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전
명품 도자기부터 디올 백까지… ‘한국·프랑스 140년 우정’
2026.06.03 00:42
구한말 佛 대통령과 고종이 교환한
‘백자 채색 살라미나 병' ‘반화’ 등 소개
1888년 프랑스의 사디 카르노 대통령이 도자기 세 점을 조선의 고종에게 보냈다. 2년 전 체결한 조불수호통상조약을 기념해 보낸 선물. 오렌지빛 바탕에 화사한 꽃무늬가 그려진 ‘백자 채색 살라미나 병’ 한 점과 푸르게 빛나는 ‘백자 채색 클로디옹 병’ 한 쌍이다. 모두 프랑스의 예술적 자부심을 상징하는 명품 ‘세브르 자기’였다. 고종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라며 기뻐했다. 고종은 답례로 고려청자 대접 2점과 ‘원행을묘정리의궤’, 고려 역사서 ‘휘찬여사’, 왕실 공예품인 반화(盤花) 한 쌍을 보냈다. 반화는 금속 화반 위에 다양한 꽃과 나무를 금속과 보석으로 정교하게 장식한 공예품이다.
조선과 프랑스 사이에 주고받은 선물이 국립고궁박물관 전시장에 나왔다.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박물관이 대통령기록관과 공동으로 마련한 특별전 ‘선물과 기록, 한국-프랑스 우정의 140년’이다. 3일 개막하는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높이 62㎝, 입지름 53㎝의 대형 꽃병 ‘백자 채색 살라미나 병’. 고종이 선물한 청자 대접 2점(세브르도자박물관 소장)도 그 옆에 놓였다. 박물관은 “프랑스가 ‘살라미나 병’과 함께 선물한 ‘클로디옹 병’ 한 쌍은 일본 도쿄 아카사카 프린스 호텔에 있다”면서 호텔 로비에 놓인 꽃병 한 쌍을 사진 엽서로 공개했다. 이홍주 학예연구사는 “영친왕이 도쿄로 거처를 옮기면서 가져갔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영친왕의 개인 저택이 세이부그룹에 매각된 뒤 호텔로 개조되면서 도자기 2점도 그곳에 남았다”고 했다.
전시는 조선과 프랑스의 첫 만남부터 현재까지 양국의 140년 우정을 선물과 기록으로 살펴본다. 1851년 전남 신안군 비금도에 표류한 프랑스 고기잡이 배 나르발호 선원들을 구출하기 위해 조선에 온 프랑스 외교관 몽티니가 비금도 주민들에게서 선물받은 ‘옹기 주병’(세브르도자박물관 소장)도 국내 처음 공개됐다. 당시 상하이 영사 몽티니와 나주 목사 이정현의 만남은 양국 관원이 대면한 최초의 사례로 남았다.
한국과 프랑스에서 각기 보관해온 1886년 조불수호통상조약 문서 원본도 처음으로 함께 전시됐다. ‘명동성당 건축을 위한 대지 매입 일지’ 등 조불수호조약 체결로 선교가 자유로워지면서 조선에 확산된 천주교 관련 유물도 볼 수 있다.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들이 프랑스 대통령과 주고받은 선물도 흥미롭다. 노태우, 김영삼 두 전 대통령이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에게 선물한 나전칠기함과 상감청자,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선물한 코냑,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선물한 명품 디올 백까지 전시됐다.
덕수궁 돈덕전에선 고종이 사디 카르노에게 선물한 반화를 더 세밀하게 볼 수 있다. 3일부터 열리는 특별전 ‘반화: 상서로운 마음’에서 반화 복제품을 공개한다. 연꽃잎 모양 금속 화반 위에 백옥·산호·진주 등 각종 보석과 금속으로 장식한 분재 공예품이 국가무형유산 보유자 김영희 옥장(玉匠)의 손끝에서 다시 탄생했다. 곽희원 학예연구사는 “고종이 선물한 반화는 현재 파리 기메박물관에 있지만, 이송이 어려울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했다. 고궁박물관 전시는 8월 2일까지, 돈덕전 전시는 8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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