성질환이 왜 생기는지는 밝혀냈지만, 그 원인을 없애기보다는 혈압·혈당 같은 숫자를 관리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치유연구재단과 재단이 설립·운영하고 있는 재발방지요양병원은 우리의 생각하는 방식, 먹는 방식, 운동하는 습관을 함께 바로잡아서 우리 몸이 스스로 균형을 되찾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이사장은 이번 프로그램은 그 결과물의 하나라고 설명하면서 “이번 프로그램에서 환자들이 집과 병원을 오가며 치료받던 방식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생활습관 치유가 병원 치료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옆에서 힘을 보태는 새로운 치료 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과로 본 참가자의 3가지 유형
성과 분석 결과를 발표한 김아영 박사(치유재단 이사)는 프로그램 참가자의 유형을 3가지로 분류해 설명했다. 첫 번째는 ‘만성신장병을 벗어나기 시작한 유형’이다. 사구체 여과율(eGFR)이 59 이하로 떨어져 만성신장병(3단계) 진단을 받았으나, 프로그램을 통해 여과율이 60 이상으로 올라간 사람들이다. 신장의 상태는 신장이 노폐물을 걸러내는 능력인 사구체 여과율을 기준으로 1~5단계로 나뉘는데, 숫자가 커질수록 신장 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의미한다. 이 가운데 3단계부터를 신장병으로 분류한다. 따라서 여과율이 3단계인 59 이하에서 2단계인 60 이상을 기록했다는 것은 만성신장병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주로 만성신장병이 시작되었다는 불안감 속에서 참여한 이들로, 비교적 초기 단계에서 생활습관 변화의 효과를 확인한 사례들이다.
두 번째는 ‘악화 단계에서 회복되기 시작한 유형’이다. 이미 3·4단계까지 악화돼 투석 전 단계에 있던 환자들이 여과율 수치를 한 단계 개선한 사례다. 이들은 오랫동안 고혈압 약이나 인슐린 주사에 의존해 왔지만, 신장의 남은 정상 사구체들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기능을 온전하게 발휘하기 시작하면서, 사구체 여과율이 상위단계로 개선된 경우다.
세 번째는 ‘만성신장병이 회복되기 시작한 유형’이다. 사구체 여과율이 5단계에 해당하는 15 가까이 떨어져 투석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투석을 받고 있던 환자 중에서, 투석 횟수를 줄이면서 신장 수치와 소변량이 개선된 사례다. 이 유형은 환자가 병원 중심의 삶에서 벗어나 일상 활동의 범위를 넓혀 가는 사례들이다.
첫 번째 사례 발표자로 나선 이주영(65)씨는 간호사 출신이다. 그는 8년 전 아들에게 신장을 기증한 뒤, ‘신장은 한 번 나빠지면 되돌릴 수 없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고 한다. 이씨는 신장을 이식 받은 아들 강희승(32)씨의 사구체 여과율 수치가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동시에 본인의 여과율도 서서히 낮아지는 것을 확인하면서, “나도, 아이도 더 나빠지면 답이 없다”는 절망감을 안고 있었다고 한다.
만성질환 단계서 2단계로 개선
이주영씨는 사구체 여과율이 조금씩 떨어질 때마다 병원에서는 ‘주의하라’는 조언을 해줬지만,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혼자서 무엇을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이씨는 ‘자연드림 신장건강 생활치유 프로그램’ 설명 자료를 읽으면서 “아, 이거다”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한다. “먹거리 등의 중요성을 알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제안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이씨는 괴산 자연드림파크 치유학교에 입소한 뒤 하루가 완전히 달라졌다. 아침에는 맨발로 흙과 잔디를 밟으며 파크 산책로를 걷는다. 그는 “60평생 살면서 맨발 걷기가 이렇게 좋은지 처음 알았다”고 말한다. 식사 시간에는 채식 중심 식단이 준비된다. 일정 시간은 아예 먹지 않는 간헐적 단식을 병행한다. 그 사이에는 운동을 하고 하루 두 차례 사우나에서 땀을 흘리며 노폐물을 배출하는 생활을 반복한다.
이런 생활은 그의 신장 기능 수치 변화로 나타났다. 프로그램 참여 당시 이주영 씨의 사구체 여과율은 58. 만성 신장병 3단계 진단 기준선(59) 바로 아래였다. 그러나 괴산에서 한 달을 보내는 동안 그의 여과율은 60을 넘어 72까지 올라갔다. 신장 공여자로 신장이 하나뿐인 이주영씨가 느낀 안도감은 매우 컸다.
이에 따라 신장을 기증받은 아들 강희승씨도 제 1기로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강씨 또한 프로그램 참여 뒤 혈당과 혈압이 안정돼 갔다. 강씨는 신장 이식 수술 뒤 평생 먹어야 하는 면역억제제 부작용으로 혈당이 200~300을 오르내리며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했다고 한다. 이씨는 “아들이 프로그램 참여 뒤 인슐린을 끊고도 혈당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이런 프로그램이 예전부터 있었다면, 우리 같은 신장병 환자들이 이렇게까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진 않았을 것”이라는 그의 말에는 안도와 아쉬움이 함께 묻어났다.
140대인 혈압도 정상 범위로 낮아져
4단계 신장병 중기 환자인 김명진(51)씨는 세번째 유형의 참가자다. 김씨는 17년 전 둘째 아이를 낳으며 임신중독증을 겪은 뒤, 그의 사구체 여과율은 한 번에 48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때부터 병원 진료와 약물치료는 끊이지 않았지만, 수치는 한번도 오르지 않았다.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 수치는 16. ‘여과율 16’이라는 숫자는 곧 투석을 눈앞에 둔 상태를 의미한다.
충북 괴산 자연드림파크 치유학교에 입소한 뒤 김씨가 가장 놀랐던 것은 생활이 바뀌었을 뿐인데 몸이 먼저 반응했다는 점이다. 프로그램 시작 후 6일이 지났을 때, 그는 자신의 혈압 수치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입소 전 148㎜Hg까지 치솟던 수축기 혈압이 120㎜Hg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혈압이 첫날보다 쭉쭉 내려와서 너무 놀랐다”며 “프로그램에서 안내해 준 대로 식단과 운동, 수면을 지키니까 몸이 정말 가벼워졌고, 머리도 맑아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는 “여기에 온 지 2주 만에 혈압약을 끊었고, 콜레스테롤 약도 끊었다.”
신장 기능도 중요한 변화가 나타났다. 사구체 여과율 16으로 시작한 김씨는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2주 만에 여과율이 23까지 올라가는 경험을 했다. 17년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상승 곡선’이었다. 약물 복용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주 3회 투석 받다 주 1회로 줄어
5단계 신장병 말기 환자인 곽해상(65)씨도 세 번째 유형의 환자다. 곽해상씨는 지난 18개월 동안 1주일에 3번, 1번에 4시간씩 기계에 의지해 피를 걸러내는 투석을 해야 했다. 젊은 시절 사이클 선수까지 지낸 그였지만, 이제 ‘집–병원–집’만 오가는 좁은 삶을 살아올 수밖에 없었다. 투석에 묶인 삶이 된 것이다. 곽씨가 괴산 자연드림파크의 이 프로그램에 입소한 건, 그런 삶을 조금이라도 바꿔보겠다는 절박함에서였다. 그는 처음 입소 때 “일주일에 3번 받던 투석을 2번만 받게 되면 날아갈 것 같을 것”이라고 소망을 밝혔다.
괴산 요양병원과 자연드림파크를 오가며 시작된 생활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자 변화는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입소 직후까지도 일주일에 3번 받던 투석을 그는 “입소한 지 2주 차에 드렁서면서 의료진과 상의한 뒤 주 2회로 줄였다.”
주 2회로 줄인 뒤에도 걱정했던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부종과 근육통이 사라지거나 크게 줄어들었다. 그는 “예전에는 투석하고 나면 집에 와서 아무것도 못 하고 누워만 있었는데, 지금은 투석 뒤에도 몸이 훨씬 가볍다”고 말했다. 곽씨는 5주 차에 들어서면서는 다시 투석을 1주일에 한번 하는 데 도전하고 있다.
그의 소변량 변화는 몸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입소 전 곽씨의 하루 소변량은 100~150㎖에 불과했다. 말기 신부전 환자에게 소변량 감소는 신장 기능 저하의 대표적인 신호이자, 앞으로 더 잦은 투석과 합병증을 예고하는 징후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나서 그의 소변량은 300㎖ 수준으로 늘어났다.
곽씨는 이제는 “신장병이 ‘낫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처음 프로그램에 들어올 때만 해도 그의 바람은 ‘주 3회 투석을 주 2회로 줄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생활이 달라지고, 몸이 가벼워지고, 수치와 증상이 안정되는 경험을 거치면서 그의 꿈은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특효약이 아니라 생활 습관과 운동 유지하는 게 중요한 포인트”
김아영 박사는 “우리가 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 몰래 주는 특효약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기본적으로 생활 습관과 운동을 규칙적으로 지키고 꾸준하게 유지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라고 밝혔다.
김 박사는 “집중치유 프로그램에서는 참가자들에게 균형 잡힌 식단이 제공될 뿐 아니라, 규칙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시설도 갖추고 있다”며 “더욱이 그 프로그램을 옆에서 누군가가 같이 동행해 준다는 사실이 큰 성공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이어 “집중치유 프로그램을 한달 동안 하는 이유는 이후 집에 가서도 스스로 관리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면서 “집에서 진행할 경우에도 카톡 등 온라인으로 계속 소통하고 관리한다”고 말했다.
이번 성과발표회는 ‘손상된 신장은 되돌릴 수 없다’는 고정관념 속에서도, 생활습관 의학에 기반한 치유 시도가 신장 기능 개선과 환자의 삶의 질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수치와 증언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치유재단과 라케연합회는 올해 3·4차 참가자를 모집하고 프로그램을 더욱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병원 치료를 대체하지 않으면서도 신장병 환자들이 일상 속에서 스스로 건강력을 키울 수 있는 사회적 대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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