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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카카오 위기의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

2026.06.02 15:23

카카오 위기의 본질은 특정 개인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문제를 만들어내는 구조
경영진 퇴사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
위기라면서 성과급 더 달라는 모순
[박용후 / 관점 디자이너] 카카오 노동조합은 홍민택 CPO의 퇴사를 계기로 카카오 공동체의 책임경영 붕괴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장시간 노동, 조직문화 훼손, 평가와 보상 논란, 경영진의 잇따른 퇴사 등을 거론하며 카카오의 인사 시스템 자체가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노동조합이 노동환경과 조직문화를 문제 삼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건강한 기업은 구성원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기업의 문제를 진단할 때는 분노보다 사실이, 주장보다 구조가, 그리고 당장의 이익보다 일관성이 우선돼야 한다.

이번 성명을 읽으며 두 가지 의문이 들었다.

정말 카카오(035720)의 문제는 특정 임원들이 떠난 것일까. 그리고 회사가 위기라는 진단에는 동의하면서 성과급은 더 달라는 주장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카카오 위기의 본질은 몇몇 개인의 실패나 퇴사가 아니라, 같은 논란과 혼선을 반복적으로 만들어내는 구조적 문제에 있다. 그리고 그 문제를 제대로 직시하려면, 노동조합의 성명 역시 비판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박용후 / 관점 디자이너
카카오는 하나의 회사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카카오를 하나의 기업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카카오 공동체는 수십 개의 계열사가 연결된 거대한 기업집단이다. 그래서 자주 문어발 기업으로 공격 받는다.

카카오 본사를 비롯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디케이테크인 등은 각각 독립된 법인이다. 대표이사도 다르고 이사회도 다르며 사업 목적과 의사결정 체계도 다르다.

그런데 이번 성명은 서로 다른 회사의 대표와 임원들을 모두 하나의 책임 체계 안에 묶고 있다. 홍민택 CPO 사례와 홍은택 전 대표 사례, 양주일 대표 사례, 백상엽 전 대표 사례, 이원주 대표 사례가 동일한 문제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처럼 서술된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관계와 책임 범위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해석이다. 카카오 계열사 경영진과 CA협의체 인사는 반드시 같은 인사 라인으로 움직이는 구조가 아니다. 계열사의 사업 운영과 경영 책임은 해당 법인 경영진에게 있으며, 협의체는 공동체 차원의 조정과 협력을 담당한다.

모든 문제를 하나의 인사 체계 실패로 연결하는 논법은, 카카오의 복잡한 지배구조를 편의상 단순화한 것이다.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고 내리는 진단은 아무리 분노가 정당해도 처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퇴사는 책임의 방식 아닌가

노조 성명은 경영진의 퇴사를 반복적으로 사실상 “도망” 또는 “회피”로 규정한다. 그러나 기업 경영에서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전략적 판단이 실패할 경우 경영진 교체는 가장 일반적인 책임의 형식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 사업 실패 이후 주요 경영진을 교체했다. 구글 역시 수많은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책임자들이 자리를 떠났다. 메타는 메타버스 전략 수정 과정에서 리더십을 수차례 재편했다. 이를 두고 책임회피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경영자는 결과에 책임을 지기 때문에 교체되는 것이다.

퇴사를 책임회피와 동의어로 규정하는 순간, 역설적으로 어떤 경영진도 조직을 떠날 수 없게 된다. 진정한 책임경영은 자리에 오래 남는 것이 아니라, 결과에 대해 평가받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이다.

물론 카카오 내부에서 CA협의체를 둘러싼 논란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것도 사실이다. 공식 직책과 별개로 특정 인사가 실질적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인식이 조직 내부에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것 자체는 중요한 문제다. 오너와 경영진 사이에 어떤 힘의 구조가 작용하고 있는지, 공동체의 가치와 경영의 언어 사이에 어떤 간극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내외부의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다.

하지만 카카오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누가 떠났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공식 조직과 비공식 영향력, 오너의 철학과 실제 경영 사이의 간극, 그리고 책임과 권한의 불명확성이 반복적으로 논란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게 우선이다.

그리고 그 진단은 경영진을 향해서만이 아니라 조직 전체를 향해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근로감독과 마이타임 운영의 괴리는 고려되었는가

노동시간 문제와 연차수당 문제는 단순한 의혹의 단계에 머물러 있지 않다. 실제로 근로감독 과정에서 일부 조직의 노동시간 초과와 연차수당 관련 위반 사항이 확인된 바 있다. 회사가 개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 역시 단순한 풍문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관련 증거와 자료가 축적되어 있고 노동조합은 관련 자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확인된 사실을 축소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태도다.

다만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왜 초과노동이 반복되는가. 조직 운영 방식과 인력 구조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 카카오 내부에서는 근무시간 등록 시스템인 ‘마이타임’과 관련한 문제 제기가 꾸준히 있었다. 실제 근무시간과 등록시간 사이의 괴리, 자율적 입력 제도의 남용 가능성, 관리 책임의 불명확성이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이러한 시스템이 노동시간 관리의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

확인된 사실은 인정하고, 동시에 그 사실을 만들어낸 구조적 원인까지 들여다봐야 한다.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정확한 처방도 가능하다.

위기라면서 성과급은 더 달라는 모순

이번 노조 성명에서 가장 눈에 걸리는 대목이 있다. 카카오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도, 성과급과 보상 체계에 대해서는 불만을 함께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두 주장은 논리적으로 양립하기 어렵다.

기업이 위기 상황이라는 진단에 동의한다면, 그 위기는 구성원 모두가 함께 감수해야 할 조건이기도 하다. 경영 실패의 결과는 경영진만이 아니라 조직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기업 가치가 고점 대비 크게 하락하고, 영업이익이 줄고, 사업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보상의 총량이 줄어드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위기의 증거이기도 하다.

노동자의 기여가 충분히 평가받아야 한다는 주장 자체는 존중받아야 한다. 성과에 비해 보상이 불합리하게 책정됐다면 그것은 당연히 지적받아야 할 문제다. 하지만 “회사가 위기”라는 진단과 “성과급을 더 달라”는 요구를 같은 성명서 안에 병렬로 놓는 것은, 의도와 무관하게 논리적 일관성을 훼손한다.

위기를 말할 때는 위기의 결과도 함께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위기의 책임은 경영진에게만 묻고, 위기의 고통은 나누지 않으려는 태도라면, 그것은 노동조합의 정당한 권리 행사가 아니라 이익 집단의 선택적 논리가 된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할 시점이다. 카카오의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고 싶다면, 보상을 더 받기 위한 협상과 구조적 문제 제기를 분리해서 다뤄야 한다. 둘을 뒤섞으면 어느 쪽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경영진 책임만 언급하는 건 지나친 단순화

카카오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 원인을 특정 임원 몇 명의 실패로만 설명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지금 플랫폼 산업은 전반적인 성장 둔화 국면에 진입했다. 광고 시장은 예전만 못하고 콘텐츠 산업은 경쟁이 치열해졌으며 AI 투자 경쟁은 막대한 비용을 요구한다.

정부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카카오뿐 아니라 네이버,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 역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카카오의 위기를 단순히 “인사 참사”라는 한 문장으로 설명하는 것은 현실을 너무 단순화하는 접근이다.

더 중요한 과제는 따로 있다. 왜 비슷한 논란이 반복되는가. 조직 간 책임 구조는 명확한가. 계열사와 공동체 간 의사결정은 투명한가. 현장의 목소리는 실제 경영에 반영되고 있는가.

이 질문들에 답하지 못한다면 누가 오고 누가 떠나더라도 같은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년간 카카오를 믿고 투자했다가 고점에 물린 주주들 역시 답답함과 불신을 호소하고 있다. 경영진은 바뀌고 조직은 개편되는데 기업가치는 회복되지 않고 같은 논란이 반복된다면, 시장 역시 신뢰를 보내기 어렵다. 노동자와 주주 모두가 피해를 보고 있다면 문제의 초점은 결국 개인이 아니라 구조에 맞춰져야 한다.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먼저다

기업이 위기에 빠질 때 가장 쉬운 방법은 누군가를 범인으로 만드는 것이다. 경영진을 향한 손가락질은 쉽고, 자기 자신을 포함한 구조를 바꾸는 것은 어렵다. 지금 카카오에 필요한 것은 또 다른 희생양 찾기가 아니다.

누가 떠났는지를 따지는 것보다 왜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지를 분석하는 일이 먼저다. 진짜 책임경영은 특정 인물을 비난하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구조를 바꾸고, 신뢰를 회복하고,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구조적 성찰은 경영진만이 아니라 노동조합도 예외가 아니어야 한다. 위기를 외치면서 이익은 지키려 하고, 책임은 남에게 묻고 보상은 자신이 챙기려는 논리가 반복된다면, 그것 역시 카카오를 반복적 논란 속에 가두는 또 하나의 구조다.

카카오의 미래를 결정할 것은 누가 회사를 떠났느냐가 아니다. 남아 있는 모든 사람들이 어떤 구조를 만들 것인가, 그리고 그 구조 안에서 자신의 역할에 솔직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사람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그리고 그 구조를 바꾸려는 의지가 조직 전체에 없다면, 같은 문제는 반드시 다시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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